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는 나 자신을 위한 배려다

▲ 한상복 저, 위즈덤하우스, 2006-01-10, 259쪽, 10000원
대학 시절 한 권의 책이 나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 외형상 가족에게 무관심하고 일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표현이 투박했을 뿐 아내와 자식 모르게 속앓이 하면서 무던히도 가족을 도우려 했던 아버지의 참 모습을.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편적인 아버지의 상을 엿볼 수 있어서 참 훈훈했다. 그리고 청소년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윈 나로서는 그런 아버지의 사랑이 몹시도 그리웠고, 병석에서 생을 마감하면서 아내에게 했던 아버지의 그 한마디가 아직도 나의 삶을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들로 키워주오" '사람냄새' 삭막한 이 세상을 살면서 나와 가족은 물론 남을 배려하고 살갑게 살아가라는 아버지의 유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둔 가장이 된 나에게 그때의 훈훈한 마음을 되살아나게 한 권의 책을 또 만났다.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위즈덤하우스/한상복) 이 한 권의 책은 성공을 위해 기계화됐던 주인공이 시련을 통해 다듬어지고 진정한 행복과 성공의 의미를 찾는 모습을 엿보면서 그동안의 나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앞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주위를 돌아보고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나를 찾게 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려면 강해야 한다는 것이 통념적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배려'라는 키워드가 성공과는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을 생각하는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하는 배려가 차곡차곡 쌓여 자기 자신을, 가족을, 더 나아가 사회를 바꾸어놓은 디딤돌이 되고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위'가 그랬다. 기획실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최근 인사 이동에서 입사 7년 만에 차장 승진이라는 대업적을 이루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석합격자 출신에 주도면밀한 업무처리로 회사의 인정을 받았던 그였던 터라 성공가도는 당연한 일. 그러나 '위'는 내면적으로도 성공했다고 할 수 없었다. 자기를 부각시키기 위해 창조가가 아닌 비평가가 되어 주변에 수많은 적을 만들었고, 가정적으로도 일밖에 모르는 가장으로 아내와 딸과 별거하고 이혼을 목전에 둔 최악의 상황이었다. 사실 차장 승진도 기획실이 아닌 해체를 목전에 둔 프로젝트1팀 발령으로 총체적인 위기상황임을 한 눈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 '위'는 과거의 삶을 반성하면서 포기가 아닌 변화를 선택했다. 소속팀의 해체가 '위'의 임무라는 상관에 지시를 뒤로하고 부하직원을 배려하는 공자왈 부장을 비롯해 작업조문객, 명함수집가, 요술공주 등 등장인물들의 살가움에 점점 마음이 열리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인간다움을 찾아 공생의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회사 고문인 인도자는 그가 세상을 넓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준들을 제시하며 '위'의 바로서기를 도와준다.

인도자가 제시한 행복과 성공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필수 조건은 바로 '배려'였다. 스스로를 위한, 너와 나를 위한, 모두를 위한 배려를 통해 정직과 즐거움, 그리고 성공을 얻을 수 있다고. 이렇게 인도자는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같이 주인공인 '위'가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인도자는 위에게 무엇을 회복하기를 원했을까?

첫째, 나를 위한 배려, 정직이었다. 인도자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성향을 빗대어 '사회적 아스퍼거(Social Asperger)'라 했다.. 괴팍스럽지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아스퍼거에 비해 사스퍼거는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남들에게는 무자비하게 이기적은 부류들을 말한다. '사스퍼거'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아니 조금 비약하자면 배타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부흥을 위해 돌진하는 한국교회의 어두운 면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도 싶다. 그렇게 자신의 이기적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상대방에 대한 작은 예의, 모두를 만족시키는 가치를 추구, 좋은 하는 것을 넘어서 일을 즐기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에 대해 솔직해 졌으면 이제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황이해를 통해 즉,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통해 대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기획실에서 아이디어만 생산해 내던 '위'는 난생 처음 영업현장에 참여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세일즈가 시작된다는 중요한 공식을 배우게 된다. 동행한 명함수집가가 시험을 볼 때 내가 아닌 출제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면 안 풀리는 문제가 없다는 둥, 한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뒤에 밀려있는 차를 무시하고 정문에 차를 세우는 이기심은 버려야 한다는 등… 의 이야기는 절대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은 깨달음 속에 '위'는 별거중인 아내와의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됐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광고계에서 촉망받던 자신의 캐리어는 버리고 남편에게 헌신했던 아내의 배려를 찾아냈고 이제 스스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오버랩 됐다. 개척교회 천막교회에서 교회를 부흥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기도에 심방에 집회에 헌신하는 목회자들이 교회성장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는지는 모르지만 사모와 아이들의 헌신과 외로움이 녹아있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통해 즐거움이 시작됐다면 모두를 위한 배려, 통찰력을 갖고 성공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를 바로 세우고 상대방을 밟고 일어나는 것이 아닌 윈윈으로 서로가 상생하는 성공의 모델을 찾는 것이다. 계약을 미끼로 커미션과 부담스러운 접대 등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사스퍼거의 유혹을 거부해 120억의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해 팀 해체의 위기에까지 직면했지만 결국 정의로움을 택했던 '위'는 계약 성사는 물론 그동안의 노력에 힘입어 아내와도 다시 하나가 되는 행복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배려'라는 작은 키워드는 주인공 '위'라는 도약대를 넘어 가족과 사회를 조화를 이루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사소한 배려가 모여 어떻게 인생을 바꾸어 가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삶 속에서 왠지 손해보는 듯한 작은 배려가 성공의 길로 안내하는 주춧돌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행복으로 돌아온 일상 속에서 아내의 일기장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제안한 배려의 중요성을 곰곰이 곱씹어 보려한다. '배려는 만기가 정해지지 않는 저축'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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