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못 박힌 50가지 이유

▲ 존 파이퍼 저, 이길상 역, 규장, 2004-03-22, 222쪽, 8000원
요즘 기독교인들 사이에선 단연 영화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가 화제다. 예수에 대한 로마군인의 잔인한 고문장면과 후반부 내내 자행되는 폭력과 참상이 얼마나 심했으면 "보통 영화 같으면 18세 이상 관람가가 나왔겠지만, 이 영화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및 수난은 이미 모두가 성경을 통해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며 영화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므로 15세 이상 청소년까지도 볼 수 있도록 무삭제로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내렸다"고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등급분류의 근거를 밝힐 정도다. 수입·배급사인 폭스코리아는 "일부 교회가 '극장 한관을 전부 대관하여 관람하겠다'고 의사를 밝혀오는 등 단체 관람에 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단일극장에서 1천장을 웃도는 사전 예매사례가 전체 개봉관의 3분의 1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영화에 대한 기독교인의 관심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제를 뿌리고 있는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와 같은 이름의 책 「더 패션 오브 지저스 크라이스트」(이길상 옮김)가 '예수가 못 박힌 50가지 이유' 라는 소제목을 달고 출간됐다. 말씀과 복음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사람으로 이 책의 저자인 존 파이퍼(John Piper)는 미국 미네아폴리스의 베들레헴교회의 목사이자 탁월한 영성작가로 사역하고 있는데, 이 영화의 시사회를 보고 난 다음에 영화에서 미처 설명해주지 못한 그리스도 수난의 이유와 목적, 참 진실을 제대로, 똑바로, 확실히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예수의 고난 자체를 그리고 있는 영화에 반해 예수가 왜 고난과 죽음을 당했는지 그 수난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 그 50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그 '목적'은 '하나님의 진노를 한 몸에 받으시기 위해' '순종을 배워 온전케 되시기 위해' '몸소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시기 위해' '나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민족간의 적대감을 무너뜨리시기 위해' 등이다. 이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반유대주의 논란을 가져온 어떤 사람들이 예수를 죽였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예수의 죽음이 인류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21세기 들어 가장 폭발적인 정치적, 개인적 화두라고 말한다.

영어 'passion'이라는 단어는 '고통'(suffering)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이 책에서 사용되는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로마의 권좌를 노렸다는 죄목으로 사형판결을 받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으로 인해서 이후 3세기 동안 로마제국이 바뀌어졌고,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고난을 감내해가며 서로 사랑하게 하여 이 세계를 형성해나가게 하는 원천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예수의 수난이 인류 역사에서 절대적으로 독특한 사건이었던 것은 그분이 단순한 인간을 넘어서는 분이었기 때문이며, 죽은 자 가운데서 사흘만에 부활한 사건이 하나님께서 예수의 죽음으로 성취된 바를 옳다 인정하신 일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멜 깁슨이, 그 진리가 무엇인지를 자신의 관점에서 그린 영화다. '충격'을 주어 '믿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려 했다는 멜 깁슨의 말처럼,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놀라운 충격을 준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보면서 예수님께서 왜 그토록 잔혹한 고통을 당하셔야만 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동시에 진정한 서정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영원히 지속되는 사랑이면서 믿음, 희망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이것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위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그 사랑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