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톨릭 교황청(바티칸)이 "16세기 종교개혁에서 생겨난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은 "교회  Church/Ecclesiae"라고 부를 수 없다는 요지의 문서를 7월 10일 공개 발표했다.

바티칸 신앙교리성이 작성하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재가한 <교회 교리의 특정 측면들에 관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교회론 문답)은 프로테스탄트교회는 사도계승을 따른 직제를 갖추고 있지 않고 성례를 거행할 수 있는 사제가 없기 때문에, 또, 그래서 "참되고 온전한 성찬 신비의 본질을 보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톨릭 교리 고유의 의미에서 '교회들'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문서는 프로테스탄트교회를 "교회공동체들 ecclesial Communities/communitates ecclesiales"로 지칭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이 기사를 제법 크게 다뤘고, 국내 언론들도 이를 그대로 받아 보도했다. 그런데 이 뉴스를 전하는 어느 매체에도 16쪽 짜리 <교회론 문답>의 내용은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기독교 전문 매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대꾸한다면 핑계에 불과하다. 기독교 전문 매체가 아닌 것 치고는 그 뉴스를 상당히 크게 보도했다. 그만큼 크게 보도했다면 적어도 그만큼은 내용에도 성의를 보태야 했다.

월드 뉴스메이커, 교황이 개신교회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 선정성에서 한 발짝 물러나 문제의 그 문서를 일단 꼼꼼하게 읽어보자. 그래야 제대로 된, 결정적 비판이 가능해진다.

신학자도, 더구나 가톨릭에 대해서는 더더욱 비전문가인 기자가 독해한 것이라는 약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하면 바티칸이 발표한 이 문서의 다른 언어 판들(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폴란드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과 대조하면서, 그리고 이 문서와 함께 발표한 <이 문서에 대한 해설>을 참고하면서 읽기를 바란다. 기자의 논평(▶ 표시 부분)도 덧붙였다.

로마가톨릭 교황 취임 직후인 2006년 1월 7일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회장 커크패트릭 목사(미국장로교회, 사진왼쪽) 일행이 베네딕토 16세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가톨릭과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지금까지 해온 대화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의미 있는 수렴이 이루어졌다. 이번 만남의 결실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해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교회론 문답' 파문으로 베네딕토 16세가 "수렴했다"고 한 개혁교회 신학자들과 가톨릭신학자들의 '그리스도의 교회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실체가 무엇인지 되짚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세트리 은요미 WARC 사무총장은 '교회론 문답'은 "로마가톨릭교회만이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라는 배타적인 주장"이라며 "개혁교회와 대화에 임하는 로마가톨릭교회의 자세가 진지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사진 | WARC
로마가톨릭 교황 취임 직후인 2006년 1월 7일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회장 커크패트릭 목사(미국장로교회, 사진왼쪽) 일행이 베네딕토 16세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가톨릭과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지금까지 해온 대화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의미 있는 수렴이 이루어졌다. 이번 만남의 결실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해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교회론 문답' 파문으로 베네딕토 16세가 "수렴했다"고 한 개혁교회 신학자들과 가톨릭신학자들의 '그리스도의 교회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실체가 무엇인지 되짚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세트리 은요미 WARC 사무총장은 '교회론 문답'은 "로마가톨릭교회만이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라는 배타적인 주장"이라며 "개혁교회와 대화에 임하는 로마가톨릭교회의 자세가 진지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사진 | WARC

교회 교리의 특정 측면들에 관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서론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인류의 빛>과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 동방 교회들에 관한 교령 <동방 교회들>을 통하여, 가톨릭 교회론의 갱신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또한 교황들도 실천을 위한 통찰과 방향을 제시하여 이러한 갱신에 기여하였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 <주님의 교회>(1964)에서,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1995)에서.

