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랭 드 보통 저, 정진욱 역, 생각의나무, 2002-04-30, 345쪽, 17000원
사실 이 책은 교보문고 외국소설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사게 되어 열심히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철학의 대중화를 시도한 책은 많이 읽어 보았지만, 지은이 Alain de Botton은 '상쾌한 철학'이란 독특한 커피 브랜드를 만들어 낸 것처럼 보인다. 나아가서 저자의 결론은 너무나 유명한 말, "Don't worry. Be happy." 현대인의 입맛에 딱 맞다.

저자가 쓴 철학자들의 삶의 단면과 일생. 그들이 남긴 말들에 되씹다 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값진 것인가에 대해서도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우리가 보통 상처를 받게 되는 6가지 경우에 대해서도 구구절절 공감하게 된다. 그가 말한 대로 우리가 상처받게 되어서 위안이 필요한 6가지 경우는 다음과 같다.

1장 인기 없음에 대한 위안 - 소크라테스
2장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한 데 대한 위안 - 에피쿠로스
3장 좌절에 대한 위안 - 세네카
4장 부적절한 존재에 대한 위안 - 몽테뉴
5장 상심한 마음을 위한 위안 - 쇼펜하우어
6장 곤경에 대한 위안 - 니체

소크라테스식 대화법과 깨우침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저자가 쓴 말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중요한 직책에 있을 때에라도, 심지어 그들이 수세기 동안 거대한 대중에 의해 지지되어온 믿음을 지지할 때에도 틀릴 수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그들의 믿음을 논리적으로 검토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의문을 억눌러 버리고 flock (무리들) 을 따라가려고 하는데 이유는 자신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진리에 다다르는 개척자로서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변함이 없나 보다. 그러나 목회자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목회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변함이 없어야 하는가? 목회자야 말로 우리의 믿음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항상 검토하고 재진술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목회자야말로 개척자적인 위치를 자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것은 학력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상식을 재평가해 보는 것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과연 우리 목회자들은 우리의 상식을 재평가해 보았는가? 목회자들이 지혜로워지면 당연히 목회도 힘을 얻는 것이요, 존경도 받게 되는 것이요, 교단도 바로 서지 않겠는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편은 오랜 세월을 걸쳐서 다듬어지고 신앙을 새롭게 해 온 흔적을 많이 가지고 있다. 조상들의 하나님을 다시 고백하고 다시 경험하길 간절히 바라는 후손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도 시편처럼 살아야 한다. 우리의 신앙을 재검토하고 재진술하고 재고백하면서 새로워지길 바래본다. 그래야 신학이 철학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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