중산공원의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나들이 나온 단란한 가족과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 한쪽에선 햇살을 받으며 자연을 즐기는 노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또래의 친구와 담소를 나누고 있지만 어딘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들 중 특별히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분명 노인인데 노란 띠를 가슴에 사선으로 두르고 있는 모습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분주히 말을 건네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이들은 바로 일산장로교회 부침개전도대 1호인 제1남전도회원들이다. 이들은 지난 2년간 토요일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중산공원에 모여 예수를 전하기에 힘썼다.



상냥한 여자도 아닌 남자들, 그것도 연세가 있는 어르신들이 차를 권하니 부담스러워서일까? 처음엔 나눠주는 주보와 소식지를 받기는커녕 전도대를 피해 멀리 돌아서가는 사람도 꽤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확연히 달라졌다. 한 명이 모이든 열 명이 모이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매주 빠짐없이 중산공원에서 차를 대접하는 이들 전도대를 알아보고 반기는 이들이 적잖다. 수고한다며 봉투에 쌈지돈을 넣어 내밀어주는 이들도 있었다.
“나오셨어요?”
“차 한잔 하시고 가세요. 어유, 애기가 꽤 컸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이수남 집사(68)의 모습이 딱 동네 할아버지다. 그는 2년 전, 무작정 사비를 털어 노방전도를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의 부침개전도대가 되었다.
“우리 교회 바로 저긴데 한번 와보세요. 목사님 말씀도 좋고 성도들도 모두 좋습니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빼놓지 않고 말을 건넨다.
“저 꽃들 좀 봐. 남들은 봄이 오면 당연히 꽃이 피는 거라고 하겠지만, 우리는  하나님이 피게 하신 걸 알거든. 남들은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 눈엔 모든 자연이 하나님 능력으로 보이는데 어쩔 거야.”
또래의 노인들을 향해 호탕한 웃음과 함께 당당히 신앙고백을 하는 전도대의 일성. 남성과 어른에게 유독 권위를 요구하는 한국 사회에서, ‘백발 성성한 할아버지들이 뭐가 좋아 저렇게 웃으며 차를 권할까?’ 하는 호기심이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간혹 냉담한 이도 있지만 바울 선생님처럼 매 맞아도, 옥에 갇혀도 예수를 전하는 마음을 갖겠다는 부침개전도팀의 결의에 머리를 숙이게 된다.
매주 금요일 오후, 약산마을 발전연립 마당은 군침 도는 해물부침개 향기로 넘실댄다. 위종숙 집사를 셀리더로 하는 화평5셀은 동네주민들을 위해 넉넉하고 쫄깃한 해물부침개를 부친다.
“상현이는 어디갔어?”
“좀 아까 바쁘다고 들어갔는데요.”
“그럼, 크게 한 장 부쳐서 싸다 주자. 기름 둘러 봐.”
아파트촌과는 달리 서로 집에 수저가 몇 개 있는지까지 아는 ‘언니 동생’ 사이. 그러나 아무리 허물없이 지낸다 해도 전도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화평5셀이 택한 방법이 바로 ‘부침개 무작정 부쳐 먹이기’다. 너 나 없이 함께 먹어가며, 부쳐가며, 아이 키우는 법이며 세상 사는 이야기꽃을 피우는 중간중간 한마디씩 추임새를 넣는다.
“그건 예수님 믿으면 다 해결될 일이구먼.”



익히 들어온 이야기인 듯 피식 웃으며 부침개를 먹는 아기엄마들. 선뜻 교회 나가겠단 말은 않지만 크게 거부감도 없다. 이곳 전도대가 의도한 것이 바로 이렇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관계전도다. ‘우리 동네 모두가 복음화 되는 그날까지 부침개를 부치겠노라’고 천명하는 화평3셀의 열정을 주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일산장로교회에는 이들을 비롯 모두 다섯 개의 부침개전도팀이 복음을 전하고 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목 혹은 아파트 단지, 동네 빌라 정자, 등산로 초입에서.... 장소는 달라도 그곳을 지나치는 이들에게 겨울엔 따끈한 차와 부침개, 여름엔 시원한 음료와 오이 등을 썰어 건넨다.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음료와 함께 주보를 건네거나, 교회의 위치를 설명한다. 어린아이가 있는 젊은 주부들에게 교회 공부방이나 악기 교실 등,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어르신들에게는 노인대학을 소개한다.
부침개전도의 열매라면 당연히 불신자에게 복음을 전해 신앙생활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지만, 그것 외에 더욱 커다란 유익이 있다. 바로 전도하는 이들의 몫이다. 전도는 어렵다는 막연한 선입관과 공포심을 없애주는 것이다. 함께 모여 전도하니 담대해지고 셀원들끼리 끈끈한 정이 솟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일이 있어 직접 참여하지 못할 때는 간식을 지원한다.
부침개전도는 그야말로 ‘우리 모두가 전도의 사명자’임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주님과 동역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고마운 기회임에 틀림없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