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일이었다. 저녁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을 차량으로 모셔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웬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차를 세우고 일으켜 보니 중학교 여학생이 술에 취해 길거리에 누워있었다. 그 여학생을 집까지 실어다 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이것이 누구의 책임인가? 교회는 이런 사회 풍토 속에서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이대로 젊은이들을 방치한다면 조국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사역의 시작

우리나라 최남단 섬, 진도! 역사상 유배지로 이름나 있던 곳이었지만, 하나님의 사랑으로 100여 년 전에 복음이 들어와 현재는 약 90여 개의 개신교회가 나름대로 열심히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고 있다. 하나님의 부르심 속에 대전에서 하던 사업을 던져버리고 지도 한 장을 들고 이곳에 찾아와 머무르게 된 지가 어느덧 24년이 지났다. 처음에 녹진이라는 곳에 충무교회를 개척하여 2년 2개월을 섬기고, 다시 30여 리 떨어진 칠전리에 교회를 개척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 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하나님의 사랑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구하지 아니하고 하나님만 바라보며 달려 온 길에 고난도 많았지만 은혜 또한 고난보다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칠전리는 개척할 당시의 인구에 비해 삼분의 일 밖에 남지 않았다. 불쌍한 노인들 집을 지어 드리고, 고아들을 데려다가 사택에서 함께 살며, 주어진 사역을 감당하고 있지만 이것이 나의 사명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신대원을 다닐 때 동기생 가운데 알코올 중독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새사람이 되어 신학을 공부하는 동기의 사역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오직 자기와 같은 사람들을 위하여 전도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결국 그 동기는 기독교국제금주학교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력하나마 그를 돕다가 이제는 함께 사역을 감당하게 되었고, 작은 시골교회지만 우리 교회의 온 성도들도 이 사역의 회원이 되어 매월 회비를 내며 사역의 작은 불씨를 모아 태우고 있다. 이런 성도들의 마음을 알아, 본 교회 출신으로 객지에서 살아가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동역자들도 이 대열에 동참하여 힘을 더해주고 있다.

왜 그리스도인들이 알코올(술)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 알코올 중독자가 630만 명이나 되고, 그중에 10%인 60만 명은 중증중독자로서 생활 불능자이다. 청소년 범죄의 85%가 술 때문이라고 한다. 술로 인한 폐해는 각종 질병은 물론이거니와 한 해에만도 직간접적으로 약 22조라는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가져온다. 그리고 미래를 책임지는 세대인 대학생 5명중 한명은 매일 술을 마시며 취한 상태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630만 명이나 되는 숫자의 사람들과 그 가족을 합한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술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가? 그 외에도 많은 통계자료가 있지만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이런 큰 사회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병원인가? 복지정책인가? 정부가 책임지는가? 물론 나름대로는 대책을 세운다고는 하지만 중독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사회는 술이라는 수렁으로 깊이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여기에 영혼과 육신의 전인적 구원을 외치는 교회마저도 이 일에는 사실상 외면을 하고 있다. 판단컨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는 무엇 보다 알코올, 마약, 약물중독이라고 해도 사실 과언이 아니다.

알코올 중독자 회복 사역을 하면서 교계 어른이신 목사님을 찾아뵙고 이 사역에 대하여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분은 "저주받은 사람들인데 뭐 하러 그런 일을 해"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어떤 원로는 "좋은 신학교 나와서 뭐 그런 일을 해" 하면서 어리석은 자로 취급하기도 했다. 이런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그분들은 술주정뱅이에게 많이 당해본 분들일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 사실 일반 교회가 이 사역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점이 많다. 그러나 사역을 하면 할수록 분명하게 드는 생각은 이 사역을 가장 효과적이고 분명하게 감당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그들을 돌이킬 수 있는 곳은 교회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기 때문이다. 복음이 있기 때문이다. 은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지상의 유일한 곳이 교회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힘과 인내력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그리스도께 맡기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대하면 알코올 중독자들도 그리스도인이 되어 의의 길을 걸어가게 된는 것을 사역의 현장에서 체험해 왔다.

