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에 이권이 스며들고 있다. 찬송가 문제로 한국교회가 어수선하다. 우리는 이런데, 영국에서는 올해 유독 찬송 하나가 교회와 사회 일반에서 신선한 감동과 사회적 행동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그 찬송이다.

"Amazing grace, how sweet the sound/ That sav’d a wretch like me!/ I once was lost, but now am found,/ Was blind, but now I see."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지난 2월 18일 주일,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교회들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그리고 [어메이징 그레이스] 주일(Amazing Grace Sunday) 닷새 뒤인 2월 23일에는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영국에서 개봉됐다.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2006)는 18세기 영국에서 노예제도 반대운동을 펼쳐, 노예무역금지법을 성립시킨 윌리암 윌버포스의 젊은 시절을 대형스크린으로 옮긴 전기 드라마이다.
사진 |
http://amazinggracemovie.com

2007년은 영국에서 노예무역이 법으로 금지되고 200주년이 된 해이다. 노예무역금지법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고 그 법에 따라 대영제국에서는 더 이상 노예를 사고 팔 수 없게 된 날이 바로 1807년 2월 23일이었다.

그리고 200년이 지난 오늘 영국의 교회와 사회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그 뜻 깊은 역사를 되새기는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찬송가 문제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교회에서도 아주 친숙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나 같은 죄인 살리신)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이 찬송시는 노예무역선 선장 출신 성직자 '존 뉴턴'(John Newton)이 지었다. 이 노래는 결코 신실한 성도라 할 수 없는 한 인간이 어느 날 폭풍을 만났고, 그 가운데서 자신을 건지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됐고, 그리고 회심하여 지은, 자기 고백적인 찬송시인 것이다.

이 찬송은 그러나 '존 뉴턴'이라는 한 개인의 회심과 구원의 감격을 노래하는 것으로 그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이 노래에는 한 개인의 변화를 넘어 시대의 변화를 끌어낸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 이야기에는 또 한 사람의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등장한다.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바로 그 사람, 노예무역금지법 제정을 주도한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의 휴먼 스토리이자 그 법이 제정되는 과정을 그린 역사 드라마다.

그리스도인 정치가로서 선한 정치의 소명을 확신했고 노예무역을 폐지하는 것으로 그 소명을 실천하고자 헌신했던 윌리엄 윌버포스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의 타이틀이 [어메이징 그레이스]인 데는 그만한 이야기가 있다.

영화 [에메이징 그레이스]에서 당시 노예무역 폐지운동의 숨은 주역으로 등장하는 한 사람이 '존 뉴턴'이다. '존 뉴턴'은 - 이 영화에서, 그리고 실제로도 - 젊은 정치가 윌버포스가 정치를 포기하고 성직자가 되려할 때 '하나님께서 정치 세계에서 쓰실 것'이라 소명의식을 북돋워 주었으며, 그가 노예무역 폐지운동을 주도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실제적인 힘이 되어주었다.



존 뉴턴 (John Newton, 1725~1807)
영국 프로테스탄트 목사와 찬송가 작가로서 18세기 영국 신앙각성운동의 지도자이다. 정규교육을 받은 일이 없고, 노예선의 선장으로 아프리카무역에 종사하였으나, 1747년에 회심을 하고 독학한 뒤 목사가 되어 평생 복음을 전하였다. 그의 묘비에는 "심부름꾼 존 뉴톤은 우리의 주님 되시고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풍성한 은혜로 보존되고 회복되고 용서받고 또 자기가 오랬동안 대적하고 파괴하려 했던 믿음을 오히려 전하게 되었습니다."고 적혀있다.
ⓒ 2006 Church Mission Society and Citizenship Foundation

노예제도 존속을 주장하는 정적들과의 싸움에서 분투하던 윌버포스는 존 뉴턴을 찾아가 노예무역의 추악하고 비참한 현실을 추밀원에서 직접 증언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그 자신 노예무역을 했던, 이제는 존경받는 성직자 존 뉴턴의 고백과 증언은 결국 노예무역금지법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처럼,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한 노래를 중심으로 -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에서는 윌리엄 윌버포스가 의원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 - 노예무역을 일삼았던 한 추악한 인간의 극적인 회심과 변화된 삶의 이야기가, 그를 통해서 선한 정치의 소명을 확신하고 노예폐지운동에 투신한 또 한 사람의 헌신된 삶의 이야기가, 그리고 교양과 기품과 신심을 두루 갖춘 계몽된 문명인들임에도 불구하고 노예제도에 대해서만은 둔감했던 영국의 양심을 변화시킨 이야기가 엮여 나온다.

그리고 이제 이 노래는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또 하나의 운동에 강력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현대판 노예제도를 철폐해야 한다는 운동이 그것이다.

지난 2월 18일 [어메이징 그레이스] 주일은 단순히 200년 전 그날을 회상하고 기념하는 행사에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 역시 그저 감동 있는 한편의 영화에 머물지 않고 있다.

그날 이 찬송을 함께 부른 영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지난 날 그들의 조상들이 지은 죄를 고백하고 회개했으며 희생자들의 후손들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현대판 노예들, 곧 성노예 여성과 소년병, 강압적 노동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과 같은 인신매매 희생자들의 참상을 고발하고 그들을 해방시키는 일을 위하여 일어서겠다, 다짐했다.

또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현대판 노예제도를 철폐하여 이 지구촌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자는 캠페인(Amazing Change)으로 확장되고 있다.

윌버포스가 오랜 투쟁 끝에 노예무역을 폐지하는 데 성공했을 당시에는 400만 명의 노예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세계에는 2000만 명이 넘는 노예가 존재한다.

"윌버포스 시대 이후, 목화농장 노예들은 성노예 여성들로 대체됐을 뿐이고, 겔리선의 노예들은 소년병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윌리엄 윌버포스 (William Wilberforce, 1759~1833)
잉글랜드 요크셔 출생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한 뒤, 1780년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의회개혁과 로마가톨릭교도의 정치적 해방을 지원하였으며, 국민의 도덕적 교화를 위한 조직인 '선언협회'를 설립하였다. 1787년 노예무역폐지운동의 지도자가 되어 1807년 노예무역폐지법을 성립시켰으며, 복음주의자그룹의 중심인물로서 해외선교운동에서도 크게 활약하였다. 그가 죽던 1833년 영국 전역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다.
ⓒ 2006 Church Mission Society and Citizenship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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