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간이 답답하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거나, 리모델링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하는 교회가 많다. 상가교회는 환경의 제약이 커 리모델링을 시도조차 못하거나 건축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손을 댔다가 설계변경을 자주해 많은 액수의 추가비용을 쏟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강사로 나서는 임종수 목사(큰나무교회) 이정구 교수(성공회대), 나형석 교수(협성대), 정시춘 대표(정주건축연구소), 장형준 대표(교회공간연구소 필), 장옥상 대표(성애전자)는 모두 교회건축문화연구회 회원이다.
문을 여는 강의에서 임종수 목사는 '교회 건축문화의 중요성'을 강의한다. 그는 작지만 이웃과 어울리는 건축을 시도한 큰나무교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당이 신앙생활과 선교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한다.
이정구 교수는 교회건축이 신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밝힌다. 다양한 신학적 관점에 따라 교회건축도 변하기 마련. 이 교수는 이 과정을 추적하면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교회건축을 위한 신학이 무엇인지 조명한다.
이 교수가 예배당 외형을 중심으로 발표한다면, 나형석 교수는 예배당 내부의 문제를 점검한다. 나 교수는 공간이 예배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며 '의미 있는 예배 공간 만들기'의 다양한 예를 제시한다.
세 번째 강사로 나서는 정시춘 대표는 건축가의 입장에서 상가교회의 개선점을 지적한다. 그는 간판이나 첨탑 등 상가교회를 외부에 알리는 표현물이 무엇이 문제인지 점검한 뒤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제안한다.
장형준 대표는 상가교회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제안한다. 그는 상가교회의 제한된 내부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효과적인지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장옥상 대표는 '효율적인 영상·음향 설비'를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각종 장비가 본래 필요를 넘어 교회의 능력을 과시하는데 남용되는 상업주의를 비판하면서, 한국교회 현실에 맞는 장비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할 지를 진단한다.
이후 강사들과 청중들이 교회 공간을 어떻게 바꿀지를 놓고 토론과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회건축 관련 세미나들이 주로 대형교회를 위하거나 거액이 들어가는 건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번 세미나는 한국교회의 90%를 차지하는 300명 이하의 교회 실정에 적합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교회건축문화연구회 소개
교회건축문화연구회는 2년 전 몇몇 인사들이 사석에서 교회건축 방향을 논의하다가 교회건축을 연구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2003년 말 성애성구사 대표 임성재 장로가 지인들을 점심에 초대했다. 목사와 교수,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 건축가 등 직업은 다양했지만 교회건축에 대한 관심은 동일했다.
자연스럽게 식탁에서 나눈 대화는 한국교회 교회건축 경향으로 모아졌다. 염려하는 말이 쏟아지자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제대로 교회건축을 공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교회건축을 위해 제일 먼저 예배가 무엇인지부터 공부했다.
예배학을 전공한 나형석 교수(협성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임종수 목사(큰나무교회), 교회건축 관련 강좌를 개설한 이정구 교수(성공회대), 대표적인 교회건축가 정시춘 대표(정주건축연구소), 교회 인테리어 전문가 장형준 대표(교회공간연구소 필), 교회 음향·영상 장비를 다루는 장옥상 대표(성애전자) 등이 함께 공부했다.
이들은 장로교와 감리교, 성결교는 물론 성공회 루터교회 정교회 등 흔히 접하기 어려운 교회를 탐방하면서 느낀 점을 나눴다. 모이는 횟수가 늘면서 예배에 적합한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도 축적됐다.
지난 해 여름, 나형석 교수는 "우리끼리만 공부하지 말고 우리 생각을 교회와 나누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첫 연구 과제로 상가교회를 제시했다.
이제까지는 상가에서 시작해 자금을 모아 땅을 사서 교회건물을 짓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제는 상가교회가 그렇게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상가교회라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교회를 위해 건축하는 사람들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이들은 상가교회들을 방문하면서 목회에 부적합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자포자기한 목회자가 뜻밖에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목회자나 교인들에게 설문지를 가지고 인터뷰를 통해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점검했다. 정시춘 대표는 "좁은 상가교회에 손 댈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대화를 나눠 보니 할 일이 무척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발로 뛰고 연구한 결과물을 4월 18일 '상가교회를 위한 건축세미나'에서 쏟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