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택림 저, 역사비평사, 2003-12-24, 326쪽, 15000원
이 책은 아주 독특한 책이다. 한국 역사 인류학 연구서로서는 처음 출간된 책이고, 한국 구술사 연구서 단행본으로서도 처음 나온 책이기 때문에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저자는 속칭 빨갱이 마을로 불리우는 충남 예산의 시양리(가명)에서 1989년에서 1990년까지 현지조사를 한 것을 가지고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의 역사에 대한 연구 평가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이 연구가 당시 우리나라에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1년 전에 이 책이 출간되지 못한 이유는 당시에 구술사나 역사인류학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고, 6.25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없던 - 관련된 연구들은 대부분 냉전 이데올로기를 반영했을 뿐 사실적으로 재구성한 연구는 없다 - 시대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국전쟁과 관련된 연구들이 스펙트럼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획일화되고 풍부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증거이다. 그러므로 역사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져야 되는 목사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통찰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첫째,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와 한국전쟁에 대해서 분명한 밑그림을 그려준다. 이데올로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과학적인 인류학적 방법을 통한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좀 더 객관적이어야 한다. 둘째, 엄청난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의 교회의 역할, 그리스도인의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양리의 비극 가운데에 교회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피를 기억하는 자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셋째, 시양리 주민들은 6.25를 계급투쟁이 아니라 개인적 불화와 카리스마로 이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의외이기 때문이다. 즉, 마을 사람들 간의 개인적 싸움, 가족간의 불화, 정치적 경쟁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을 뿐이라고 구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국가, 사회, 그리고 직장과 가정의 변화 속에서 우리의 믿음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질문하게 했다. 문헌과 구술, 그리고 꾸준한 연구의 스펙트럼이 우리를 다시는 실수하지 않게 할 것이고, 나아가서 좌익이라고 낙인찍힌 사람을 사탄이라고 생각하며 잔인하게 고문했던 사람이 집사였다는 소문이 다시는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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