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상원의원은 지금도 자기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케냐인 생부에 인도네시아인 계부를 두고 있는 가족 내력 때문에 그가 이슬람교도라는 괴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의 가운데 이름은 '후세인'이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 이름 셋이 온통 주류 미국인들에게는 낯선 그에게 어쩌면 가장 감추고 싶은 이름이 '후세인'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이름이 어떻든, 그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그가 무슬림이고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성경이 아니라 코란에 손을 얹고 대통령 선서를 할 것이라는 소문은 오마바의 말대로 "정치적 기만을 의도한" 악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이 노골적인 괴소문 보다, 대선 후보의 '종교'에 민감한 복음적 그리스도인 유권자들에게는 오바마와 관련하여 오히려 더 부담스러운 종교관련 사항이 있다. 그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가 속한 교단이다.

연합그리스도교회는 지난 2005년 7월 4일 총회에서 "성(gender)과 상관없이 커플이기만 하면" 곧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애자와 성전환자 커플도 이성 커플과 "동등하게 결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주류 교단으로서는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한 것이다. 교단 결의가 산하 교회에 강제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만인의 동등한 결혼의 권리'(Equality Marriage Rights for All) 결의안 채택 이후 이 교단 산하 여러 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했다. 이 결의안에서는 포커스 온 더 패밀리 등 가족주의 기독교 단체들이 주도하여 동성결혼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연방헌법 결혼수정안(Federal Marriage Amendment)에 대한 반대 입장도 들어 있었다.

슈퍼 화요일 이후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버락 오바마가 20년 가까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가 바로 이 연합그리스도교회에 속해 있다. 그가 이 교단에 속해 있다는 것 자체보다는 이 교단이 동성결혼을 공식 지지한 최초의 미국 주류 교단이라는 사실에 복음적 그리스도인 유권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미국 복음주의 진영의 정치적 성향이 전에 비해 유연해지고 있고 또 관심을 가지고 보는 후보자들의 정책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동성결혼이나 낙태 같은 문제가 갑자기 대선 쟁점 목록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복음적 유권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체크하고 있으며, 후보들도 각자 최선의 입장을 정리해 내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 미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시카고에 있는 트리니티 연합그리스도교회 예배시간에 기도드리고 있다. ⓒ AP

2006년 6월 미국연방 상원은 동성결혼을 연방헌법으로 막기 위한 연방헌법 결혼 조항 수정에 반대하는 결의를 했다. 물론 이때 연합그리스도교회는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2008년 대선 경선에 뛰어든 상원 의원 버락 오바마(일리노이)와 힐러리 클린턴(뉴욕), 존 매케인(애리조나) 모두 헌법수정에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의 오바마와 클린턴, 공화당의 매케인과 허커비, 네 명 가운데서 동성결혼 문제에 관한 한 복음적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장 많이 얻고 있는 후보는 허커비다. 그는 "복음주의 신앙의 관점에 따라 동성결혼에 반대한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명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공화당 후보이지만 매케인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보수적 공화당원이나 복음적 그리스도인 공화당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민주당 주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케인은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해야 한다'며 동성결혼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그러나 동성결혼을 금지하든 합법화하든 연방 헌법으로 이것을 규제하려는 것은 주의 "근원적인 권리"를 뒤흔드는 것이라며, 일부 복음주의 단체들이 주도하는 연방헌법 결혼조항 수정 운동에도 반대한다. 이 점 때문에, 제임스 돕슨 같은 우파 기독교 지도자들은 매케인을 싫어한다. 대신 그는 주들이 결혼 법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5년 8월, 매케인은 결혼을 한 여자와 한 남자로 한정하여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결혼하지 않는 동성애자 커플에게 주정부 재정으로 복지혜택을 주는 것을 막으려는 애리조나 주 헌법 수정 주민투표 발의를 지지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는 2006년 6월, 연방헌법 결혼조항 수정에 자신이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성명을 발표, "개인적으로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해야 하는 것임을 확신한다. 그러나 나는 결혼에 관한 결정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주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이 미국인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서전 (대담한 희망)에서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것을 꺼리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나는 열려있다… 내가 사회적 편견과 편애에 오염되어 있을 수도 있다."

2006년 10월 힐러리 클린턴 뉴욕 상원의원은 "나는 동성결혼에는 반대하고 시민결합을 지지하지만, 뉴욕 주지사와 주 의회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절차는 막아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클린턴 상원의원 역시 동성결혼을 금지하려는 목적으로 결혼의 정의를 남성과 여성 사이로 한정한 조항을 넣으려는 연방헌법 결혼 조항 수정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클린턴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이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가 게이레즈비언 단체의 항의를 받고는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분석가들은 대선 주자들이 대체로 동성결혼 문제와 관련하여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서 하는 것이라는 전통적 정의를 지지하고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일부 기독교 우파가 동성결혼을 원천봉쇄하려는 목적으로 연방헌법에 결혼에 대한 전통적 정의를 못 박아 두려는 헌법 수정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동성커플에게도 이성부부에 준하는 복지혜택을 주는 동성결합 제도에 동의하는 이유는 이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동성결혼 문제와 함께 복음적 유권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가치문제인 낙태에 대해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사이에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매케인과 허커비 모두 임신부에게 낙태의 권리를 보장한 지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고, 민주당의 오바마와 클린턴은 낙태권리의 헌법적 보장을 지지하고 있다.


▲ 미국 복음주의 진영의 정치적 성향이 전에 비해 유연해지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버락 오바마는 그가 속한 교단의 동성결혼에 관한 입장으로 인해 잠재적 쟁점을 안게 되었다. ⓒ www.barackob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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