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교회에 던지는 도전

▲ 레너드 스윗 저, 이지혜 역, 국제제자훈련원(DMI), 2009-02-19, 256쪽, 9000원
'프라푸치노', '라떼', '카라멜 마끼아또', 발음하기도 만만치 않은 외래어가 남실거린다. 자기 집 책상인양 책 펴놓고 공부하는 학생이나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회사원,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둘이 앉아 신나게 떠드는 이들이 이곳이 자신의 공간임을 주장한다. 진한 커피향이 진동하는 매장 안에 커피기계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대화하는 소리, 그리고 음악 소리가 합주를 이루는 이곳은, 소위 별다방이라 친근하게 불리는 <스타벅스>다.

몇 년 전만 해도 된장녀를 대표하는 용품 정도로 인식되던 낯선 미국 문화 <스타벅스>가 어느 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한국에 들어온 지 겨우 10년, 한국에만 285개가 넘는 매장이 있다 하니 그 성장세가 과히 실감난다.

<스타벅스>가 교회에 던지는 도전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전문기업 <스타벅스>는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됐다. 최근 실적 악화나 불황으로 비록 주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여전히 5000만 명이 스타벅스 커피를 매주 즐겨 마신다.

사실 <스타벅스>는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는 기업이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사람을 중요시한다는 것인데, 광고보다 직원들의 보험이나 복지에 더 많이 투자하는 방침이 이를 뒷받침한다. 덕분에 이직률이 줄고,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진 것이 <스타벅스>의 대표적인 성공 원인으로 지목되곤 했다. 이로 인해 <스타벅스>와 CEO인 ‘하워드 슐츠’를 분석한 책도 꽤나 이슈였다.

그런데 여기에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이 <스타벅스>에 대한 또 다른 고찰을 덧붙였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중세시대의 4가지 성경읽기 방법인 문자적, 알레고리적, 교훈적, 유추적인 방법으로" 스타벅스라는 문화 현상을 읽어낸 것이다. 스타벅스는 갖고 있되 교회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 책 '교회, 스타벅스에 가다'는 이 같은 재미있는 질문으로 현대인들이 교회에 바라는 것을 찾으려 한다.

<스타벅스>는 경험을 판다

레너드 스윗은 <스타벅스>가 경험을 판다고 주장한다. <스타벅스>가 파는 것은 단순한 커피라는 상품이 아닌, 커피를 체험하는 경험을 판다는 말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21세기의 주요한 현상은 주도적인 소비 영역이 물질에서 벗어나 체험으로 옮아가고 있으며,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는 최고 품질의 커피를 먹을 수 있어서가 아닌, 커피를 최고로 경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가 지적하는 교회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경험이 없는 신앙을 양성한다는 점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를 삶에서 체험하도록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다. 그 결과 그리스도인은 열정이 없고, 교회는 영향력을 잃어버렸다. 이것이 그가 <스타벅스>를 통해 읽어낸 핵심문장이자 교회에 던지는 직구다.

그는 이러한 교회에 <스타벅스>의 가치에서 우려낸 에픽EPIC 신앙을 제시하고 있다. 에픽이란, 경험Experience, 참여Participation, 이미지Images, 관계Connection라는 네 가지 요소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주어진 커피를 마시던 습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주문하는 참여를 통해, 자기만의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경험을 하는 곳이다. 라떼 한 잔은 이를테면, <스타벅스> 체험에 참여하기 위해 부과된 일종의 입장료다. <스타벅스>는 아름다운 이미지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참여하고 관계 맺으며 의미 있는 경험을 하며 살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이것이 열정을 만들어 냄을 간파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서포트한다. 손님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보며 좋아하기 보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줄 서서 기다리지 않도록 또 다른 매장을 바로 옆에 낸다는 것도 그 같은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 '영혼을 위한 기분 좋은 경험'을 추구하는 고객의 입장을 읽은 것이다. 이것은 <스타벅스>의 신조이기도 하다.

세상이 교회에 던지는 도전

저자는 우리 교회가 <스타벅스>의 이러한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픽 신앙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픽 신앙은 결국 살아있는 신앙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삶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이 말한다. 우리에게는 사실 커피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놀라운 가치를 지닌 복음이 있다. 그저 커피를 파는 스타벅스도 커피를 입으로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전력투구 하는데, 교회에서는 왜 그 점을 간과하고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를 삶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당장 도우라!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진실을 울리는 경험에 굶주려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렇다. 사람은 경험하도록 창조된 존재이니 말이다. 이런 경험에 대한 욕구를 정작 세상도 알고 그것을 채우려고 하는데, 끊임없이 기독교 용어를 훔쳐 쓰며 기독교 안에 있는 그 가치가 얼마나 능력 있는지를 보여 주는데, 정작 우리 교회는 그것을 놓치고 있다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그 누구보다 그 어느 것보다 경험할수록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하는 것, 커피보다 더 중독성 강한 그분을 경험케 하라는 것이 ‘레너드 스윗’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던지는 도전이자,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이다.

솔직히 말하면, 논리적인 근거보다 직관으로 읽어낸 주관적인 색이 강한 책이다. 비약도 좀 있고 지나친 예시가 거슬릴 때도 있었다. 아직은 한국 상황과도 문화 차이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이미 주님이 알려주신 지혜를 차용하고 있는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세상을 보여주며, 그 진리를 다시 되돌려 받으라는 도전을 가슴에 박는다. 커피 하나를 갖고도 세상이 저렇게 열정적으로 움직이는데, 열정 그 자체인 그리스도를 품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민망하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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