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타마시 편, 정소영 역, 창조, 2001-01-31, 328쪽, 10000원
'어떻게 하면 우리 시대의 교회와 크리스천들을 세상 속에서 바람직한 자리매김을 하게 할 수 있을까?'

직장 사역을 하고 있으며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늘 책에 대한 관심이 이런 방향으로 집중되어 있다. 교회와 세상이 연결되어야 함을 애써 부인하는(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는) 크리스천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그런 책들을 출판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네 명 중 한 명이 크리스천이라면서도 거의 세상 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큰 비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크리스천들이 적재적소에(?) 꼭 끼여 있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사실 이런 안타까움의 원인을 크리스천 직장인들 자신의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이 땅의 교회가 제대로 이 중요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교회론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기도 하다. '모이는 교회'만 강조했지, '흩어지는 교회', '세상 속의 교회'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었던 한국 교회 내의 보편적인 목회 철학 탓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교회문화연구소 이의용 소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교회의 관심이 이제 겨우 가정 쪽으로 가고 있는데, 직장에 대한 관심은 아마도 가정 사역이 뿌리를 내리게 된 이후일 것이라는 진단을 듣고 공감했다. 아직 가정 사역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는 마당에 그렇다면 직장 사역은 아직 멀었다는 것인가. 안타까움을 안고 수긍했다.

그래서 직장 사역에 관한 좋은 책을 한 권 발견하면 기쁘다. 외양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좋은 책을 한 권 보았다. [예수님이 이곳에도](Jesus Works Here!)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대로 예수님은 우리의 직장에서도 역사하신다는 내용이다. 예수님은 일터에서도 역사하실 수 있으며 역사하셔야만 한다는 것이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교회에서 보여주는 신앙은 따로 있고 일터에서는 또다른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은 오늘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매우 요긴하다.

미국 기독실업인회(CBMC)의 출판책임자인 로버트 타마시가 편집한 책으로 이 책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완전한 성공]이라는 책을 직장과 가정 편으로 나누어 펴낸 적이 있다(CUP출판사에서 번역). 비슷한 체제와 주제로 이어 낸 책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실직, 성공 집착과 스트레스, 직업 세계의 변화 대응, 팀웍, 시간 관리, 하나님의 뜻과 결정, 직장 여성 문제 등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더구나 한 사람의 경험담이 아니고 30여 명의 다양한 직업인들이 각각 자신의 상황에서 겪는 문제들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상황들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읽기도 편하다. 로버트 타마시 자신이 해당 주제의 전문가들과 대담을 한 인터뷰 기사도 담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직장 사역에 대한 딱딱한 이론을 나열한 책이 아니라 일터에서 실제적인 문제들에 부딪힌 사람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무용담'을 담고 있기에 재미있다! 그렇다고 제 자랑이나 해대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 일하는 제자들로 살기 위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겸손하고도 안타까운 자신의 체험을 말하고 있기에 공감할 수 있다.

결국 결론적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는 한 가지이다.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려 할 때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직장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친히 함께 하신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문제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고민스러운 문제를 풀어낼까 고민하면서 예수님이 그 문제의 해결자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주님이 하시는 말씀에 순종할 수 있다. 이 책을 보고 일터에서도 주님께 순종하기로 결심하고 헌신하는 기도를 드릴 수 있다면 정말 책을 잘 읽은 것이 아닐 수 없다. 예수님은 일터에서도 역사하신다.

3부에서 다루는 해고 문제와 같은 경우, 다섯 사람의 글이 실려 있는데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해고의 상황에 대해 가슴아픈 경험들을 말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준비 단계와 구체적인 행동 지침까지 이야기해 주고 있다.

단지 흠이 있다면 주로 미국적인 상황이고 기업체 사장들이나 임원들인 실업인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 구조도 미국의 직업 구조나 풍토를 따라가고 있지 않은가. 특히 IMF 이후 평생 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 시대요, 기업과 사회의 구조가 세계적 기준에 맞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시점에서 미국의 상황이 곧 우리 상황일 수 있음을 감안하면 그리 낯선 이야기도 아니다.

저자의 제안대로 한 번에 한 부씩 그룹 스터디를 하면서 읽고 토의해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일터에서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크리스천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문제 의식을 가진 크리스천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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