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선거방법, 이대로 좋은가?

총회 내 임원을 비롯한 상비부장 그리고 기관장 선거가 제비뽑기 방법으로 정착된 이후 최근에는 노회장 선출방법으로까지 확대되어 노회선거 문화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감히 이런 주장을 펴 본다.

"제비뽑기 선거방법, 이대로 좋은가?"

혹자는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하실 분도 있을 듯하다. 필자는 총회임원선거제도에 제비뽑기를 주장하고 그 관철을 위해 애쓴 사람 중의 하나다. 모두가 연관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비뽑기 선거방법 시행 이전의 총회임원선거는 세상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될 금권타락선거로 항상 시비가 일었고, 그로 인해 교단의 이미지 추락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느 해는 예장통합과 예장고신, 기장 등 3개 장로교단 선거관리위원회가 9월에 열리는 총회를 앞두고 '엄격하고 신중한 교단장 선거로 한국교회 갱신과 도덕성 회복, 교회의 사회적 지도력을 회복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회임원을 제비뽑기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은 총회선거에 있어서 금권선거를 추방하는데 효과를 주었고, 그 결과 지금은 노회 임원을 선거하는데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제비뽑기가 최고의 방법은 아니다

사실 수년 전 제비뽑기 선거방법을 도입하려고 했을 당시에는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고, 반대한 분들도 많았다. 그 당시 어떤 분은 '성경에 나오는 제비뽑기가 절대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는 '최고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러 방법 중 하나이며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제비뽑기를 주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금권타락선거였기 때문이다. 당시 임원선거에 수억 또는 십 수억까지 돈을 쓰고, 총대에게 식사, 호텔 제공 나아가 매표를 위한 돈들이 오고 갔었다.

금권선거를 하지 말자는 캠페인도 수없이 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급기야 제비뽑기 방식을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는 제비뽑기를 하지 않으면 금권 선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부끄러운 고백 외에 다름 아니었다. 

제비뽑기 이전의 선거관행을 보면 봄 정기노회 후부터(아니 그 전부터) 시작된 선거운동에 수많은 목사, 장로들이 동원되어 시간과 정력의 낭비와 금전 살포,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여 세속 정치판을 방불케 했다. 일단 제비뽑기가 시행되면서 이런 문제점들은 없어졌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임원 선출에 제비뽑기가 정착되자 이제는 중요 상비부장과 신문사, 신학교 이사장 등으로 금권선거운동이 번져 나가는 부작용이 또 생겨났다. 그러자 제89회 총회에서 상비부장을 비롯한 신문사, 세계선교회, 신학교 이사장까지도 제비뽑기 방법을 채택하여 그 부작용을 막게 되었다. 제비뽑기가 만병통치약 같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이대로 좋은가? 이런 질문을 단도직입적으로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솔직히 총회선거 후보등록 내용을 보면서 서글픈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년도에 발표된 선거관리위원회의 총회임원 후보등록 공고문을 보면 제일 오른쪽 발전기금이라고 표현된 난에 총회장 ○○○원, 목사 부총회장 ○○○원, 장로 부총회장 ○○○원, 기타 임원, 상비부장, 공천위원직, 기독신문 이사장, 사장 등의 출마 액수가 적혀 있다. 보고 느끼는 것이 각각 다를 수 있으나 필자의 느낌은 이 방법 역시 돈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명목은 총회 발전기금이나(그 돈이 총회 발전에 어떻게 쓰여 지는지 잘 모르지만.) 사실 '돈 내고 입후보하라! 돈 없으면 그만 두고' 식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웬만한 총회 감투(?) 하나 쓰려면 수천만 원이 필요하다. 이것은 대교회 목사나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 장로 외에는 감투 쓸 생각을 말라고 하는 것 아닌가?(총회 선거 규정에 의한 것이겠지만.)

돈 없이도 총회를 봉사할 수 있는 유능한 분들이 있을 것인데 이 또한 양극화의 한 단면인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한 임원이나 상비부장, 그 외 이사장직 등도 경력 15년~20년, 특히 총대경력이 7회 이상 10회여야 된다는 것을 보면(물론 총회에 많이 오신 분이 총회를 잘 알겠지만) 오래 총회 정치를 해 오신 분들만 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인다. 장로가 순리적으로 당회에서 총대로 가고 노회에서 총회 총대로 10회나 가자면 보통 정치(?)로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따지고 보면 총회 세계선교회 이사장이 총대경력이 꼭 필요한가? 총회신학원 이사장, 기독신문 사장과 이사장도 그런 경력이 꼭 필요한가? 필자가 생각키로는 이런 직무는 총대 경력보다 오히려 전문성과 그 방면에 대한 이력과 식견이 더 재고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완과 대안이 필요하다

세상에 어디 완벽한 제도가 있을 수 있겠는가 만은 감히 분석해 본다면 현행 제비뽑기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대안적 방법을 제시해 볼 수 있다.

첫째, 현행 임원 지역 예선제를 폐지하고 누구든지 총회 당석에서 제비뽑아 후보를 2인으로 압축하고 그 2인을 두고 투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후보가 2인 밖에 없으면 총회 당석에서 제비뽑기를 하고). 또 그 구슬을 뽑는 것은 전총대원들이 할 필요가 없고 당사자가 뽑으면 된다. 교단 합동으로 이제는 총대가 1,000명을 훌쩍 넘어 보통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다. 출석 부르고 구슬 뽑다가 시간 다 가고, 정작 필요한 교단 정책이나 해결해야 될 중요 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지양할 수 있는 대안적 방법이다.

둘째, 앞서 제시한 순서와는 역순으로 만약 지역예선제를 계속 적용한다면 사전 경선을 하고 총회현장에서 제비뽑기를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입후보자들에 대해 먼저 해당지역 내에서 경선을 치르도록 하는데 3명 이상의 후보가 입후보 했다면 해당 지역 총대들이 직임에 적합한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2명의 후보자를 투표로 압축하는 것이다(2명 이하가 입후보 했다면 사전경선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압축한 2명의 후보자를 놓고 총회현장에서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때의 제비뽑기 역시 효율성을 위해 당사자가 뽑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총회의 권위를 세울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를 연구하자

앞서 언급한 방법과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은 것 한 가지가 있다. 굳이 좁은 한반도 그것도 반 토막 난 땅에 3구도로 나눌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느 지역을 가만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유능한 인재가 너무 몰려 있어 문제다. 한 지역 출신이 계속하면 어떤가? 전문성은 완전히 배제된 채 정치적 논리로만 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지금 같은 제비뽑기 제도에서 후보자 정견발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총대에게 선택권이 없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총회를 위해 전문성을 가지고 헌신할 수 있는 분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금년도 총회 부서기에 8명이나 되는 인사들이 입후보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마도 면면이 능력과 그 역할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인사들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역 구도로 인해 적어도 1명 이외 나머지 7명의 입후보자들은 아무리 전문성을 가지고 훌륭한 도덕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총회를 위해 섬겨야할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총회를 섬기는 지도자들의 역할은 곧 산하 노회와 소속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도록 되어있다. 이런 점에서 총회임원선거에 있어서 제비뽑기의 근본 주장인 금권선거운동이 사라진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직무의 전문성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제도를 위해 다시 한 번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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