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니 로베르 저, 시대의창, 2002-11-18, 238쪽, 9800원
'촘스키'란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봤다. 대학 때 '심리언어학' 수업 중에 '변형생성문법'이란 것을 배우다가 들었던 이름이다. 그냥 언어학계에서 '생성문법이론'으로 한 획을 그었던 사람이라는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을 통해서 촘스키가 학자로서만 아니라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리우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분류할 수 있는 대부분의 학문 분야에 있어서 학문적 성과와 탁월한 성찰을 보여온 촘스키는 지금까지 세상의 왜곡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나름대로 열정을 불살라 왔다. 촘스키의 말에 대해서는 이 책의 속표지 소개 글에서 소개하길 "만약 스스로 미국을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착각하거나 '제 3의 길'과 같은 중도좌파의 슬로건에 심취해 있다면 촘스키의 얘기를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촘스키의 말은 정보가 넘쳐 나는 시대에 쌓여 가는 정보를 정리해서 분석하기 보다는 그냥 인쇄되어 나오는 그대로, 방송되는 그대로 믿어 버리는 것이 훨씬 쉬운 세상에 지식인들의 의무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신호탄과 같다. 촘스키는 지식인들이 정부의 거짓말과 정부의 명분과 동기 이면에 감추어진 동기를 파악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지식인들의 역할을 넘어서야 하는 목회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말은 결코 쉽게 들리지 않는다. 어설프게 신문에서 읽은 글이나 주워 들은 말로 분기탱천하여 강단에서 외치기 때문에 기독교 지식인들은 강단을 외면하게 되고, 우리의 설교가 더 힘을 잃어 가는 것이 아닐까!

촘스키가 우리에게 전해 준 중요한 교훈의 하나는 "기존의 생각을 곧이 곧대로 믿지 말고, 말을 앞세우는 사람들을 절대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교훈은 목회자가 곧잘 성도들을 양육할 때에 최종 단계에서 빠뜨리는 것이다. 양을 우리에만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강하게 키워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자신의 영향력만을 키우려고 한 게 아닌가! 촘스키는 우리가 자신만의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가 이런 도전의식을 키우면서 스스로 알아내려 한다면, 그것만으로 촘스키 자신의 목적을 성취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촘스키의 말을 통해서 영적 지도자의 자질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이러니다.

역자 서문의 제목이 "진실이 살아 숨쉬는 세상을 위하여" 인데 에필로그의 제목은 "나는 세상 일을 염려하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되어 있다. 진실이라는 말, 양심이란 말이 거창하게 들리는 사람들에게 촘스키는 아주 친숙하게 다가선다. 책의 마지막 문장에 이런 말이 있다. "양식만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중략) 모든 것이 환경, 그리고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참으로 양식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이 아닌가? 스스로가 양식이 있고 올바른 선택을 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들에게 이 말은 정말 뼈 아프게 다가온다.

참고로 이 책과 함께 읽기를 권하는 책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이다. 세계화에 대해서 나름대로 이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 책들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광야에서 외치는 자로서 목소리를 내려면 시대를 통찰하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례 요한처럼 사람들이 따르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나는 이 시대에 네가 한 말과 행동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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