교회론의 다양한 측면들을 더욱 명확하게 해석하려는 신학자들의 노고의 결과로 이 분야에서 많은 저술들이 나왔다. 이 주제가 가장 많은 열매를 맺은 것의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고 바로 잡아 분명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교회의 신비> 선언(1973), 가톨릭교회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 <친교의 개념>(1992), <주님이신 예수님> 선언(2000)은, 모두 바로 이러한 필요 때문에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것들이다.

연구 대상의 방대함과 관련 주제의 새로움이 이 문제에 관한 신학적 성찰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나온 수많은 새로운 저술들 가운데는 오류가 있는 해석에 오염되어 혼란과 의심을 낳는 것도 일부 있다. 신앙교리성은 이러한 많은 해석들에 그동안 주의를 기울여 왔다. 교회에 관한 가톨릭 교리의 보편성을 위탁받은 신앙교리성은, 가톨릭교회의 권위 있는 문서들이 제시한 교회론과 관련한 일부 표현들 가운데서 신학 논쟁에서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들의 진정한 의미를 밝힘으로서 이와 같은 질문들에 답하고자 한다.

▶ 이 문서를 작성하고 발표한 신앙교리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나온 주요 문서들이 "가톨릭 교회론의 갱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갱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 문서의 본문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신앙교리성은, 로마가톨릭 교회론의 근거를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서 3건(교의헌장 1건과 교령 2건)과 그 이후에 나온 교황 회칙 2건에 두고 있다. 문답 형식의 본문에서 신앙교리성은 이 문서들을 주 논거로 제시하는데, 그 까닭은 바로 이 문서들(적어도 앞의 3건)이 가톨릭 내부에서 교회론과 관련한 해석상의 논쟁에서도 핵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로마가톨릭교회가 다른 교회들에 대하여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바로 이 세 건의 문서들이 그런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곳 서론에서 신앙교리성은 이 문서의 목적이 교회론에 대한 가톨릭 내부의 일부 해석상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다. 로마가톨릭 신학의 수호기관, 신앙교리성은 이번에 발표한 <교회론 문답> 이전에도 이미 적어도 3건의 유사한 문서를 발표했다는 사실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제1문: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가톨릭 교리를 바꾸었는가?

답변: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 교리를 바꾸지 않았고 바꾸려는 의도도 없었다. 오히려 이 교리를 발전시켰고, 심화시켰고, 그리고 더 완전하게 설명했다.

이 점은 요한 23세가 이 공의회 개회 연설에서 분명하게 말한 것이다.1) 바오로 6세는 이점을 확인하였고2) 교의헌장 <인류의 빛>을 반포하면서 이와 같이 설명했다: "이 교의헌장의 반포가 전통 교리에서 바꾸는 것은 실제로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설명은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바라신 것을, 우리도 바랍니다. 과거에 있는 것이 지금도 여전히 있습니다. 수세기에 걸쳐 교회가 가르쳐 온 것을, 우리도 또한 가르칩니다. 간략하게 말하면, 과거에 추정되었던 것이 이제는 명확해졌고, 분명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해졌고, 숙고했고 토론했고 그리고 때로는 논쟁했던 것이 이제는 하나의 분명한 정식으로 통합되었습니다"3) 이 공의회에서 주교들은 이러한 뜻을 거듭 표현했고 완수했다.4)

▶ 신앙교리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로마가톨릭 '교회 교리'를 전혀 바꾸지 않았다고 잘라 말한다. 이것이 이들이 서론에서 말한 '갱신'의 핵심 의미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의 바티칸 전문 기자 존 앨런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톨릭 내부에는 이 공의회를 가톨릭의 일대 변혁을 일으킨 사건으로 해석하는 '변화 학파 change school'와 이 공의회와 이전 공의회들 사이의 "부드러운 연속성"을 주장하는 '연속 학파 continuity school'가 있다며, 이번 <교회론 문답> 문서 발표는 '연속 학파'가 거둔 "두 가지 대승"의 하나라고 평가했다(다른 하나는 역시 베네딕토 16세가 최근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폐지된 라틴미사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연속"이라는 말에도 부드러운 '발전' 또는 '진보'라는 뉘앙스가 들어있다고 한다면, 이번 문서는 '연속 학파'의 승리가 아니라, 만약 이런 그룹이 있다면, 제3의 '회귀 학파'의 승리라고 해야 더 적절할 것 같다.

