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알려면 그 나라의 도서관을 바라보라 했던가. 그래도 다행스럽게 요사이 MBC에서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 도시에 도서관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고 책도 소개하고 있음을 본다.

 

우리나라에 어린이도서관이 딱 한군데 뿐이며 전국 어디를 살펴보아도 전무한 상태임을 알 수가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회가 해야할 일은 참 막중하다고 본다. 도서관 한 관당 인구수가 캐나다 토론토의 경우 4만 명인데 반해 우리나라 서울은 18만 명을 넘어선다는 수치상의 기록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들의 일상에서 느끼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의 존재가 되어있는 도서관의 거리감으로도 충분히 주춤거림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인간이 지식의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언제나 '지식의 저장소'로서의 몫을 해왔던 도서관의 존재가 이 땅에서는 얼마나 소홀히 여김을 받아왔던가. 이러한 현상은 이제 대한민국 성인의 평균 독서량에 따르는 빈약한 숫자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절대 무관하지 않으리라.

 

지금은 각 가정마다 컴퓨터가 최소한 한대는 다 있고 인터넷 보급율도 세계최고라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필요한 정보가 담긴 책을 손쉽게 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동네 한가운데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에서 교양서적을 비롯한 아동도서, 학술서적, 심지어 아이들 장난감까지 대출해 준다는 외국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동화 같은 외국의 이야기가 현실화 될 수 있을까. 얼마 전 어느 지방에서 공공도서관을 10억원을 들여 건축했는데, 장서비용은 제대로 책정하지 않아 기증도서를 구한다는 소식은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의 현주소를 이야기해준다. 또한 동네의 공공도서관에서 장난감 대출할 날은 아직도 우리에게 요원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도서관을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자생적으로 설립한다면 어떨까. 특히 그 일을 전국의 5만여 개의 교회가 주도한다면, 지난 1993년 종로도서관에서 시작했던 작은도서관을 이제 2003년 지금부터 문을 열고 시작해보면 하나님께서 보좌에 앉아계시다가 일어나시는 일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에는 329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아시다시피 인구는 4천만 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렇다면 하나의 도서관이 14만 명의 사람들을 수용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공도서관을 학생들이 가서 공부하는 열람실 정도로만 생각한다. 행여 마음먹고 찾아가보려 해도 어디에 있는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전철을 타고 가야 할 만큼 멀리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현재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지금의 대법원 자리로 정했는데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뒤로 물러나가 전철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가야 할 곳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교회가 5만여 개가 있다. 건물이 웅장하고 큰 예배당이 동네 곳곳에 있고 또 언제든지 문만 열고 나서면 우리들 사는 곳 근처에 교회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내지 못하는 공공도서관 건립, 이것을 우리 교회가 해내면 안될까. 동네 사람들이 시장에 갔다가, 직장을 퇴근하고, 학교에 다녀오면서, 언제든지 들를 수 있는 교회도서관 말이다.

본인은 지방중소도시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지역상가 3층에 있었다. 공간도 본당 33평 유아실 5평과 그리고 인정하지 않는 베란다공간 약 20평이 있었다. 서울에서 1999년 11월쯤인가 아는 목사님한테 연락이 왔다. 교회도서관 설립세미나를 하는데 와서 커피도 타주고 등록도 받아주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바쁘지만 그러나 가서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고 갔으나 그 넓은 공간에 참석하신 분들은 강사까지 총 10명도 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다섯분 정도 더 오고,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는 잔심부름이나 하고 점심이나 먹고 갈려고 했으나 뒤에 앉아서 강의 아닌 강의를 듣다보니 이거 우리교회가 해야 되겠구나 라는 마음이 불타올랐다. 당장 내려와서 제직회를 열고 우리교회가 도서관을 해야 되겠습니다 하고 선포하고 먼저 공간 확보를 하기로 했다.

 

전국시군구 어느 곳에서나 공간 10평만 되면, 그리고 책 1,000권이면 설립허가를 내준다니 나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본당을 줄이고 일주일에 유아들이 한번만 쓰는 유아실 공간을 개조하기로 했다. 그래서 주일 저녁예배를 마치고 그 다음날 새벽 4시45분까지 쉬지 않고 감행했다. 거기에는 돌아온 탕자 1명과 안수집사 1분, 그리고 불신자 한 사람, 그리고 교역자 한사람 4명이 밤새 옮겼다 뜯었다 하며 작은 도서관이 들어설 공간을 만들었다.

 

유아실 공간을 10평으로, 그대신 본당은 28평으로 줄어든 것이었지만 그렇게 표시는 나지 않았다. 여러분들이 와서 보고 갔다. 이상하게 목회한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갔다. 다음은 책 구입이었다. 우선 내가 소장하고 있는 일반책 350권, 교인들이 가져온 책 500권, 그리고 나중에 국회도서관에서 서울시립도서관에서 총 합해서 1,500권으로 2000년 1월22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작은도서관 천안주민문고 개관식을 하였다. 천안시 상수도사업소장, 지역국회의원, 파출소부소장, 그리고 천안시립합창단원, 신학교 음악교수가 와서 축가도 부르며 테이프를 끊었다. 그 자리에는 교회 좀 나오라 해도 안나오던 사람이 나왔다.

그후로 계속 책은 늘어만 갔다 6,500권까지 되었다. 아는 목사님들, 도서관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그냥 책을 드렸다. 천안시에서 2000 - 01호로 설립등록이 된 이후로 지금 천안에만 26개가 있다.

교회에서 작은도서관을 개설하려면

1. 담임목사의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2. 교회내 10평 이상의 사용할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자. (개척교회인 경우 예배당 또는 교육관을 겸하여 사용할 수 있다.)
3. 대한사립도서관협의회에 가입해서 각종 안내를 받자
4. 작은도서관 개설 1일세미나에 참석하여 기본적인 교육을 받으면 훌륭하게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다.

불신자도 감탄하는 교회, 교회 오라고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교회 나오는,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지역모임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태동하게 된다. 본인이 있는 곳에 지역초등학교 교장도 와서 감격하며 아이들이 자주 이용해도 되겠느냐며 둘러보고 갔다. 이 일을 우리 한국교회가 함께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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