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교회 조현삼 목사에게 글로 듣는 주례사

▲ 조현삼 저, 생명의말씀사, 2009-03-31, 272쪽, 12000원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대지 위로 따뜻한 봄기운이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리며 찾아왔다. 1년중 가장 화려한 계절이 봄이라면, 한 사람의 인생에 가장 화려한 순간은 아마도 두 사람이 만나 한 몸을 이루는 순간이 아닐까? 아마도 이런 이유로 봄철에 결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주간에도 어김없이 벚꽃보다 아름답고, 연두빛 새순보다 더 싱그러운 신랑 신부들이 일생 중 가장 빛나는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

'이 결혼, 잘하는 결혼일까?'

신랑은 결혼식 전날까지도 이 고민을 하고, 신부는 카펫을 밟으며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순간까지도 이 고민을 한다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결혼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결혼 후에는 고민할 필요 없이 잘 살아야 한다. 그러나 결혼 후에 결혼 전보다 더 고민거리가 많아진다면 그 결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문제가 발생했을까?

"결혼식이 다가오니까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매우 바쁘다.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만만치 않다. 준비하고 준비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러나 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과연 그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바쁜 것일까? 어쩌면 그들이 바쁜 이유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준비 때문이 아니라, 혼수 준비 혹은 결혼식 준비 때문에 바쁜 것은 아닐까?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런 상황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본다. 성경이 말하는 결혼에 대해 배우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결혼설명서'라는 책을 들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라는 기혼부부들에게 코치가 되어 나타났다.

'결혼설명서' 책 제목이 재미있으면서도 신선하다. 이 책은 가상 인물인 민수가 소속된 교회의 담임목사인 저자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오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민수와 수현 예비부부에게 느닷없이 결혼 공부를 제안한다. 그로부터 10번에 걸친 행복한 결혼 공부가 시작된다. 가상 인물들이긴 하지만 그들을 통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관심과 고민을 들어볼 수 있기에 이 책의 독자들은 주인공들에게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예비부부들을 향해 혼수 준비도 중요한 결혼 준비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혼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듣고 배우고 깨닫는 것이라 말한다. 결혼 전에 혼수 준비나 결혼식 준비보다 결혼 공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결혼 공부를 하지 않고 결혼하기 때문에, 혹은 그 중요한 준비 과정을 결혼 후로 미루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이 책 전체를 통해 저자는 반복적으로 외친다. "공부하고 결혼하자!" '아! 그렇구나' 하며 무릎을 치게 하는 대목이다.

이미 결혼한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기혼자들은 결혼 전에 결혼 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결혼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살면서 배워가면서 이해해 가면서 잘 살고 있는 부부가 많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결혼 전에 서로를 알아가며, 결혼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결혼 후 지켜야 할 일들에 대해서 미리 배워 알고 있었더라면 깨어지지 않았을 가정 또한 무시할 수 없으리만큼 많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결혼에 대해 공부함으로써 시행착오를 통해 버려지는 시간을 아끼고, 그 귀한 시간을 창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성경으로부터 출발한 결혼 공부의 막이 올랐다. 민수, 수현과의 10번의 만남을 통해 저자는독자들에게 성경이 말씀하시는 결혼에 대해 설명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결혼 공부를 위해 성경에서 발견한 키워드는 ‘떠남’과 ‘연합’, 그리고 ‘하나됨’이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2:24) 이삼십 분 정도 되는 결혼식 주례사의 본문으로 자주 선택되는 이 짧은 구절이 저자의 명쾌한 해석을 통해 자세한 결혼 설명서로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이 중에서 특히 저자가 말하는 '떠남'의 개념이 독특하다. 결혼식은 곧 ‘결정권 이양식’이라는 개념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부모는 자녀들이 결혼하는 순간 지금까지 행사해 왔던 결정권을 결혼하는 자녀들에게 넘겨줌으로써 그 자녀들이 온전히 독립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헤게모니 쟁탈전이 아니라 두 번째 탯줄을 끊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부모가 마음에 새겨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모든 결정권의 행사는 최종결정권자이신 주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책 중반에는 부부 간의 연합에 대해 배우고, 도구를 사용하여 배운 내용을 실습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어 목회 현장에서 예비부부들을 가르쳐야 하는 목회자들에게 유용한 도구를 제공한다. 책 후반에는 부부가 연합하기 위하여 지켜야 할 구체적인 지침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지만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부부들에게, 혹은 문제의 원인은 알지만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부부들에게 주는 성경에서 뽑아낸 해답들이 시원시원하다. 성경이 결혼에 대해서 이렇게 풍성하고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말씀해 오셨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는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이 있다. 별책부록인 '스터디 가이드북(Study Guidebook)'은 이 책 각 과의 내용을 읽은 후 내용을 정리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비부부가 결혼 공부를 할 때, 혹은 건강한 부부관계를 이루기 원하는 성도들이 모여 소그룹으로 공부할 때 적합하다.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은 예비부부뿐만 아니라 중년기와 노년기에 접어든 부부들에게도 성경에서 발견한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구체적인 도움들을 준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가슴 설레게 하는 분야가 있다. 저자는 ‘재난구호’라는 말을 들을 때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감자탕교회 조현삼 목사’하면 누구나 재난구호활동에 앞장서는 ‘구호전문 목사’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까? 사실 그는 주례를 부탁하러 오는 예비부부들에게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그곳으로 출동해야 하기에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열심히 기도하라고 당부한다.

그런 그가 넓게 보면 가정사역, 좁게 보면 결혼에 관한 책을 썼다. 그 이유가 프롤로그에 설명되어 있다. 그는 서울광염교회를 개척하기 이전에 가정사역자로 헌신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표현대로라면 하나님으로부터 예정에 없던 ‘쪽대본’을 받았다. 그리고 그 뜻대로 교회 개척을 하고 그의 꿈이었던 가정사역을 교회 안에서 설교와 성경공부를 통해 이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에게 재난구호활동뿐만 아니라, 하나님 말씀으로 이 땅의 가정들을 건강하게 세워가며, 천국의 모형으로 만들어가는 사역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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