어쨌든, 제1 문답에서 '연속 학파'에 가깝든 '회귀 학파'라고 부르든 신앙교리성은 가톨릭 내부의 '변화 학파'를 논적으로 겨누고 있다.

제2문: 그리스도의 교회가 가톨릭교회 안에 있다(subsist)고 확언하는데,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답변: 그리스도는 오직 하나의 교회를 "이 땅 위에 세우셨고" 이것을 "가시적이며 영적인 공동체"로서 제정하셨다.5) 이 교회는 그 시작부터 지난 수세기 동안 언제나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이 교회 안에서만 그리스도께서 친히 제정하신 모든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6) "바로 이 유일의 그리스도의 교회, 이를 우리는 신경에서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고 사도적 교회라고 고백한다. 이 세상에 제정되고 조직된 사회인 이 교회는, 베드로의 계승자와 그와 친교를 이루고 있는 주교들이 다스리는 가톨릭교회 안에 있다"7)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인류의 빛>의 제8번에 나오는 '안에 있다'는 말은 이러한 변함없는 역사적 연속성과 그리스도께서 가톨릭교회 안에 제정하신 모든 요소들의 항구성을 의미하며,8) 따라서 이 가톨릭교회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이 땅 위에서 구체적으로 발견된다.

가톨릭 교리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교회는 가톨릭교회와 완전한 친교를 이루지 않고 있는 교회들과 교회공동체들(ecclesial Communities) 안에도, 이들 안에 성화와 진리의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현존하고 활동한다고 바르게 말할 수 있다.9) 그렇지만 '안에 있다'는 말은 가톨릭교회에만 정확하게 쓸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말이 신앙의 상징들("하나의" 교회를…믿습니다) 안에서 우리가 고백하는 일치의 표지를 가리키기 때문이며, 이 '하나의' 교회는 가톨릭교회 안에 있기 때문이다.10)

제3문: 단순히 '이다'(is)라고 표현하지 않고 '안에 있다'라고 표현한 까닭은 무엇인가?

답변: 이 표현은 그리스도의 교회와 가톨릭교회의 온전한 동일성(identity)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표현을 사용한다고 해서 교회에 관한 교리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표현은 "성화와 진리의 많은 요소들을" 로마가톨릭교회 구조 밖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그리스도의 교회에 온전히 속하는 은혜인 이 요소들 때문에 "가톨릭적 일치(Catholic Unity)를 지향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며, 이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11)

"따라서 이 갈라진 교회와 공동체들은, 비록 결함의 아픔 가운데 있기는 하지만, 구원의 신비 안에서 그 의미와 가치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성령은 그들을 구원의 도구로 쓰시는 것을 피하지 않으시며, 그들의 가치는 가톨릭교회에 맡기신 은혜와 진리의 충실에서 나온다."12)

▶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마무리되자 가톨릭 내부의 혁신 세력들과 개신교회들은 로마가톨릭의 '변화'를 환영했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교회는 가톨릭교회 안에 있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의 이 한 구절을 '그리스도의 교회=(is)로마가톨릭교회'라는 공식을 처음으로 포기한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 문서는, 실제로도, 이후 로마가톨릭교회가 정교회나 개신교회와 대화를 시작하는 신학적, 교리적 근거가 됐다.

그런데 신앙교리성은 같은 교의헌장, 같은 구절을 전혀 다르게, "'안에 있다'는 말은 변함없는 역사적 연속성과 … 항구성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신앙교리성이 이러한 연속성을 강조하는 해석의 근거(참고)로 제시한 것들이 자신들이 앞서 발표한 문서들(각주 8번의 신앙교리성 문서 3건)이라는 사실이다.

