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이라크 쿠르드 자치 지역에 살고 있는 소수 민족인 야지디족 마을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2003년 3월 20일, 미국과 영국 동맹군의 침공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기나긴 전쟁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에서 그동안 수없이 많은 테러 사건이 발생했지만, 단일 사건으로 이번만큼 많은 희생자를 낸 적도 없었다. 야지디 마을 두 곳에서 발생한 이번 차량 폭탄 테러로 많게는 500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번 테러를 자행한 세력으로는 '알카에다 메소포타미아'라는 수니파 이슬람 과격단체가 지목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알카에다 메소포타미아'와 연계돼 있는 '이라크 이슬람 국가'가 이번 사건 발생 일주일 전에 야지디족은 반-이슬람 조직이라며 비난하는 전단지를 돌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야지디(Yazidi)'는 이번 테러의 희생자가 된 이 소수민족의 이름이자 동시에 이들의 종교 명칭이기도 하다.

야지디족은 쿠르드족 가운데 야지디교를 신봉하는 소수집단이다. 야지디교는 쿠르드족 고유의 종교이지만, 현재 쿠르드족의 다수는 수니파 이슬람을 신봉한다. 수니파 이슬람을 믿는 쿠르드 다수파는 유대교와 조로아스터교, 기독교, 이슬람의 등의 영향을 받은 혼합주의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야지디교를 고수하는 소수파를 자신들과 아예 다른 민족 취급해 차별과 탄압을 일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야지디족은 이중의 차별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야지디족 테러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 내 소수민족들이 겪고 있는 탄압과 박해, 테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여론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

이라크 내 소수민족이 테러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전,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도, 이 나라의 소수민족들은 정부가 개입된 조직적인 탄압과 인종청소의 희생자였으며, 이러한 형편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지금까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 이들은 더 위태로운 처지에 몰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2003년 전쟁 발발 이후, 이라크 내 소수집단인 기독교회에 대한 조직적 테러 공격의 첫 사례로 꼽히는 사건은 지난 2004년 8월 1일 발생했다. 그날은 주일이었다. 바그다드와 모술의 기독교회 다섯 군데에서 동시다발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10여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공격을 받은 교회는 이라크 중부, 바그다드에 있는 시리아가톨릭교회, 칼데아교회, 아시리아교회, 아르메니아 가톨릭교회 한 곳씩과 이 나라 북부, 모술의 칼데아교회 한 곳이었다.

당시 이 사건이 일어나자 국제사회와 세계교회는 이라크 내 과격 이슬람 세력들이 이라크 전쟁을 '기독교 대 이슬람' 종교전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자행한 테러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 이라크 내 소수집단인 기독교인들이 시리아를 비롯한 이웃 나라들로 탈출하기 시작했고, 기독교인과 교회에 대한 크고 작은 테러도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해 8월에는, 바그다드에서 기독교인 여성 13명이 납치·살해됐다. 9월에는 로마가톨릭 교황이 독일 방문 중에 한 '이슬람 모독 발언'에 대한 반감이 격화되면서 바스라 지역의 한 시리아가톨릭교회에서 한 남자가 살해되고 그 다음 날에는 바그다드의 한 시장에서 기독교인이 칼에 난자당해 숨졌다. 이 사건은 교황이 사과하지 않으면 사흘 안에 이라크 기독교인을 모두 살해하겠다는 한 이슬람 과격 청년단체의 전단지가 나돌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어 10월에는 모술에서, 14살 밖에 되지 않은 남자 아이가 십자가에 매달린 채 시신으로 발견됐고, 파울리스 이스칸데르 시리아정교회 신부가 목이 베여 살해됐다.

이런 테러들이 잇따르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라크계 기독교 단체인 '이라크의 아시리안을 위한 기독교인'(Christians for Assyrians of Iraq)은 이라크에서 증가하고 있는 기독교에 대한 테러와 탄압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백악관 가두행진과 25일간의 금식기도 캠페인을 했다. 당시 이 단체 인사들은 이라크 전쟁 상황에서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소수는 바로 기독교인이라며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 세워달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그나마 이라크 국경 밖으로 피신할 수 없는 기독교인들은 북쪽 니네베(성경의 니느웨) 지역을 마지막 피신처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 지역도 썩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스튜어트 보윈 미국 국무부 이라크 파견 감찰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내 소수 집단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자, "니네베에 소수 집단 보호 지역을 만드는 일을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나이나 세아 허드슨종교자유연구센터 디렉터는 "그런 일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8월 27일치 <워싱턴 포스트> 기고 "이라크의 위험에 처한 소수들"에서 지적했다. 그는, 소수를 위한 그런 안전지대를 만든다면 그것은 미국 정부의 분파주의 억제 정책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데이비드 세터필드 국무부 이라크 정책 조정관의 말을 인용했다.

이라크 전쟁으로, 무고한 이라크 사람들이 죽어나고 있다. 후세인 정권 시절 집권 세력이었던 수니파와 그때 억눌렸던 시아파 사이에 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서 수많은 무슬림 이라크인들이 희생되고 있으며1), 그 틈바구니에서는, 이 나라에서 한 번도 권력을 쥐어보지도 휘둘러보지도 못한 소수민족, 소수종교집단들이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어느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 최대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전쟁을 시작한 부시 미국 정부는 이 전쟁 자체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이 희생에 대해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주
1) 이라크 내 알카에다 조직이 자행한 2006년 2월 22일 알-아스카리 모스크 폭탄 테러는 두 이슬람 종파의 극한 대립과 갈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슬람 시아파의 성지인 이 모스크가 크게 파손되자 그 뒤 며칠 동간 상호 보복 살해가 잇달아 수많은 인명이 살상됐다. 알-아스카리 사원은 지난 6월 또 다시 수니파 테러 조직의 공격을 받아 남은 첨탑 둘마저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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