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천명편에서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고 했던가?

順天(하나님의 뜻에 순종) 땅에 자리잡은 교회, 순천염광교회는 인근 교회가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는 과정에서 당초 노인복지 시설인 성로원에서 직원들과 노인들이 함께 예배드리며 교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성로원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영세민들이 대부분인 가곡동을 떠나지 않고, 교회는 꾸준히 복음사역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조금만 형편이 나아지면 주민들이 중심부로 이사하는 지역적 특성과, 통합이라는 타교단의 세가 유난히 강한 분위기까지 겹쳐 순천염광교회는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한 때는 ‘더 이상은 안 되는가 보다’하는 패배의식까지 목회자와 교회 내에 번지기도 했다.

필자가 1994년 3월에 이곳에 부임하면서 서서히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예배당 옆에 있는 보육 시설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맞벌이 부부가 상당수인 주민들은 아이들을 매개 고리로 삼아 교회와 유대를 쌓기 시작했다. 아울러 교회에 작은 도서관을 개관하여 지역 주민을 섬기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전도와 양육을 통한 영적인 교회 부흥에 늘 목말라 하던 필자에게는 냉수 한 잔을 마신 것과 같은 작은 시원함에 불과한 것이었다.

순천염광교회는 중보기도팀의 헌신과 지역주민을 향한 전도대원들의 수고와 목회자와 함께 작은 예수가 되어 영혼을 바로 세우는 평신도 동역자들로 인해 은혜 중에 성장하고 있다. ⓒ 순천염광교회
순천염광교회는 중보기도팀의 헌신과 지역주민을 향한 전도대원들의 수고와 목회자와 함께 작은 예수가 되어 영혼을 바로 세우는 평신도 동역자들로 인해 은혜 중에 성장하고 있다. ⓒ 순천염광교회

필자는 1999년 제자훈련 사역지도자 과정 43기를 마치고 돌아와서 새신자 성경공부, 일대일 양육 과정 같은 프로그램과 함께 제자양육 과정, 사역훈련 과정을 실시하여 이 모든 과정을 수료한 분들을 통하여 봉사할 수 있게 하였으며, 구역예배는 다락방 교제를 통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모든 교육체계는 제자훈련식으로 전환되어 교역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땀 흘린 만큼 보람은 나타났다.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해 뒤척이던 성도들도 어느덧 2시간이 넘는 구역예배에도 끄덕없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98년 겨울부터 해마다 이어오는 ‘염광가족되기 세미나’는 교회의 힘과 뜻을 하나로 모으는 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흘 동안 이어진 이 행사에서 목회자와 온 성도들은 교회의 비전과 목적을 일치시킬 수 있었고, 서로 사랑하고 섬기리라는 헌신의 다짐을 나누었다.  특히 성도들 사이에 말씀을 통한 교제가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큰 건물이나 거대한 조직을 갖추는 식의 외형적 성장에 대한 관심사도 사라졌다. ‘큰 교회’Mega-Church 대신에 ‘좋은 교회’Meta-church가 염광교회 성도들의 지향점이 되었다.

굳이 성장을 추구하지 않아도 건강한 교회에 성장은 자연스레 뒤따르는 법. 꾸준히 말씀으로 양육하면서 새신자의 정착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은혜 중에 성장하고 있음은 매 주마다 중보기도팀의 헌신과 지역 주민을 향한 전도대원들의 수고와 목회자와 함께 작은 예수가 되어 영혼을 바로 세우는 평신도 동역자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의 직분자들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충분한 제자훈련 과정을 거친 경우에만 세움 받는 좋은 전통도 형성됐다.

"옹달샘 같은 교회를 늘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퍼주어도 그만큼 늘 솟아나는 교회 말입니다. 옹달샘은 지친 등산객의 마른 목을 축여줄 뿐 아니라, 숲 속의 동물들에게도 생명력을 넣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옹달샘은 생명의 영역입니다. 필요로 하는 자에게 나누어 주기 때문입니다. 성도의 삶과 교회는 옹달샘처럼 나누어 주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물이 바닥으로부터 솟아나야 합니다. 밖으로부터 새 물이 공급되어야만 마르지도 않고,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와 성도의 삶은 외부로부터 새로운 은혜를 받아야 합니다. 받아야 다른 사람들에게 깨끗하고 생명력 있는 은혜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와 성도들은 옹달샘의 미학으로 살아야 합니다. 새로운 은혜와 생명을 공급받으면서도 동시에 은혜와 생명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아까워하지 말고 나누어 주는 일입니다. 그때에 비로소 지역과 사회는 정화되고 생명의 환희가 넘쳐 날 것입니다.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건물이나 조직이 아닌 사람들이 바른 신앙의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까. 함께 뜻을 모은 성도들과 앞으로도 그런 교회를 세워가고 싶습니다."

필자와 교회 지체들은 순천염광교회의 이미지를 위와 같이 그리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여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두 명의 목회자와 다섯 장로들이 함께 삼겹줄의 사랑으로 하나님을 기뻐하며 사역하고 있으며, 해외선교는 일본, 필리핀, 인도, 캄보디아 등 네 곳에 국내는 열 두 곳의 교회와 선교단체를 기도 후원하고 있다. 필리핀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와 청소년들의 영성수련과 영어 향상을 위한 리더십 미션스쿨을 연초에 필리핀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주간에는 새신자 모임과 일대일 양육모임, 그리고 세 번의 제자모임과 두 번의 사역모임, 그리고 열네 곳의 구역 모임을 통하여 성숙하려고 노력하면서 열두 명의 전도인의 헌신과 열 명의 평신도 사역자들이 목회자와 함께 신앙 양육에 주력하고 있다.

이제 지역사회와 더욱 밀착된 사역들을 준비하고 있다. 새 예배당 건축을 준비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전화상담 사역을 추진 중이고, 고령화 시대에 접한 현실에 근거한 노인복지 목회와 함께 세상적 교육가치에 휩쓸려 가는 어린이를 성경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교육을 병행하면서, 시골 유학생들에게 제공될 학사관 설립 계획도 건축에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을 예수님을 닮아가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운다’는 이 표어가 흔들림 없는 지표로 서있는 한 순천염광교회의 건강하고 알찬 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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