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교회의 새 지형을 탐색하는 두 사람의 대화

▲ 브라이언 맥클라렌 저, 김선일 역, IVP, 2008-12-17, 352쪽, 14000원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이란 말을 듣기 시작한 지가 십여 년이 훨씬 넘었지만, 확실히 그 말의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목회자들은 이전과는 너무도 달라진 사회 분위기와 문화, 교인들의 정서를 표현하는 말로 사용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절대 안 돼!"라고 말하면 모두들 수긍을 했는데. 이젠 "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라고 반문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서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서 경계하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포스트 모더니즘'을 말하기 전에 '모더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지금껏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고 사용했던 많은 논리의 도구들이 '모더니즘'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포스트 모더니즘'을 말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신대원 시절 수업 중에 C.C.C의 사영리에 대해서 토론이 붙은 적이 있었다. 사영리가 단계별 설명과 영접 시스템을 통해 복음을 전하지만 그런 시스템으로 얻은 신앙고백이 과연 진실한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선교단체 출신들은 문제 제기 자체에 아주 불쾌하게 반응했던 생각이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때 사영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바로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충돌이었던 것이다. 사실 사영리를 가지고 복음을 전하는 방법은 '모너니즘', 즉, '근대성'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걸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포스트 모더니즘이 왜 앞으로 주된 문화의 흐름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말하고, 그 흐름 가운데 신앙인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지를 말하는 책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지난 5월 영락교회에서 Youth Speciality Korea 주최로 열린 'Next Wave Convention'에 참석했다가 알게 된 Brian McLaren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지금처럼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할 수 없다고 믿으면서도 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 낼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소개되어 있었는데, 표현 그대로 지금처럼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교회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감히 말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섬광처럼 다가온 책이다.

저자인 Brian D. McLaren을 소개하자면 그는 이머징(Emerging) 교회 운동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강연가이며, 목회자로, 기독교 지도자들과 사상가들 사이에서 혁신적인 네트워킹 운동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1956년생으로 메릴랜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고등교육 기관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는, 1986년에 학계를 떠나 워싱턴 지역 볼티모어 시에 위치한 혁신적인 초교파 교회 Cedar Ridge Community Church의 개척 목사가 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로 그는 교회 개척자와 목회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네트워킹과 멘토링을 해 오면서, 여러 교회의 설립에 관여했다. 그는 미국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캠퍼스 선교단체나 교회 수련회, 신학교나 컨퍼런스에 강사로 자주 초청받는다. 그의 강연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성경 연구, 전도, 변증, 리더십, 지구촌 선교, 교회 성장, 교회 개척, 미술과 음악, 목회자의 생존과 탈진, 종교 간 대화, 생태학, 사회 정의 등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한다.

이 책은 주인공인 댄 목사와 네오라는 고등학교 과학교사가 대화를 나누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되어 있다. '들어가는 글'의 부제가 ‘이 이야기 배후의 진짜 이야기’라고 되어 있고 처음 문장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1994년 어느 날, 당시 38세였던 나는 목회에 넌덜머리가 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스도인 노릇하기도 지쳤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서는 점점 더 자신감이 서지 않는 형식의 기독교를 계속 실천하고 장려하거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마저 포기하는 두 가지 대안 밖에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뒤늦게 발견한 세번째 대안으로서 '새로운 방식으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좌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 목회자 자신이 지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해서 그의 좌절을 쉽게 판단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는 목회자로서의 좌절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보다는 더 큰 영향을 주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예배당에 꼬박꼬박 출석한 것이 영적 자만심과 진실성 결여만 낳았다는 말인가?"

그는 새로운 종교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신학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말하는 것이다. "새로운 성령이 아니라, 새로운 영성이며, 새로운 그리스도가 아니라,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모더니즘 시대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로 넘어온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낡은 틀을 벗어 버리고 어린아이와 같이 되어서 새롭게 시작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그의 주장을 이렇게 질문해 보자. "중세의 세계관이 16세기에 무너지기 시작한 것처럼, 만일 우리가 모더니즘 시대의 끝자락, 즉 우리의 근대적 세계관도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부모님에게서, 주일학교 교사들에게서, 심지어 캠퍼스 선교단체에서 배운 모던 기독교가 중세 성당 같은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끝났거나 거의 끝나 간다는 그의 주장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는다.

모더니즘은 절대적 가치, 절대적 확실성을 추구하는 과학주의의 산물인데, 지금 우리의 자녀들이 사는 세상은 모더니즘이 무너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절대적인 가치로 인식되었던 종교, 과학이 사실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진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 종교와 과학이 약속한 장미빛 미래가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에 - 기독교는 능력이 있고, 구속적이며, 진정으로 선하며, 삶을 변화시키며, 화해와 공동체를 일으키며, 하나님 나라의 촉매제 역할을 감당하고 바람직한 미래로 인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는 완벽한 교리적 진술, 논리적인 복음 제시, 조직적인 교회의 모습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진리가 진술되는 것만으로 자랑하는 교회가 아니라 체험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금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이제는 진리를 보여 달라고 한다.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복음에 대한 것은 이미 다 들었으니, 말한 대로 살아 내는 것을 보여 달라는 것이 바로 '포스트 모더니즘'이다. 이 부분이 바로 나 자신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만일 이 책을 꼼꼼하게 읽게 된다면 과거와 현재에 공감하게 될 것이며, 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되어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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