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문상 저, 브니엘, 2006-08-29, 320쪽, 12000원

한국 교회는 지금 온통 2007년에 쏠려 있다.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의 100주년이 되는 이 특별한 해에 벌써부터 들떠 있다. 그 100주년을 뜻 깊게 맞자는 구호와 모임 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평양대부흥운동의 참뜻과 본뜻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그리 깊지 못한 시류를 바라보는 아쉬움 또한 엄연하다.

지금 우리는 1907년 평양의 무엇을 희구하고 있는가? 100년 전 그 사건에 대한 일반의 통칭이 그러하듯, 한국 교회가 지금 그토록 갈구하고 있는 것은 '교회성장'의 다른 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그 쓰임새가 왜소해진 그런 '부흥'은 혹 아닌지.

권문상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도 '부흥'이라는 말을 쓴다. 책 머리(부흥:어게인 1908, 브니엘)에 올려놨다. 그렇지만 그 쓰임새는 다르다. 권 교수는 성장, 성숙을 멈춰버린 한국 교회의 병증에 '가족주의'와 '집단이기주의'라는 진단을 내린다. 유교적 세계관이 짜 놓은 '위계적'이고 '가족주의적'인 정치구도가 가정과 직장과 심지어 교회 안에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혈연과 지연과 학연이라는 연줄에 근거한 집단이기주의의 행동양식이 우리의 삶의 양식이 되었다고 권 교수는 비판한다.

유교라는 체계적 세계관이 폐쇄적 가족주의와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우리를 설명하는 전부는 아니다. 그보다 더 심원한 종교적, 심리적 뿌리가 있다고 권 교수는 지적한다. 가족 중심의 무속적 세계관이 유교 이전부터 우리의 심성을 조종해 왔던 것이다.

1907년 대부흥운동은, 한국인의 심성을 옥죄고 있는 바로 이와 같은 가족주의와 집단이기주의를 허문 대각성, 참회의 운동이었다. 아니, 그 이전 이미 1903년 원산에서, 우리의 질긴 가족주의 심성은 깨어지기 시작했다.

권 교수는 그래서 100년 전 한국 교회에 일었던 대부흥운동의 본질을 '공동체성의 회복'에서 찾는다. 장로교니 감리교니 성결교니 하며 갇혀 있던 집단이기주의와 가족주의를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하나의 교회로 연합한 것이 그때의 본질이었으며, 교회 안의 반목과 질시를 참회하고 형제로 하나 된 운동이 그때의 본질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교회에서만의 특이 현상도 아니었다고 권 교수는 말한다.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 임했던 '부흥'이 다름 아닌 공동체성의 회복이었다. 교회 '부흥'의 역사 자체가 곧 '공동체성의 회복'인 것이다.

권 교수는 폐쇄적 가족주의를 돌파했을 때 비로소 '부흥'이 시작된 한국 교회의 과거와 이 질긴 심성에 다시 발목 잡힌 분열과 미숙의 한국 교회의 오늘을 이 책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한국 교회를 향해 마가의 다락방에서 일어났던, 그리고 100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났던 '성경적 공동체', '공동체적 교회'의 회복을 외친다.

폐쇄적 가족주의가 아닌 '개방적 가족주의'여, 온갖 연줄이 지배하는 가족주의 교회가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품이 그 영원한 모델인 공동체적 교회 곧 '가족교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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