신앙교리성은 "'안에 있다'는 말은 가톨릭교회에만 정확하게 쓸 수 있다"고 독단적 주장을 하면서 그 앞뒤 문맥에 가톨릭 내부의 권위 있는 문서들을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적절하게 골라 짜 맞춰 넣고 있다. 한마디로, 신앙교리성은 자기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루터교세계연맹(LWF) 총재 마크 핸슨 목사(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가 2006년 11월 17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접견한 자리에서 '루터의 아침 기도문' 액자를 선사하고 있다. '칭의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하는 등 로마가톨릭교회와의 대화에 적극적이었던 루터교세계연맹도 이스마엘 노코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교회론 문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사진 | L'Osservatore Romano

제4문: 가톨릭교회와의 완전한 친교(full communion)에서 갈라져나간 동방 교회들을 가리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라는 용어를 쓴 까닭은 무엇인가?

답변: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 용어의 전통적 사용을 채택하고자 했다. "동방교회들은, 비록 분리되어 있지만, 참된 성사들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사도계승 때문에-사제와 성찬을 보유하고 있고, 그런 까닭에, 우리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13) 그들은 "개별 또는 지역 교회들"(particular or local Churches)이라는14) 명칭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개별 가톨릭교회들의 자매 교회들(sister Churches)로 불린다.15)

"하나님의 교회가 세위지고 자라는 것은 이러한 교회들 각자 안에서 주님의 성찬례를 거행함을 통해서이다."16) 그렇지만, 로마의 주교이자 베드로의 계승자를 가시적 수장으로 하는 가톨릭교회와의 친교는 개별 교회에게 요구되는 어떤 외적 보완 요소가 아니라 그 내적 구성 원리의 하나이므로, 이 존경받을만한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은 개별 교회들로서의 그들의 조건에 일부 결함이 있다.17)

또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분열 때문에, 베드로의 계승자와 그와 친교를 이루고 있는 주교들이 다스리는 교회만이 보유하고 있는 보편성의 완성이 역사에서 완전하게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18)

제5문: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서들과 이 공의회 이후에 나온 가톨릭교회의 권위 있는 문서들이 16세기 종교개혁에서 생겨난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에 대하여 "교회"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답변: 가톨릭 교리에 의하면, 이 공동체들은 사도계승에 따른 성품성사(sacrament of Orders)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교회의 구성요소를 결여하고 있다. 특히 성례를 거행하는 사제(sacramental priesthood)가 없기 때문에 성찬 신비(Eucharistic Mystery)의 참되고 온전한 본질을 보존하고 있지 않은 이 교회공동체들은,19) 가톨릭 교리를 따르면, 그 고유한 의미에서 "교회들"이라고 불릴 수 없다.20)

▶ 신앙교리성은 제2, 제3 문답에서 가톨릭 교회론에 대한 독단적 해석을 내린 다음, 제4, 제5 문답에서는 이를 동방교회와 개신교회에 확대 적용한다.

이들은 동방교회에 대해서는 비록 떨어져나가기는 했지만 사도계승 교리에서 볼 때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 '개별교회들' 또는 '지역교회들'이라고 불러 준다. 그렇지만 개별교회로서 동방교회에는 교황수위권을 인정하지 않는 '결함이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신앙교리성이 볼 때, 개신교회의 결함은 더 크다. 이들은 교황수위원은 말할 필요도 없고 사도로부터 역사적으로 계승된 성직자도, 성례전도, 성찬도 없다고 못 박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각주 20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신앙교리성은 이미 지난 2000년 <주님이신 예수님>이라는 문서를 발표해 이번 문서의 요지와 동일한 주장을 했으며, 특히 당시 이 문제의 문서를 통해 개신교회는 교회가 아니라 교회공동체라고 주장한 장본인이 바로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라는 사실이다.

사실 개신교회를 '교회공동체'로 낮춰보는 신앙교리성의 가톨릭 교회론은 1981년부터 2005년 교황에 취임할 때까지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활동한 현 교황의 작품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아래에 서명한 신앙교리성 장관 추기경이 알현한 자리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신앙교리성 정례회의에서 채택한 이 답변들을 재가, 추인하시고, 그 발표를 명령하셨다.

