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진 저, 뜨인돌, 1997-04-10, 224쪽, 6000원
그리스도인들, 특히 교역자로서 사역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상식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오랫동안 관심조차 갖지 못했던 주제를 다룬 책이라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였고, 앞으로 사역하게 될 때 도움이 필요한 성도들을 적절하게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적어도 가장 기본적인 실수는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사회가 점점 복잡다단해지면서 주위에서 얼마든지 병을 앓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물론 교회 안에서도 병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의학과 의료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웬만한 질병은 그래도 치료가 되고 회복될 수 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정신질환 만큼은 본인 뿐 아니라 가족 모두를 고통에 몰아넣는 회복이 힘든 질병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교역자들의 사역 중에 병자들을 심방하고 그들을 돕는 사역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교역자들의 심중에도 '정신질환' 하면 고치기 힘들고, 현대의학 보다는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로 고칠 수 있는 영적인 문제로 먼저 접근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본서는, 정신질환자의 이해할 수 없는 증상을 영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려 하던 대부분의 교역자들로 하여금, 그 질환 역시 신체적인 병과 같이 의학적인 치료와 도움이 제일 먼저 필요한 환자라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다.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로부터 들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여자 집사님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집사님 역시 환각과 망상 증상 때문에 고통당하고 있는데, 피해망상이 워낙 커서 병원에서 본인을 치료하는 의사와 남편이 공모해서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반복해서 말하곤 해서, 가족 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게 했다.

그런 집사님을 보는 주변의 대부분 성도들의 반응은, 그 분이 정신 이상을 보이는 건 영적인 문제라며 그로 하여금 예배와 철야기도회 등에 참석을 권유하며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를 구하라고 권하곤 했다. 남편 역시 자기 아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한다는 걸 무척 수치스러워 하고, 웬만하면 입원시키지 않고 교역자들에게 심방과 상담을 청하곤 했다. 그 집사님은 늘 심장의 이상을 호소하면서, 심전도를 수도 없이 찍었는데, 진단 결과 심장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의사가 아무리 얘기해도 믿지 않고, 오히려 이 의사 역시 남편의 지시를 받고 치료 받지 못하게 하여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하소연하곤 했다 한다. 그래서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똑같은 검사를 하고 똑같은 진단을 받고, 그리고 똑같은 하소연을 하고... 요즘 들려오는 얘기로는, 자신을 치료했던 의사와 남편을 고소하는데까지 이를 정도로 심해졌지만, 여전히 병원치료를 하지 않고 있다 한다.

저자가 본서에서 말한대로, 그 집사님의 병이 점점 더 깊어지고 만성질환이 된 것은 역시 보호자인 남편의 병식이 부족하고 그리스도인이기에 정신질환 마저 영적인 문제로 접근하려 한데 기인하였다 생각한다. 전문적인 의사의 진단을 잘 받아들여 적절하고 계속적인 치료를 받았다면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본서에 실린 정신병과 귀신들림을 구분하는 것에 대한 사례 또한, 비록 한 사람의 실예를 든 것이지만, 앞으로 사역을 하면서 얼마든지 만나게 될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초기적인 접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정신병을 앓는 모든 사람들도 하나님께서 지으신 존귀한 존재이기에 그들로 그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도록 인도하고, 적어도 하나님의 특별은총만을 강조하며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일반은총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사역자가 될 수 있도록 적은 상식이나마 갖게 되어 감사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