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릭 루소/에릭 스완슨 공저, 김용환 역, 국제제자훈련원(DMI), 2008년 03월 04일, 319쪽, 12000원
복음전도와 사회봉사의 부조화

세계사 속에 교회 성장의 신비로 취급받던 한국 교회는 얼마 전부터 성장이 둔화되는 것과 동시에 사회 안에서 비호감 종교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때 민족사 속에서 빛과 소금을 역할을 했던 교회가 이렇게 까지 길에 버리어 밟힐 수도 있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일차적인 원인이 교회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교회가 윤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7년 5월 27일~6월 9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1,500명의 교인들을 상대로 한국 교회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여론을 조사한 결과는 이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개신교가 타종교에 비해 호감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7.5%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의 불일치’라고 대답했다. 신뢰받는 교회가 되기 위한 교회의 과제에 대해 복수응답자들의 62.3%가 예배회복을, 30.9%가 사회봉사활동을 꼽았다. 교회가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응답이 45.6%였고 가급적 참여해야 한다는 응답이 48.3%였다. 한국 교회가 사회를 섬기는 교회가 되지 않으면 더 이상 한국사회 안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 교회 안에는 복음과 봉사의 관계에 대해 커다란 신학적, 실천적 오류가 존재한다. 첫째, 많은 교회들이 영혼구원의 사명을 앞세워 사회봉사를 소극적으로 방기해 왔다. 둘째, 사회봉사를 전도의 한 방편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교회의 봉사는 그 순수성이 의심 받고 있다.

필자는 역사적으로 네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 종교개혁자들의 칭의론을 잘못 이해해서, 봉사를 개인의 성화문제로만 다루고 교회의 사명으로 실천하는데 실패했다. 둘째, 설교 중심적인 예배 전통을 강조하다 보니, 말씀을 선포하는 목사직을 우월하게 여기고, 봉사하는 집사직을 열등하게 생각했고, 결국 만인제사장직이 무너졌다. 셋째 초기 선교사들의 전천년설적 신학적 영향이 일제 식민지하의 비관주의적 역사관과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역사적 책임을 방관하도록 한 것이다. 넷째, 70년대 한국 교회에 풍미했던 “교회성장학” 이론은 복음과 봉사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했고, 사회봉사에 초점을 두면 교회 성장에 실패한다는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외형적인 교회 성장과 교회 내적 섬김만을 강조하는 기형적 결과를 가져왔다.

교회 밖으로 나온 교회

국제제자훈련원에서 2008년에 출판한 ‘교회 밖으로 나온 교회’는 미국 안에서 사회봉사를 실천하는 교회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신선한 연구서이다. 이 책은 릭 루소(Rick Rusaw)와 에릭 스완슨(Eric Swanson)의 공동저서이다. 에릭 스완슨은 교회 밖으로 나온 교회들을 위한 리더십 커뮤니티(Leadership Community)를 운영하면서 사회봉사를 실천하려는 전세계의 교회들을 섬기고 있다. 릭 루소는 콜로라도 롱몬트의 라이프브리지 크리스천교회(LifeBridge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사로서, 사회봉사를 통해 성장하는 교회들의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쓴 목적은 세상에 섬김을 실천하고 있는 교회를 돕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교회를 섬김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중심주제는 아주 다양하다.

1장에서는 ‘교회 밖으로 나온 교회’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 미국 20세기 후반기에 미국교회의 3분의 2가 정체하거나 감소하고 있으며 성장하는 교회들도 수평이동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정의에 관여하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들은 성장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교회 밖으로 나온 교회는 복음과 선행을 분리하지 않고, 교회의 존재가 지역사회 복지에 절대 필요하다고 믿는다. 또 봉사와 섬김이 성도들의 영성개발에 필수적이라고 믿는 특징이 있다.

제2장 ‘세상에 초점 맞추기’는 ⑴ 사람들을 교회로 모으려는 노력에서 성도들이 지역사회로 나가는 방식, ⑵ 이미 다른 사람이 하는 봉사는 하지 않기, ⑶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에 교회를 개방하기, ⑷ 능력과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교인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기와 같은 원칙을 소개한다.

제3장 ‘섬김의 힘’에서는 섬김의 신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이론을 제시한다. 지역사회와, 하나님의 사랑과 교회의 소명이라는 세 영역은 서로 교차하면서 만나는 데 그 교차점이 섬김이라는 것이다.