지금 교회사역과 더불어 중점을 두고 있는 기독교국제금주학교 사역은 알코올 중독자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다. 총 4주에 걸쳐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모든 교육은 전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복음에 의지하여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35기의 수료생들이 훈련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치료의 과정에서 특이하고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가족치료 프로그램이다. 알코올 중독자를 두고 있는 가족들이 중독자를 어떻게 섬기며, 어떻게 술로부터의 새 삶을 살게 할지를 교육하는 것이다. 또한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가족들이 위로받고 구체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독교국제금주학교의 주요 사역이다.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하는 한 병원의 병원장 가운데 다음과 같은 고백을 했던 분이 있었다. "우리는 솔직히 알코올 중독자를 한사람도 고치지 못했습니다. 입원시켜 치료하다가 좋아지면 퇴원하고 며칠 있으면 다시 입원하고 이 일이 반복되다가 오지 않으면 죽은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들은 이렇게 중독자가 치유가 됩니까?" 복음의 놀라운 치료가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대안이다

금주사역을 계속하면서 깨달을 수밖에 없는 진리는 복음만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보다 더 현실화시켜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어릴 때부터 술, 담배, 마약에 대한 철저한 예방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초, 중, 고, 대학교육 과정에 전문가의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금주의 중요성과 알코올에 중독된 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이 필요하다. 현재 기독교국제금주학교에서는 이런 전문인을 양성하여 교육현장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중독자들을 일정 장소에 모아서 집중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인데 이것이 기독교국제금주학교의 중점 사역이다.
넷째, 중독자 가족을 교육시키는 일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중독자 한사람만 교육을 시켜서는 효과가 없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어떻게 중독자를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어쩌면 중독자 교육보다도 이것은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중독자의 중족 경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미 가족들이 병들어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중독자 가족들을 먼저 치유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들은 헛수고라는 것을 늘 확인한다.
다섯째, 중독자들의 회복은 지속적인 관심과 인내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교회 사역과 더불어 금주학교 사역을 감당한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참 많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 시대에 나에게 주신 소명으로 알고 지금까지 달려오는 가운데 꿈꾸고 소원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는 물론이거니와 교회마저도 관심에 없 일이어서 외로운 길을 걸어오는 가운데 하나님의 도우심 속에 중독자와 그 가족들 중에 목회자도 배출 되었고, 여러 목회자들도 이 사역에 동참하여 생명을 걸고 사역하고 있다. 특별히 중독자들로 인해 방황하고 고통스러워하던 자녀들이 새로운 꿈을 안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을 보노라면 전 생애를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역의 새로운 장을 꿈꾸며...

현재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는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안정성있게 교육할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하다. 학교 부지는 이미 8년 전에 임야 39,669평방메타(12,000평)를 바닷가에 구입해 놓았다. 여기에 종합적인 학교를 세워서 그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이 사역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시급한 문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많은 알코올 중독자들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알코올 증후군으로 인해 사회의 문제아가 되는 일을 누가 막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사회와 교회가 민족의 흥망성쇠가 걸려있는 이 사역에 눈을 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역은 종합복지사역이다. 중독자 가정의 결손 아동들과 파괴된 이혼가정의 문제, 그리고 노년에 술로 인하여 버려진 노인들… 이 모든 일들이 알코올 중독자를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사역과 함께 맞물려 있다. 하나님께서 소명자들에게 주신 많은 사역들이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사역들이 많을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 치유와 회복사역 역시 그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비웃음을 당해도 이 길은 주님이 원하시는 길이라 생각하고 "나를 보내신 이가 나와 함께 하시도다 내가 항상 그의 기뻐하시는 일을 행함으로 나를 혼자 두지 아니하셨느니라"(요8:29)라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도 이 사역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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