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4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교갱협의 갱신 사역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을 시작하며 가진 임원수련회는 교갱협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2010년 이후 교갱협의 사역은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될 것인지, 그 청사진을 그려 보고자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와 수석상임회장 김인중 목사, 그리고 지난해부터 상임총무를 맡은 오정호 목사와 김찬곤 목사, 서기 장봉생 목사, 회계 김재철 목사가 한자리에 모여 교갱협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행/ 이상화 목사
사진,정리/ 유성문 실장
대담/ 김경원 목사, 김인중 목사, 오정호 목사, 김찬곤 목사, 김재철 목사, 장봉생 목사

이상화  1996년 창립 이후 만 1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교갱협이 합동 교단 안에 건강한 목회자 운동으로 자리매김하였고 한국교회로 사역의 지경을 넓혀왔지만, 이제 초기의 정체성을 계승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당면해 있다. 교갱협이 계승해야 할 유산은 무엇인가?

김경원  처음 교갱협이 출범했을 때 들었던 말은 ‘너희나 먼저 갱신해라’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바로 오늘의 교갱협을 존재하게 만든 이유다. 갱신의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음 세대에도 반드시 이어져야 할 우리의 정체성이다. 지금까지는 뒤에서 기도하고 고민하면서 대안을 세워 나갔다면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교단을 새롭게 하는 일들을 펼쳐 나갈 것이라 믿는다.

김인중  창립부터 함께 해온 입장에서 말하면 첫째, 교갱협 회원 상호간의 가족의식, 형제의식이 보다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회원 상호간에 실질적인 사랑의 나눔, 섬김이 있어야 한다. 선후배간의 구체적인 나눔과 섬김이 있을 때 함께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교단을 적극적이며 책임 있게 섬겨야 한다. 노회나 총회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기 보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역 이전에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교회를 돌아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정호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의식 개혁을 바탕으로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개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제도 밖에서 제도 안으로, 개인으로부터 연대(Solidarity)로, 전통 계승에서 개혁 실행으로의 창조적인 사역 전환이 필요하다.
이상화  안티기독교 세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확산되고 교회의 신뢰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무기력증에 빠진 것은 아닌가?

김찬곤  한국교회는 장점이 많은 교회이다. 아름다운 선대의 신앙 유산을 이어가는 모습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보다는 이 땅에 왕국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 느낄 때가 가끔 있다. 교회는 섬김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부터 섬김을 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오정호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신뢰와 투명성에 의심을 받으며 대사회적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회의 품격을 높임으로 해서 격조 높은 평신도를 각 분야에 배출해 내어 소통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적 지도자인 우리 자신의 개혁을 향한 정신이 시퍼렇게 살아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김인중  부단히 자신과 교회를 갱신해 나가며 건강한 교단과 교회를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교갱협 임원으로서 ‘교회갱신’ 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갱신하는 일에 늘 큰 부담을 갖고 살게 했다. 신뢰가 무너졌다고 억울해 하고 답답해 할 것이 아니라 자신과 목회 사역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쳐나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경원  희망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노래할 곳은 오직 교회다. 교회만이 이 시대의 희망이다. 그런데 지금 교회는 세상의 신망을 잃고 꺼져가는 등불처럼 변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상당 부분 목회자들의 책임이다.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회가 변해야 한다. 특히 교회 지도자가 변해야 한다. 이 시대 교회들이 많은 교인, 거대한 건물, 화려한 목회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거룩한 영향력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씀과 기도 가운데 자신을 쳐 복종시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상화  작년 11월 열린 리더십 게더링에서 윌로우크릭교회 빌 하이벨스 목사는 목회자가 저지르는 실수 100개의 목록이 있다면 자신은 90개 정도의 실수를 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목회를 하면서 실수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풍토인데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가?