제4장 ‘성도들의 성장돕기’에서는 성도들을 섬김에 참여시키는 것이 신앙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례를 통해서 섬김에 참여한 성도들이 말씀연구와 기도에 더 힘을 얻는 것을 알려준다.

제5장은 교회가 지역사회가 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원칙을 설명한다. 관계 맺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갈등이 일어나는 일이지만 한번 시작한 파트너십은 반드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남의 이목을 끌기 위해 섬기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한다. 봉사를 하면서 반드시 플래카드를 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교회의 현실보다 차원이 높은 이야기이다.

제6장은 그리스도인들의 섬김이 복음을 확장시켰던 교회사적 사례를 풍요롭게 제시한다. ‘복음 아니면 선행’이라는 양자택일을 택하는 것은 잘못임을 지적한다. 이 책은 선행을 복음전파의 포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한다. 섬김은 수단이 아니라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의 사명이다. 선행이 구원으로 이끌 수 없지만, 자주 복음을 나눌 놀라운 기회를 마련해 준다. 

제7장은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6:8)는 말씀을 분석하면서 겸손이란 영성훈련 예배 등의 내부에 초점을 맞추는 교회이며, 인자와 정의는 세상에 초점을 맞추는 교회의 모습임을 강조한다.

제8장 “비전세우기”는 잘못된 비전을 진단하는 법, 그리고 섬김의 리더십을 배출하는 중요성, 세상을 섬기는 것과 내부 리더를 훈련하는 것을 동시적으로 진행하는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다.
제9장에서는 지역의 필요가 무엇이지를 조사하는 법, 기존교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끌어내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다.

제10장은 “유용하게 돕는 조직”을 건설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발룬티어를 모집하고 배치하는 법, 하프타임 직원을 사용하는 일, 전체교회를 동원하는 일, 자금조성의 방법, 지역사회 조직과 파트너관계 형성의 실천적인 것을 다루고 있다.

제11장 “최선을 다하기”에서는 교회가 습관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관점을 바꾸도록 하는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교회가 처한 시대의 변화를 분별하기, 세상에 초점을 맞추는 교회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을 찾기, 위기의 사태에서 기회를 찾기, 다르게 행동하여 성공한 사례들 찾기, 대화를 바꾸고, 위험을 감수하는 방법이다.

복음전도와 사회봉사의 사명

이 책이 지닌 장점을 살펴보면 우선 교회의 복음전도의 사명과 사회봉사의 사명을 혼합시키지 않으면서도 둘 사이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통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음전파와 사회봉사의 사명은 각각이 교회의 고유한 사명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고 서로가 대치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복음전파에 사회봉사는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둘째, 각 과는 주제에 따라 성경의 증거, 신학적 증거, 실천적 증거를 풍요롭게 제시하여서 지교회의 교회현장에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자신이 속한 교회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균형감각을 갖게 진단해 준다. 각 장의 뒷부분에 자신이 속한 교회를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라고 있다. 예를 들면 이 책은 복음전파와 봉사와 관련하는 교회들의 네 가지 유형을 제시하면서 자기 교회를 진단할 수 있게 했다. ⑴ 성도양육에 뛰어난 내부인의 필요를 잘 채우는 교회, ⑵ 지역사회의 변화에 앞장서지만 복음에 취약한 교회, ⑶ 복음을 선포하고 지역을 사랑하는데 효과적인 교회, ⑷ 영혼구원에 열정적이지만 지역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 교회이다. 과연 내가 섬기는 교회는 어떤 장점과 약점이 있는가?

넷째, 이 책은 간결하고 정확한 번역을 통해 많은 번역서들이 지닌 약점을 잘 극복했다. 독자들이 편안하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좋은 번역을 해주었다.

다만 약점이 있다면 부담 없이 짧은 분량 안에서 많은 주제들을 다루다 보니 신학적인 깊이가 약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용도가 신학적이기 보다는 실천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약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건강한 성장은 한국 교회의 당면과제이다. 필자는 이 주제에 대해 미리 고민했던 일꾼들의 고민과 경험을 읽어 나가면서 그 통찰과 지혜에 무릎을 치며 기뻐할 수 있었다.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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