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세화, 박노자 외 저, 한겨레신문사, 2004-06-30, 275쪽, 10000원
'교양'이란 무엇인가. 에둘러 설명할 것 없이 그것은 '교양없음'을 비웃는 지식이다. 이 책은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창간 10돌을 맞아 그 기념으로 인터뷰 특강을 했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리 시대에 이념과 사상의 갈등을 조금이라도 좁혀가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편견 없이 접할 수 있는 열린 자세라고 생각한다. 다소 진보적 성향을 가진 겁 없고 야물찬 연사들이 펼치는 거침없는 말의 성찬을 수록한 이 책은 그런 면에서라면 도움이 된다.

몇 명의 저자의 글을 소개한다면 먼저 러시아인으로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학 교수로 있는 박노자씨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귀화한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역사를 낱낱이 꿰뚫고 있는 말 그대로 한국통이다. '오리엔탈리즘과 한국의 근대'라는 강의를 통하여 한국 근대의 형성과정을 숨기고 싶은 것까지도 거리낌 없이 들추어내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만다.

또 성공회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한홍구 교수는 이라크전 파병반대의 이유와 그 결과에 대해서 그리고 모든 전쟁의 국익과 국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격렬하게 소리를 높이고 있음을 지면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벌써 잊혀져가고 있는 이라크전과 다른 모든 전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으로 더 유명한 홍세화씨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적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왜 진보여야만 하는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강의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구는 어제가 좋은 세력이며, 보수는 오늘이 좋은 세력이며, 진보는 내일이 좋은 세력이다. 오늘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일은 더 좋아져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는 홍세화씨가 꿈꾸는 내일이 어떨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의식의 진보와 더불어 사회의 진보를 가져올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7인의 강사 중 유일한 홍일점으로 연예인이며 따뜻한 세상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바쳐야 할 때를 아는 오지혜씨나, 세계의 분쟁지역을 생명 걸고 넘나드는 종군기자 정문태씨, 그리고 노동문제를 가지고 한 우물을 판 하종강씨,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강의한 팔레스타인이며 기독교인이며 미국의 시민권을 소유한 다우드 쿠탑 등 이 한권은 어느 곳에서도 한 번에 들을 수 없는 다양한 강의를 단 한권의 책으로 압축해놓은 이 시대의 X-파일이며 시민사회의 구성원이 읽어야 할 교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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