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남편과 함께 유학을 다녀온 이영희자매가 얼마 전 하늘나라로 이사했습니다. 1966년생이니 올해 마흔 둘입니다. 암으로 오랜기간 투병 중에도 늘 밝게 웃으며 산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몸이 회복되면 전공을 살려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했던 착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떠나던 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저 천국에서 다시 만날 소망은 분명 우리에게 있지만 이 땅에서의 이른 이별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녀는 이제 곧 떠나야 할 날이 가까이 왔음을 알고 사랑하는 남편과 많은 이야길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당신을 만나 당신으로 인해 많이 행복했노라고. 그리고 두 아이의 성격이나 특징 같은 것도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답니다. 자신이 떠난 뒤에 남겨질 남편과 두 아이들을 마지막까지도 사랑했습니다.

가운데 꽃을 들고 있는 이가 이혜숙 성도입니다. ⓒ 서울광염교회 제공
가운데 꽃을 들고 있는 이가 이혜숙 성도입니다. ⓒ 서울광염교회 제공

이영희 자매의 소원 중 하나는 남편이 예수 믿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복음에 마음을 닫고 살아온 남편이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녀의 소원을 그녀가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에 이루어 주셨습니다. 그녀의 남편 박영일 형제는 지금 매 주일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교회에 나와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습니다. 아내를 통해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구원의 은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박영일 형제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들이 사는 집으로 이사합니다. 이사를 하면서 아내와 함께 살던 아파트를 사랑하는 아내의 뜻을 살려 사랑의 집으로 했으면 해서 교회에 얘길 했습니다. 시세와 상관없이 아주 특별한 값에 교회에서 '사랑의집'으로 사용해 달라고 했습니다. 교회에서는 이 귀한 뜻을 살려 이 아파트를 '사랑의집 29호'로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안에 봉사전도대가 있습니다. 매달 한 번씩 주일 오후에 집수리를 해 주면서 복음을 전하는 팀입니다. 이 팀이 2004년 3월 한 자매 집을 수리해 주었습니다. 당시 현장을 다녀온 봉사전도대를 섬기는 오세현집사님이 쓴 글입니다.

"장애등급 1급 1호, 양쪽 다리 소아마비 보행불가, 우측 팔 신경손상, 국가의무교육 불혜택자. 50평생 외출한 횟수 손꼽아 기억, 가내 단추끼우기 작업. 이것이 나이 오십인 이혜숙씨의 인생이력서입니다. 그러한 이력서에 나타난 이혜숙씨의 얼굴을 보는 순간 우리 봉사대원들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애기같은 얼굴에 환하고 밝은 그녀의 표정이 우리들의 염려를 의아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렇게 빛이 나고 환한 얼굴의 비밀은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10년전 쯤 교회에 2번 나갔어요. 밝은 장로님 얼굴을 보고 예수를 믿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라고 생각해서 예수를 믿기 시작했어요. 교회를 가고 싶어도 몸이 불편하고 도와주는 봉사자가 없어 갈 수는 없었지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줄은 지금도 변함없이 느끼고 있어요.'"

현장을 다녀온 우리 팀들이 그녀의 소원 두 가지를 그 글 끝에 적었습니다. '첫째, 교회 가고 싶어요. 둘째, 휠체어로 이동이 편한 1층으로 이사가서 이 세상을 좀더 알고 보았으면 좋겠어요.' 이 소원을 교회가 들어주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흘렀습니다. 그 해 시월에 그녀는 봉사전도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보행장애자인 형제를 만나 결혼도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매주 안산에서 교회를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그녀는 800만원에 지하 방 하나를 전세로 얻어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 그 집이 철거를 당합니다. 그 돈으로는 갈 곳이 없어 주님께 도움을 구했습니다. 그런 중에 교회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랑의집 29호'가 마련되었다고. 두 내외는 떨리는 가슴과 손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이제 이 삼월이 다 가기 전에 이혜숙 자매는 이영희 자매가 마련해주고 떠난 그 '사랑의집'으로 이사합니다. 사랑으로. 감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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