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 볼프 슈나이더 저, 박종대 역, 을유문화사, 2005-09-14, 15000원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우리는 승리라는 단어에서 삶의 미덕을 찾으려 한다. 패자의 능력이 승자못지 않더라도 패자는 언제나 뒷전일 뿐이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사회의 전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단 한명의 승자만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우리는 스스로 승자의 전설을 만들고, 승자의 논리를 삶의 논리로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승리자는 항상 우리가 본받을 만한 좋은 사람인가? 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승리와 옳은 것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얻어낸 사람보다는 정도(正道)를 택한 패배자에게서 배울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면에 보면 극소수에게만 허락되어지는 승리를 맛보기보다는 수없이 많은 패배를 맛보며 살아가고 패배자들이다.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패배자들을 알지 못한다. 다만 그들이 패배자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누구일까? 일상적으로 패배를 안고 살면서도 아무런 불평없이 순종하고 자신과 자신의 삶에 만족을 표하는 그들은 누구일까? 예를 들어 모차르트 같이 탁월한 재능을 타고났지만 서양 음악가의 아들이 아니라 중국의 한적한 시골에 사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제 3세계에서 기회를 얻지못해 잠재적인 재능들을 펼치치 못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패배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패배라는 관점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재조명하고, 재평가하면서 패배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패배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승리보다 더 훌륭하고 본받을 만한 멋진 패배가 있는가 하면,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다가 더욱 비참해지는 추한 패배도 있다. 이러한 패배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의 패배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패배자들 없이는 승자의 영광도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또한 세상의 역사는 소수의 승리자들뿐 아니라 동시에 그보다 더 맣은 패배자들에 의해서도 씌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결국 우리의 패배로 인해 승리만을 추구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려는 추악한 세상을 그나마 참을만한 곳으로 만들어주고 있음을 암시하면서 우리가 승리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깨끗하게 승복할 줄 아는 아름다운 패배를 배워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세상에서 베풀고 나누어주며 자족하기를 배워야 하며 또 가르쳐야 하는 목회자들에겐 '위대한 패배'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수많은 위인들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는 훌륭한 책이라 생각되어진다.

"좋은 패배자란 느긋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즐겁게 웃지만, 승리자들은 음흉하게 웃는다." ... 서문 중에서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