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면 오늘의 나 된 것이 오직 하나님의 과분한 은혜였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하나님 앞에 겸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만 아니라 하나님이 내 생명을 부를 그 순간을 생각해보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이 70년을 산다고 하면 1년은 365일이니 25550일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10년이 남았으니 3650일이 남았습니다. 반환점을 한참 지나서 종착 지점에 가깝습니다. 지금껏 교회를 섬겨왔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행한 대로 칭찬도 하시고 책망도 하실 예수님 앞에 설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남은 날들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일입니다.



제가 섬기는 교갱협(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이 주최가 되어 목회자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목회자 부부사랑 축제'를 3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로 30, 40대 목회자 부부들이 참석해서 은혜 받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 흐릅니다. 젊은 나이에 교회를 섬기는 큰 십자가를 짊어지고 힘겹게 사역하느라 부부관계나 가족관계를 잘 돌보지 못했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부부간의 어려운 관계나 목회사역 때문에 겪어야 하는 마음 아픈 일들은 깊은 상처가 되어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믿음으로 덮여있지만 내면의 실상을 보면 불만과 원망과 한숨과 눈물이 큰 병이 되어있기도 했습니다.

보이지 않게 덮어두었던 자기 말을 쏟아냅니다.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했던 허물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배웁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진실한 자기 모습을 확인해봅니다. 당신은 하나님께서 내게 짝 지워주신 사랑의 선물. 내가 위로하며 섬기며 나로 인하여 행복해야 할 귀한 사람임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시간마다 눈물이고 흐느낌입니다.

어느 사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남편에게 마지막 말을 이렇게 썼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는 못다한 사랑이 한없이 아쉽기만 하오. 내가 죽은 뒤 당신이 나를 그리워하며 텅 빈 자리... 사랑하는 나의 네 딸들과 채워갈 것을 생각하니 눈감기가 싫소. 나를 편히 갈 수 있도록 잘 보내주고... 슬퍼하지 말고 하늘나라 가는 것을 축하해주오. 우리 ○○, ○○, ○○, ○○ 다 시집보내서 애 낳고 잘 사는 것 보고 갈려고 했는데 내 삶의 끝이 여기까지인 걸. 당신 품을 떠나 하나님 품으로 가지만 당신 품이 더 그립고 따뜻하게 느껴질 것 같네요. 내 일생에 당신을 만난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고, 행복했오.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서 미안하오. 당신 올 때까지 한시도 잊지 않고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네 딸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좋은 사람과 재혼도 해서 여생을 행복하세 지내길 바라오. 당신의 아내 ○○"

그의 남편이 쓴 글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최상의 선물인 보배로운 당신! 당신보다 먼저 가게 된 것 미안하나 또한 하나님의 은혜라오. 한 가지 밖에 생각 못하는 성품 때문에 사명의 외길만 달려 온지 20여 년. 가정과 당신에게 자상한 살핌을 주지 못한 것 참으로 미안하오. 오직 ○○선교, 청소년 사역에 미쳐 분별없이 뛰어다닐 때 몸이 상하도록 내조하고도 아프다 소리 안했던 당신, 정말 고마웠소. 당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어찌 있었겠소. 논밭이나 일구고 일에 취해 늙어가는 필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오. 나의 나 됨은 하나님의 은혜요, 은혜의 선물인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오. 그리고 우리에게 주신 천하보다 귀한 네 딸들. 어느새 곱게 자라 성인이 되어 가는데. 엄마 아빠를 닮고 ○○선교 비전에 즐거움으로 뛰어들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대견스런 아이들로 자랐오. ○○○, ○○○, ○○○, ○○○! 사랑하는 내 딸들, 약속하신대로 하나님께서 책임지실 것이니 의지하고 기도하오. 다만 늦게 얻은 늦둥이 ○○가 잊히질 않소. 하나님 주신 응답대로 귀한 일꾼 될 줄 믿으니 잘 뒷받침 해주어 아름답게 쓰임받게 해주오. 마지막으로 천국에 이를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오. 사랑하는 당신의 남편 ○○○"

비록 앞당겨서 해보지만 누구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유서를 쓰는 엄숙한 시간 모두가 눈물을 닦고 또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사랑하지 못하고 잘해주지 못했던 지난 날들을 후회합니다. 다행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날들이 있으니까요. 이해하고 위로하며 싸매주는 단짝 부부, 행복한 가정은 아름다운 교회를 가꾸어 갈 것입니다.

동역자들을 섬기며 그러한 꿈을 꾸는 저희 교갱협 일꾼들은 버거운 재정을 분담하고 일을 마무리하면서 마음은 훈훈하기만 합니다. 당신이 행복하면 교회도 행복합니다. 주님이 기뻐서 웃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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