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é 128은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는 조그마한 식당이다. 22달러(한화로 2,500원)에 근사한 아침과 커피를 즐긴다. 출근하는 샐러리맨을 위해 이 카페가 거의 봉사 수준으로 아침을 준비해 준다. 여느 때처럼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나의 순서표에 따라 사도행전을 읽는다. 이곳에 새로온 쥬디라는 종업원이 있는데, 식기를 치우며 내게 살짝 묻는다. "Are you a Christian?" 아마 기도를 하고, 말씀을 보는 나를 지켜 보았는가보다. 깜짝 놀라 나도 되묻는다. 쥬디는 자신도 크리스챤이라며 활짝 웃는다.

지난 4년 전부터 홍콩에는 이런 모습이 부쩍 늘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이 되고 초기에 사회적으로, 영적으로 찾아왔던 침체기와 2003년에 있었던 사스로 홍콩 사회는 긴장하였고, 그 긴장의 여파는 교회 안에서 영적 각성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홍콩은 영국의 지배 아래 자연스레 서방의 문화와 관습이 들어왔고, 이것이 동양의 것과 조화를 이루어 아시아 월드 시티Asia World City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금융과 무역과 관광의 허브로 큰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가 2003년에 터진 '사스'는 사회적으로 큰 침체를 가져왔다.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고, 무역과 금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시아의 세계적인 도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불안감은 사회적으로 팽배해져 갔다.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팽배해져갈 때, 도시 속에 있는 홍콩 교회에 각성이 일어났다. 1,300여 교회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연합운동과 각성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길(吉)일만 되면, 골목 곳곳에서 종이돈을 태우며, 자신들에게 돈과 부와 명예를 가져다 달라고 제사를 드린다. 번듯한 사람들이 향을 피우고, 합장을 하고, 절을 하며, 앞으로 진행될 사업을 위해 제사를 드린다. 홍콩에는 집집마다 부를 불러다 준다는 '관우'를 섬긴다. 식당을 가도, 집을 가도 신상을 개인적으로 소장하여 향을 피워놓고, 붉은 전등을 켜놓는다.

이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홍콩이 반환되고, 사스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들이 믿었던 부가 그들을 지켜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였다. 불안해졌다. 그러면서 텅 비어버린 그들의 심령을 무엇인가 채우기 위해 더욱 부에 집착하며, 공허해 갈 무렵, 교회가 나서기 시작했다.

길목이 좋은 홍콩 거리 간판의 광고는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그래서 큰 기업 같은 곳에서 월세로 임대하여 광고한다. 상품을 팔며, 기업을 선전하는데 굉장히 선정적이고 과감하다. 어떨 때는 아이들과 함께 가면서 눈을 들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런데 사스를 겪고 난 어느 날부터 좋은 길목 거리마다 '우리에게는 선정적인 사진이 필요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간판이 붙기 시작하였다. 거룩한 도시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 길목이 좋은 홍콩 거리의 간판 광고는 천문학적인 가격을 자랑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기독교의 간판을 붙기 시작했다. 사진은 나단 거리에 세워진 요한복음 10장10절 말씀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함이니라’. ⓒ 김한덕 목사

이것은 한 개인이나, 개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일을 교회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하고 있다. 홍콩에는 1,300여 개의 교회가 있다. 1,300여 교회들 중에는 침례교와 루터란과 우리나라 성결교와 비슷한 선도회, 중화기독교들이 있다. 대략 50~60만 명 정도의 교인으로 본다.