오정호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목회자의 정신이 둔감해지고 목회 현장의 부실함과 질적 하향 평준화 현상이 일어난다. 성장에 따른 고통은 즐겨야 하겠지만 쓸데없는 일에 목숨 거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하나님과 사람과 사건에 대한 신앙적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김경원  처음 목회를 시작하면서부터 가져온 신조는 ‘상식과 균형’을 갖춘 목회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목회 사역 전체를 통털어 ‘상식과 균형’은 중요한 사역 모토였다. 하지만, 세상에 어느 목사, 어느 목회에 아픔이 없는 현장은 없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나눈다면, 서현교회에 79년도에 부임하고 한 4년 만에 예배당 전체가 전소되는 경험을 했다. 30대 중반이었기 때문에 경험도 없고 굉장히 당황했었다. 그것보다 더 큰일도 있었는데 좌절이 되고 인간적으로 배신감도 느꼈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내 책임이었다. 결국 무엇을 붙잡았는가 하면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었다. 그렇게 극복할 수 있었다. 내 사역에, 내 목회에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이겨낼 것이다.

김찬곤  너무 많아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설교는 물론이고, 더 깊이 교제하고 더 사랑해야 하는데 먼저 다가가지 못해 가끔 오해를 살 때도 있다. 진심을 몰라주는 안타까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실수를 통해 나를 성숙하게 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하게 된다.



이상화  지난 14년간 어떤 면에서는 교단 정치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여전히 교단과 교갱협의 소망은 일치하지 않는다. 총회가 잘 되고 한국교회가 잘 되어야 한다는 소망이 있다면 이제 교갱협이 친총회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김인중  끊임없는 정통성의 문제다. 우리가 장자교단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잘못했으면 우리가 먼저 갱신해야지 우리는 갱신한다고 하다가 스스로 모순에 빠져서는 안된다. 교갱협의 역량을 제도, 법을 바꾸는 데에만 쏟을 것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누가 나가든지 진짜 갱신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김찬곤  사명을 가지고 지금까지 달려왔듯이 앞으로도 광야의 소리와 참여 속의 개혁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제도를 바꾸려고 해도 총회 안에 누구든 들어가 있어야지 밖에서 아무리 하려고 해도 바뀌지 않는다. 물론 현실 참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타협하게 되고 본질을 흐리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서로 격려하면서 힘을 모아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봉생  영성의 위기, 도덕성의 위기, 공동체 의식의 위기, 책임 의식의 위기 등 누구나 위기를 말하지만 내 책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보직에 상관없이 교회도 건강하고 물질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갱신의 의지를 가지고 소신있게 발언도 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교갱협에서 많이 나갈 수 있도록 여러가지 뒷받침이 있었으면 한다.

김재철  교단적으로 기획과 대외 활동의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를 키우고 뒤에서 교회나 교갱협이 백업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총회 임원선거 제도 또한 제비뽑기와 직선제의 장단점을 보완해서 수정해 나가든지, 직선제도 기존의 직선제가 아닌 투명성과 공정함이 보장되는 획기적인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경원  수단이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교갱협에서 주장하는 것은 교단 총회의 새로움이다. 제비뽑기가 선거제도에서 만능이나 최상의 방법은 아니지만 금권선거를 막을 최소한의 방법이 제비뽑기이기에 이 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제비뽑기를 하자는 것은 우리 자신의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것이다. 제비뽑기를 하든지 투표를 하든지 상관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권의 횡포가 사라진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다. 그래야만 총회의 권위도 살고 우리 교단도 살 것이다. 또한, 다음 세대를 키우고 실력있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교단이 좀 더 마음과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인재들이 은사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활동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교단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화  역시 비판적인 기능과 참여 속의 개혁을 동시에 수행하며 그 한계를 긋기가 어려운 것 같다. 교갱협도 역동성을 가진 NGO와 갱신을 위해 작동할 연구집단, 미래를 위한 훈련기관과 멤버십 강화를 위한 단체로서의 네 가지 역할을 충족하기 어렵다. 교갱협의 미래를 위한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오정호  찾아가는 교갱협이 되어야 한다. 부르기 전에 먼저 임원들이 지방에도 가고 총회 곳곳에 다 들어가 섬겨야 한다. 곳곳에서 눈물과 기도로 인내하는 분들의 수고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김경원  교갱협이 필요없는 교회와 교단이 교갱협이 꿈꾸는 미래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교회 상황을 보면 그런 날은 주님 오실 때까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갱협에 소속된 구성원들 각자가 같은 마음을 품고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제시해 나간다면 교갱협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긍정적인 열매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교단을 섬기는 일에 직접 참여하여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이를 위해 우리 자신이 끊임없이 갱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인중  사실 자신의 회개가 없는 조직, 체면과 명예와 명분으로 만들어진 조직은 진정한 회개도, 성령의 은혜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떤 모임이든지, 거기에 속한 지체가 자신의 죄를 구체적으로 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성결해지기를 소원하며 공동체와 민족, 그리고 역사적인 죄를 회개할 때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회복시켜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이상화  사회 속에서 교회 이미지 개선과 회복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사회봉사다. 봉사를 통한 교회 이미지 개선에 대한 생각은?

