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식인들의 문제적 담론 읽기

제목은 '지식의 발견'으로 되어 있고, 부제가 '한국 지식인들의 문제적 담론 읽기'로 되어 있다. 한국인인 우리에게 '지식'이란 말은 '서양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식상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서양으로부터 온 지식'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지은이 고명섭은 1995년부터 한겨레 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책들을 읽고 얻은 질문과 또 다른 책들에서 얻은 답변, 그리고 그 책들 사이 빈 틈에서 건져 올린 고민들을 한데 엮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책에는 지은이가 읽은 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목차를 보면 제1부 '민족주의,국가주의,그리고 친일'에서는 '배반당한 한국민족주의', '근대의 그늘: 한국의 근대성과 민족주의' 등의 책이 있고, 제2부 '근대성/계몽의 이해와 넘어서기'에서는 '이성은 신화다,계몽의 변증법', '니체: 천개의 눈, 천 개의 길' 등이 있고, 제3부 '정치,사회,지식'에서는 '정치와 진리', '마카아벨리즘으로 읽는 한국 헌정사' 등이 있다. 인용된 책 제목들이 아마 목사들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에필로그의 제목이 '지식인이란 어떤 존재인가?'인데, 목사들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민족주의,근대성,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더 가져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조선 시대 과거에 응시한 인재들 가운데에서 최종 33명이 뽑히고, 그들이 왕 앞에서 치르는 전시에서 등수가 가려지게 된다고 한다. 최종 33명이 치르는 최종시험을 '책문'이라고 하며, '책문'의 문제가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독법도 마찬가지이다. 시대의 물음에 답하고 선지자적인 자세로 설교해야 하는 목사들은 지나간 시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물음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가져야 하겠다. 복음은 변하지 않으나, 시대의 물음과 고민은 변한다. '시대의 물음과 고민'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이 책을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