로마 신앙교리성 사무처에서
2007년 6월 29일
신앙교리성 장관 윌리엄 레바다 추기경
차관 안젤로 아마토 대주교

▶ 1999년 10월 31일 종교개혁기념일에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의미있는 역사적 의식이 거행됐다. 루터교세계연맹과 바티칸 교회일치평의회가 <칭의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에 이날 여기서 조인한 것이다. 기독교 교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칭의교리에 두 교회가 접점을 찾았다는 점 때문에 당시 이 행사는 큰 주목과 환영을 받았다(소리 1호' 세계교회 이야기' 참조). 그러나 그 잔치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이듬해 2000년 6월 신앙교리성은 <'자매교회'라는 표현에 관한 주의>와 8월 <주님이신 예수님>이라는 문서를 잇달아 발표해 세계 교회 일치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

'2000년 6월 30일자 신앙교리성 장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명의로 세계 가톨릭주교회의 앞으로 보낸 서신 <'자매교회'라는 표현에 관한 주의>에서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보편교회로서의 로마가톨릭교회를 '어머니 교회'로, 그 아래에 개별교회들로서의 로마가톨릭교회들(가령 한국천주교회, 미국로마가톨릭교회 등)과 동방교회들이 '자매교회들' 관계로 존재한다는 도식을 제시했다. 물론 이 문서에서 이미 개신교회는 이 교회 가족에 감히 들 수 없는 '교회공동체'에 불과했다.

신앙교리성 장관 요제프 라칭거 명의의 <주의> 서신에 이어 두 달 뒤인 2000년 8월 6일 그는 당시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권위를 빌어 <주님이신 예수님>을 발표, 이번 <교회론 문답>의 공식을 일찌감치 틀잡았다.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0년 <주님이신 예수님>에서는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이번 2007년 6월 29일 <교회론 문답>에서는 교황으로 그 이름을 올렸다. 이 문제에 대한 베네딕토 16세의 의지와 집요함이 느껴진다. 과거 가톨릭 강경 보수신학자 라칭거 추기경의 성향이 로마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권위를 입은 채 되살아나 더 한층 강화될 조짐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각주

1) 요한 23세, 1962년 10월 11일 연설.
2) 참고. 바오로 6세, 1963년 9월 29일 연설.
3) 바오로 6세, 1964년 11월 21일 연설.
4)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리스도의 교회와 가톨릭교회의 동일성(identity)을 표명하고자 했다. 이점은 일치교령 <일치의 재건>에 관한 토론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교령의 개요는 1964년 9월 23일 제2차 바티칸공의회 회의에서 제안됐다.
5) 참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의헌장 <인류의 빛>, 8.1.
6) 참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령 <일치의 재건>3.2; 3.4; 3.5; 4.6.
7)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의헌장 <인류의 빛>, 8.2.
8) 참고. 신앙교리성, 선언 <교회의 신비>, 1.1.; 선언 <주님이신 예수님>, 16.3.; 레오나르도 보프의 책, <교회: 은총과 권력>에 관한 공지.
9) 참고.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
10) 참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의헌장 <인류의 빛>, 8.2.
11)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의헌장 <인류의 빛>, 8.2.
12)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령 <일치의 재건>, 3.4.
13)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령 <일치의 재건>, 15.3.; 참고. 신앙교리성, 서한 <친교의 개념>, 17.2.
14)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령 <일치의 재건>, 14.1.
15) 참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령 <일치의 재건>, 14.1.;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 56.
16)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령 <일치의 재건>, 14.1.
17) 참고. 신앙교리성, 서한 <친교의 개념>, 17.2.
18) 위와 같은 문서.
19) 참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령 <일치의 재건>, 22.3.
20) 참고. 신앙교리성, 선언 <주님이신 예수님>, 17.2.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