김찬곤  최근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교회희망연대>가 하나로 합쳐졌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나 아이티 지진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교갱협도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한다.

오정호  그 이름이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다. 이번에 두 단체가 합쳐졌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 놓고 한국교회라는 이름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시대는 투명성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모든 내역이 공개된다. 교회가 어떤 면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뒤떨어졌지만, 앞으로 사회적으로도 투명성에서 인정을 받을 정도까지 나아가야 하고, 교갱협도 그러한 사역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경원  교회가 사회 속에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봉사다. 사회를 섬길 때 교회의 이미지가 회복될 것이다. 교갱협이 속한 한목협이 디아코니아 사역을 꾸준히 하고 있다. 성탄행사 같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과 봉사에 계속해서 힘쓴다면 한국교회의 미래 전망은 상당히 밝을 것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되기 위해 힘쓰는 모든 사역에 교갱협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결실이 나타날 것이다.

이상화  마지막으로 교갱협의 비전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가 가져야 할 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인중  어떤 책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을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보편성을 가지고 국민과 교회를 섬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신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비전은 없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지도자인 나 자신부터 자신을 자성하고 책임질 줄 알고 회개해야 한다. 목회에 대한 소명을 확실하게 가지고 기쁨으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충성된 동역자로 주님께 칭찬받는 교회를 세우는 불타는 전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정호  예수님보다 돈을 더 좋아하고, 알맹이보다 껍데기를 꾸미는데 더욱 에너지를 쏟는 낡은 태도를 고쳐야 한다. 주님의 향기를 펼쳐내는 것은 구호만이 아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삶의 실천을 통하여 주님 사랑과 성도 사랑, 이웃 사랑에 바탕을 둔 사도 바울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고상한 영혼과 사랑의 실천에 끌려오게 되어 있다.

장봉생  한국교회가 장년목회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데 교회 교육이 상당한 위기다. 수평적 설교 역시 중요하지만 세대를 이어가는 수직적 설교에 더 마음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형교회는 물론 중소형교회의 주일학교가 살아나야 한다. 이것을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몸부림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찬곤  과거에는 천막만 쳐도 교회가 부흥했는데 지금은 어렵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데 앞으로의 목회 환경이 더 좋아진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받은 은혜가 너무 많지 않은가? 그 은혜를 나누는 일에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 오직 그 나라와 그 의를 위해 세움을 받은 종들이기에 개인보다는 공동체, 나아가 하나님의 나라를 깊이 생각하면서 목회를 감당해야 한다. 한국교회에 부어주신 은혜를 세상에 흘려보내고 어려운 환경 가운데 있는 이웃을 돌보며 구석진 곳으로 좀더 다가가야 한다.

김경원  교회 본질성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성경에서 상당히 떠나 있다. 이는 결국 목회자의 문제다. 오직 믿음, 오직 예수, 오직 십자가가 복음의 핵심이다. 이 믿음 위에 굳게 서서 흔들리지 않는 신앙 가운데 주를 위해서 살고 그래서 상처를 받으면 그것이 영광인 줄 알고 감사하면서 끝까지 믿음 지키고 끝까지 헌신하여 승리하는 우리 자신과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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