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과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성찰

▲ 리처드 도킨스 저, 이한음 역, 김영사, 2007-07-20, 604쪽, 25000원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하랴" (시편 11:3)

1970년대 이후 기독교는 축복과 부흥의 시기를 보내왔다.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점차 증대되었으며, 교인들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의 통계를 보면, 기독교인의 숫자가 감소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본격화된 기독교의 사회적 목소리 내기는 일반 국민들에게 다소 불편함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부정의와 부패를 안타까워하며 기도하기 보다는 마치 기독교가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될 만한 행동들을 많이 해왔던 것이다.

특히 지난 여름 아프칸에서 탈레반에게 피랍된 샘물봉사단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기독교가 사회로부터 얼마나 지탄받고 외면받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가 기독교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은 단순히 감정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누적되고 쌓여온 그리고 근거를 갖고 있는 비난이었고 비판이었다. 그렇기에 기독교가 철저히 반성하고 선교와 봉사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사실이며, 한편으로 보면 전 지구적으로 일고 있는 일종의 반기독교 정신, 혹은 무신론의 흐름과 연결되고 있음도 간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치사회적으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고민하듯, 교회 부흥 이후의 기독교를 고민하는데 있어 중요한 도전이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하고 있는 무신론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자리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다.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가 큰 학자이며, 현재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과학의 대중적 이해 담당교수로 있다. 2007년 번역 출판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은 유신론의 광적인 신앙을 비판한 책이다. 물론 도킨스가 기독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비판한 것은 아니다. 종교 일반, 신의 존재 일반에 대한 비판이지만, 기독교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종교라는 점에서 종교 비판, 신의 존재 부정에 대한 도킨스의 주장을 기독교에 대한 비판과 부정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중요한 함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서 초자연적 지성이 있다는 신 가설에서 신이 만들었다는 태초 우주까지, 창조론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자연선택을 근거로 한 반박 이론을 제시하며 창조론의 허울과 실상을 예리하게 밝혀낸다. 도킨스가 신을 착각 또는 망상이라 보는 중요한 이유는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그러한 복잡성을 가진 창조자는 오직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나 출현할 수 있는 존재인데, 그러한 존재가 어떻게 진화의 시작 이전부터 존재하여 만물을 창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증은 현대의 과학적 방법이 신 문제에 대해 판결을 내릴 수 없다고 하는 보편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과 위배되는 것이며, 채택하기에는 오류와 한계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가 도킨스의 책에서 음미해야 하는 것은 기독교에 대한 비판과 무신론을 주장하는 근거이다. 2007년 11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분쟁과 테러가 발생하는 곳이 30여 곳에 이른다. 도킨스는 종교가 바로 전쟁의 근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종교가 개입되지 않으면 전쟁도 분쟁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많은 갈등과 시기 반목들을 지적하면서 종교의 무용론, 그리고 심지어는 모든 악의 근원이 종교라고까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분명하게 확인해야 할 것은 도킨스가 비판하고 있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의 문제는 하나님 자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자행한 잘못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식이 욕을 먹으면 부모로서 도의적인 부담을 가질 수는 있지만, 부모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나아가는 것은 분명 논리적 오류이다. 따라서 우선 확인할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통해 발생하는 분쟁, 갈등, 반목 등의 문제가 많다고 해서,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부정하는 것은 오류라 할 수 있다. 도킨스의 기독교 비판과 부정은 흡사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말한 것과 유사한 맥락을 갖고 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는 말을 통해 하고 싶었던 중요한 메시지는 성경대로 살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그러한 믿음을 갖게 하는 신이라면 그런 신은 죽었다는 것이다. 즉 기독교인들의 삶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킨스가 과학적인 방법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논증 이상으로 무신론을 주장하며 강조하는 핵심은 바로 종교인들의 삶, 기독교인들의 삶의 문제인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다른 종교의 사람들에게 배타적이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배려하고 환대하기 보다는 구별해 냄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선택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결국은 도킨스와 같은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무신론을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도킨스는 모순된 종교보다 신이 사라진 이후의 사회가 오히려 더 희망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도킨스의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우리는 신을 이해하는 접근방식이 다르다고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로 치부할 것인가?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교회의 지도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중요한 도전에 대해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가 무신론을 하나의 정상과학으로 끌어 올리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것인가? 하나님을 믿지만, 마치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는 것인가? 사회적으로 팽배해지고 있는 무신론과 반기독교 정서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응답을 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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