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롤라인 알렉산더 저, 김세종 역, 뜨인돌, 2003-11-25, 173쪽, 15000원
20세기 초, 영국의 탐험가였던 어니스트 새클턴 경은 남극탐험을 위해 두 번이나 도전해서 실패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1914년 8월, 그의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세 번째 남극 탐험을 시도한다. 새클턴의 세 번째의 남극탐험 도전에 대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새클턴은 몰랐다. 자신이 또 한 번의 좌절을 겪게 되리라는 것을. 그것이 성공보다 더 위대한 실패가 되리라는 것을. 훗날 세상으로 하여금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실패한 '인듀어런스 탐험'이었다."

아무도 실패를 전제로 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 또 실패를 반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실패라는 것이 그만큼 우리의 삶에 두려운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삶을 살다보면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귀중한 것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니스트 새클턴은 27명의 대원들과 함께 세계 최초로 남극대륙을 횡단하러 나섰다. 인듀어런스(Endurance)호를 타고 출발한 항해는 목적지를 150Km를 앞두고 부빙에 갇혀버린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배마저 부서져 버린다. 이제부터 28명의 탐험대원들은 부빙(떠다니는 얼음)을 타고 생존을 위한 여행을 시작해야만 한다. 음식은 점점 떨어지고, 남극의 추위가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게 하고, 눈보라와 불안감은 점점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극한의 상황으로 모든 것이 치닫고 있었다.

이미 남극의 탐험은 포기한 상태에서 지금 최선의 과제는 28명의 탐험대원이 모두 살아서 안전하게 귀환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보면 "일반 대원의 물품이 먼저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라고 말한다. 침낭도 자연스럽게 일반대원들에게 좋은 가죽침낭이 돌아가게 하는 방법으로 배정한다. 대원들을 위한 보이지않는 배려는 리더십이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한다.

또 하나는 사람을 세워주고 믿어주는 리더십이다. 우여곡절 끝에 엘리펀트 섬에 도착한 탐험대원들은 구조요청을 위해 6명만 작은 보트에 몸을 실고 사우스 조지아섬으로 1,000Km의 항해를 떠난다. 큰 배도 삼킬 것 같은 높은 파도를 뚫고 나가야 하는 험난한 길을 떠나면서 새클턴은 부선장 와일드에게 감동의 편지를 써서 남은 대원들의 리더로써 책임을 다할 것을 믿는다고 말한다. 뒷일을 맡긴 후에 신뢰를 주는 것이 사람을 세우는 가장 휼륭한 방법임을 우리는 새클턴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우게 된다.

새클턴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보일 듯 말듯 하면서도 리더로서의 중심을 지킨다. 자기중심성과 업적주의가 판을 치는 상황 속에서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고 상황을 바르게 분석하는 리더십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결국 단 한명의 대원도 잃지 않고 무사히 귀환시키는 새클턴의 섬김의 리더십에 부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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