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 조지 외 5인 저, 소그룹목회연구원, 소그룹하우스, 2004-10-30, 200쪽, 7900원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를 지배하고 대표하는 시대정신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은 그 시대정신이 지배하는 사회 문화적 영향과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문학, 예술, 건축, 영화, 철학, 신학 등 모든 삶의 영역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환기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고와 행위의 일률성, 그리고 그 속에서 누리는 정신적 확실성과 안정감은 낡은 사진첩 안의 빛바랜 오래된 추억의 사진이 되어버렸다. 정보의 홍수, 지식의 무제한적 확대, 이에 따른 의식과 가치관의 다양화, 이러한 다원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 오는 회의, 불확실성, 상대주의, 허무주의 등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정신적 사상적 문화적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기독교적 가치와 세계관의 혼란없이 어떻게 기독교적 진리를 동시대인들에게 전할 것인가 하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중요한 고민인 동시에 사명이다.

본서는 소그룹 전문가들인 6명의 저자가 상대적이고 다원주의적인 진리를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면서 소그룹 사역의 새로운 방향을 개발하고 제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엮어낸 책이다.

그래서 제1장의 저자(캐롤 H. 루킨스)는 "소그룹 사역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완벽한 소그룹 모델은 없기 때문"(P.19)에 소그룹 사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소그룹 사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장의 저자(폴 보스윅)는 활력과 생기를 잃고 죽어 있는 소그룹 사역에 새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봉사"를 제안한다. 소그룹 공동체에 봉사를 더하게 되면 구성원들의 삶이 변화된다는 확신을 보여주고 있다.

제3장의 저자(개리 C. 뉴튼)는 청소년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세대통합 소그룹"을 제안한다. 아울러 세대통합 소그룹 사역이 성공하기 위해서 "적절한 수준의 비형식성을 유지"(p.88)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제4장의 저자(폴 A. 카크)는 기존의 것에 대한 의혹과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X-세대에게 어떻게 소그룹 사역을 적절히 할 것인가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전통적인 소그룹으로는 절대로 X-세대의 욕구에 대처할 수 없으며"(p.101), "전통적인 교회의 속박으로부터 예수님의 능력을 자유롭게 하는 소그룹"(p.102)만이 X-세대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동체라고 설명한다.

제5장의 저자(스티브 R. 쉴리)는 소그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대교회의 풍성한 사랑과 친밀감을 소그룹 안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삶을 변화시키는 소그룹의 능력을 "단지 소그룹 안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교회 전체로 확장시켜 나갈"(p.133) 것을 제안한다.

제6장의 저자(칼 F. 조지)는 주일학교 교실에서의 가르침도 소그룹 모임처럼 양육과 관계 중심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사회[모더니즘]의 특징은 대량생산에서 비롯된 단일성"(p.184)임을 지적하면서 모더니즘의 제도적 여러 측면들에 이의를 제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는 주일학교 교사들이 "전통적인 학교 수업처럼 획일적이고 사회적으로 메마른 환경보다는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어내야 한다"(p.185)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던적인 새로운 기술이 일련의 데이타베이스를 통해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다룰 수 있게 도와주지만, 접촉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p.185), 결과적으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사람들 속에 "소그룹을 통해 긴밀하고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p.185)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16세기 계몽주의로부터 시작된 모더니즘적 문화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 문화로의 전환기적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은 획일화된 전통적 권위와 사회구조, 폐쇄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문화와 삶의 양식으로부터 개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유분방한 열린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사람들은 선택하기를 좋아한다."(p.73) 이러한 포스트모던 문화 속에서 어떻게 소그룹 사역을 적절히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본서의 저자들은 배타적인 획일성과 단일성에서 벗어나 열린 다양성으로 소그룹 사역이 나아가야 함을 공통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특별히 포스트모더니즘 세대에게 어떻게 소그룹 사역을 적절히 할 수 있을 지를 다른 저자들보다 좀더 심도깊게 다루고 있는 "X-세대에 다가가기 위한 소그룹 전략"(제4장)의 저자 폴 A. 카크은 건강한 소그룹 사역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과 관습을 가진 사람들을 참가시키기 위해서 애써야 한다"(p.115)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X-세대에게 가장 큰 가치는 허용의 가치"(p.115)이므로 X-세대의 삶을 변화시키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소그룹은 "배타적인 그룹이 아니라 포괄적인 그룹이다"(p.116)고 주장한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서 세상을 변혁해야 할 사명을 가진 자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절대적 진리의 해체와 진리의 상대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정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도리어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바르고 폭넓은 이해와 바른 자세를 취하면서 기독교적 진리의 순수성과 원리에 바탕을 둔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는 포스트모던적 상황 속에서 전통적이고 진부한 소그룹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이질성에 관용을 베풀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의 눈길로 바라보는 열린 공동체로의 소그룹 사역을 다양한 목소리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 속에서 소그룹 사역의 새로운 방향과 방법을 모색하려는 고민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저자들의 깊이 있고 폭넓은 이해부족으로 인해 포스트모던적 상황 속에서의 소그룹 사역의 새로운 대안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단순하고 일반적인 원론의 제안에만 그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산의 전체 모양에 대한 자세한 윤곽이 없이 단지 숲 속에 갇혀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가 힘들다. 더 나아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정신 속에서 좀더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대안들을 찾으려는 도전적인 자세가 없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을 극복하면서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유익을 도리어 이용하는 개혁적이고 창의적인 소그룹 사역의 방향과 방법을 얻기는 어렵다. 기독교적 진리와 포스트모던적 가치관의 경계선이라는 벼랑 끝에 서는 위험감수를 기꺼이 하겠다는 도전적이고 열린 자세가 없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을 극복할 뿐 아니라 기독교적 진리로 변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과 대안들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박원철 목사는 고신대학교 신학과(B.A)를 졸업한 후 총신대학원에서 수학하다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가서 Tyndale Theological Seminary(M.Div)와 Institute for Christian Studies(M.Phil 기독교철학 전공)를 졸업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 Calvin Theological Seminary (Th.M Cand. 철학신학 전공)에서 수학하였습니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가든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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