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 속한 기독교인들은 오늘 조선족 동포와 함께하는 성탄예배에 참석하여 그동안 조선족동포들이 아픔과 설움을 겪어온 것을 크게 안타까워하면서 이들의 고통에 함께 할 것을 다짐함과 아울러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는 먼저 예수님께서 당시 가난 때문에 도저히 율법을 지킬 수 없어 죄인이 된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로하시었으며 나그네에게 한 선행이 곧 자기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러한 예수님의 삶을 바라보면서 우리들 역시 불법 체류하면서 나그네로 살고있는 조선족동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우리들 기독교인들은 그동안 한국에 있는 십만 이상의 조선족동포들이 대부분 불법체류하면서 한국에서 임금체불, 성적희롱 등 온갖 차별과 천대, 그리고 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는 것에 크게 마음 아파하며 이러한 상황을 막지 못한 책임이 일차적으로 우리들에게 있음을 통감한다.

조선족동포들이 불법체류하고 있는 것을 오로지 그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일제시대에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건너간 그들을 전부 귀국하도록 길을 열어주지 못한 우리에게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 또 때로는 3D 업종의 인력난을 이유로 그들의 불법체류를 묵인하고 때로는 불법이라 하여 길거리에서 체포하는 우리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그들로 하여금 불법체류의 길을 택하도록 한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또한 조선족동포들이 5백만원에서 천만원에 달하는 빚을 갚기 위해 직장을 이탈하여 불법체류하게 된 데에는 송출비리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해 온 한국정부에도 책임의 일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국민의 일부가 불법체류하는 조선족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임금을 떼어먹고 성희롱을 하고 갖가지 방식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해온 것을 부끄러움을 가지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국에 찾아온 우리 동포들이 이토록 고통을 겪고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면서, 더군다나 재외동포법이 조선족과 고려인을 재외동포의 범주에서 배제하기까지 한 것을 보면서 이들 조선족에게 마음속 깊이 사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정부에게 이들 조선족을 진정한 우리 동포로 껴안는 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비인도적인 불법체류를 방치해서는 안되며 과감하게 합법체류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을 불법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우리가 돌보아야 할 동포로 대하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입국문호를 넓히고, 송출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한국말 시험제도를 도입하여야 하며 특별히 초청사기 피해자와 추방 피해자들을 먼저 입국시키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갓 입국한 불법체류 동포들이다. 중국에 거액의 빚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강제추방시키는 것은 이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것이 된다. 중국의 빚을 갚고 어느 정도 돈을 벌어 귀국할 수 있도록 추방일자를 늦추어 잡아주어야 그들이 진정으로 한국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조선족동포들에게 혜택을 베푸는 일에 너무도 인색하다. 이들이 한국에서 돈을 벌어 중국에서 잘살게 만드는 일은 장기적으로 한민족 공동체의 번영과 통일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일이다. 우리는 정부가 하루빨리 小我的 국가이기주의를 넘어서서 동포애적 관점에서 이들의 문제를 다루어줄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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