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빛바랜 현수막 

여름은 현수막의 계절이다. 교회마다 여름교육행사를 알리는 세련된 현수막들이  아이들의 마음만큼이나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고정되어 있다. 한국교회 대표적인 여름행사인 성경학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왜냐하면 여름성경학교를 통해서 주일학교는 매년 폭발적인 양적 성장과 체험적인 신앙 훈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기쁨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마다 여름이 되면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관심과 각종 지원이 주일학교에 집중되었다. 뿐만 아니라 교사를 비롯한 모든 성도들은 기도와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여름성경학교는 한국교회 부흥의 효자노릇을 했고, 나아가 민족 복음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여름성경학교에 대한 회의론 내지 무용론까지 교회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예전과 같은 엄청난 열매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마다 농부의 심정으로 땀방울을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구름 떼와 같이 교회로 모여들던 동네 아이들의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의 반응은 참으로 냉담하다. 예전에 그들이 보여 주었던 기대나 관심은 찾아보기가 힘이 든다. 심지어 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우선순위에서 학원이나 과외나 다른 체험 프로그램에게 앞자리를 내어 준지 오래되었다. 특히 불신 부모의 반응은 민망할 정도로 차갑기만 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주일날 출석하는 학생 숫자만큼만 모여도 성경학교는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결국 주일학교의 효자가 고비용 저효율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년 단골로 등장하는 몇 가지의 궁색하고 진부한 변명을 유일한 위로로 삼은 채, 다음해의 대박(?)을 꿈꾸며 씁쓸하게 빛바랜 현수막을 걷는다.

II. 뻔함과 펀(fun)함의 차이

여름성경학교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뻔함’에 있다. 아이들은 수십 년 째 답습되어 오는 식상한 프로그램에 도사(?)가 되어있다.  같은 장소와 같은 순서, 심지어 같은 간식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설레는 마음이 없다. 새로운 친구를 전도하고 싶은 마음도 더욱 더 없다. 물론 선풍기가 에어컨으로, O.H.P가 프로젝트로, 그리고 율동이 워십 댄스로 바뀌는 등 교육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이들의 냉담한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이들은 ‘펀(fun)함’을 좋아한다. 펀함은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즐거움과 웃음이 넘치게 한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신바람과 동기를 제공한다. 따라서 펀함이 있는 곳에 아이들의 마음도 있다. 펀함은 마치 두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와 같다. 아이들이 말씀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이 펀함이 가지는 가치다. 지금까지 우리교회는 펀한 다리들을 매년 개발해 왔다. 특히 올해에는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펀한 다리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III. 가야산에서 발견한 보물: 야생화 

지난 5월, 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가야산 국립공원을 갔다. 공원 입구에는 2006년에 개원한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gayasan.go.kr)이 있었다. 솔직히 입장료가 무료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무심코 들어간 식물원에는 그토록 찾았던 보물이 감추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국내 유일의 식물원답게 솔나리와 태백 제비꽃과 같은 희귀식물을 비롯하여 400여종의 야생화가 자라고 있었다. 대부분 생소한 꽃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수고도 길쌈도 아니 하는 들의 백합화이지만 솔로몬의 의복보다도 더 아름답게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의 돌보심”을 묵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야생화이지만 사람을 이롭게 하는 식용, 약용, 그리고 염료로 쓰임 받음을 보면서 아브라함, 에스더, 바울과 같은 성경 인물들이 떠올랐습니다. 야생화는 아이들의 마음을 말씀으로 이끌 수 있는 기가 막힌 다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야생화이지만 사람을 이롭게 하는 식용, 약용, 그리고 염료로 쓰임을 보면서 아브라함, 에스더, 바울과 같은 성경 인물들이 떠올랐다.
<사진 - 박영찬 목사>


IV. 야생화가 피었습니다.

먼저 야생화를 캠프 테마로 정할 경우에 어느 부서가 가장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가질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단연 유년부 (초등학교 1-2학년)였다. 왜냐하면 유아기를 거친 학령기 아동은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캠프의 주제(Theme)와 목적(Goal)을 정하였다 미국 캘빈 신학교의 설교학 교수였던 시드니 그레이다누스는 “설교의 주제(Theme)는 배의 방향키와 같고, 그 목적(Goal)은 배의 목적지와 같다.”고 했다. 캠프도 예외는 아니다. 주제와 목적이 없으며 캠프는 우왕좌왕하다가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유년부 여름캠프 주제(Theme)를 ‘사랑이 피어나는 야생화 이야기’로 정하였다. 그리고 캠프 목적(Goal)은 우리를 길러주시고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는데 두었다. 

마지막으로 캠프 장소는 성주군 벽진면에 위치한 하늘목장 훈련원(www.igcf.net) 으로 정하였다. 가야산에서 가까운 이곳은 웨딩 촬영을 할 정도로 경치와 조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식사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되었다. 주요한 말씀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첫째 날 
1) 예배    
- 본문: 창세기 1:11- 12
- 요지: 식물을 창조하신 이유를 통하여 우리를 창조하신 이유를 알게 한다.
2) 성경공부: 금낭화와 아브라함

2. 둘째 날
1) 예배 
- 본문: 마태복음 6:30- 34 
- 요지: 우리를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의 돌보심을 알게 한다.
2) 성경공부(산딸 나무와 에스더) 
3) 야생화 식물원 견학 
- 영상물 관람 
- 관찰일지쓰기(방학숙제용)
- 야생화 그림대회

3. 셋째 날
1) 예배
- 본문: 고린도전서 10:31  
- 요지: 가장 아름다운 삶이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사는 것임을 알게 한다. 
2) 성경공부: 토끼풀과 바울


V. 야생화 캠프를 마치며   
지금까지 우리교회는 야생화 캠프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캠프를 진행했다. 하나님의 왕 되심을 배우는 역사캠프, 창조주 하나님을 만나는 팜스테이 캠프((Farm stay), 신앙의 야성을 기르는 호연지기 캠프, 하나님의 빚으심을 바라는 도자기 캠프, 신앙의 원리를 깨우치는 과학캠프, 전통문화캠프 등이다(참조:tds.or.kr/ 주일학교자료실). 이러한 캠프를 진행하면서 많은 한계와 시행착오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캠프 때마다 값진 열매들을 하나님은 주셨다. 첫째는 높은 참여율과 주일학교 부흥이다. 둘째는 흥미롭고 집중적인 영성훈련이다. 마지막은 부모들의 높은 만족도였다. 야생화는 가야산에만 피지 않는다. 한국교회 여름교육행사들이 야생화같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여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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