그들 교회들 중에는 규모를 자랑하는 교회들도 꽤 있다. 노스 포인트North Point에 있는 북각선도회, 구룡Kowloon에 있는 구룡침례회, 몽콕Mong Kok의 셀교회로 유명한 목자연합교회, 라이치콕Lai Ci Kok에 있는 은복당 교회들 중에는 만 명 이상의 교세를 자랑하는 교회들도 있다. 이 교회들이 연합되기 시작하면서, 교파와 교단을 초월하여 홍콩 성시화, 홍콩 복음화, 영적 각성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프랭클린 초청집회는 홍콩스타디움과 경마장에서 수십만 명 이상이 모이는 대형집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여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작지만, 1300교회가 힘을 합쳐 홍콩 사회에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공영 방송사의 중요한 시간대를 사서 주일 아침에 복음주의 목회자들의 말씀을 내보내고 있다. 시청률이 꽤 높다. 케이블에서는 3개 채널이 기독교 방송으로 운영이 된다. 홍콩은 기독교는 작아도 기독교 문화의 힘이 흐르고 있는 곳이다.

부활절은 3,4일 동안 공휴일로 온 나라가 휴가를 보낸다. 이곳에서 가장 큰 명절은 성탄절이다. 이제는 교회들이 백화점과 기업에 성탄절을 뺏기지 않는다. 매년 성탄절 Habor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인다. 작년 성탄절 때 깜짝 놀라는 장면을 보았다. 성탄축하예배를 드리고 거리로 나오니까 수십만 명의 홍콩 사람들이 Habor로 움직였다. 그런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탄생하신 예수님이 우리의 주님이라는 작고, 아름답고, 빛나는 스티커를 붙여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옷에 작고, 아름답고 빛나는 스티커를 붙여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홍콩 교회의 놀라운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성탄절이 그냥 즐거운 시간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교회들이 연합하여 기획하고, 기도하고, 성도들로 하여금 그 일을 돕도록 한 것이 느껴지니까 감동이 왔다.

지난 2007년 12월에는 중국 가정교회 지도자 5,000명을 초청하여 공항 옆에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였다. 이것은 홍콩 교회사에서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다. 홍콩 교회가 세계 교회로부터 섬김을 받던 일을 끝내고, 이제 다른 교회들을 섬기기 시작한 것이다. 홍콩에 복음이 들어온 시기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지만, 성장과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홍콩 교회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복음을 전하며, 선교사를 파송하기 시작하였다.


▲ 조던거리 입구에 세워진 ‘예수님은 주님이십니다’ 이 간판은 공항에서 구룡으로 들어올 때 보게되는 첫번째 간판이다.  ⓒ 김한덕 목사

특별히 1국가 2체제로 중국의 오성 깃발이 펄럭이면서 마음껏 찬양과 경배와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곳은 홍콩이 거의 유일한 곳이다. 일 년에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대륙의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 넘는다. 그들을 위한 만다린 예배가 개설되고 있다.

홍콩에는 Domestic Helper들이 수십만 명 들어와 있는데, 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 그 나라의 젊은 엘리트 여성들이다. 그들은 주로 무슬림들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홍콩 교회들이 이들에게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Dometic Helper들을 선교하기 위한 교회들이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우리 교회와 한 빌딩을 사용했던 침례교회는 Domestic Helper들을 선교하기 위한 교회였다. 그 숫자가 300명을 넘어 갔다. 무슬림을 전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곳 홍콩에서 영어를 사용할 줄 알고, 대학교육을 받은 무슬림들이 개종하여 교회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이상 홍콩에 거주하다가 본국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무슬렘 선교를 감당한다.

그러나 아직도 홍콩 교회는 개별적으로 보면 미약하다. 1300개의 교회 중에서 1000개 이상은 200명 미만이다. 선교대상국은 아니지만, 선교가 필요한 곳이다. 7년 이곳 홍콩에 머물면서 이들을 몸부림을 보고 있다. 기도와 도움이 필요하다.

어제는 스타벅스Starbucks에서 커피 한잔을 놓고 오랫동안 기도하던 형제를 보았다. 남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그 젊은이처럼, 소수지만 자신의 신앙을 분명히 고백하는 홍콩 교회가 우뚝 세워지면, 아시아 월드 시티Asia World City로 모여드는 서양과 동양의 잃어버린 영혼들에게 정말 생명의 주님을 담대하게 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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