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리교회, 구세군, 나사렛교회, 성결교회, 성공회, 장로교회, 침례교회, 하나님의 성회의 갱신모임에 속한 목회자들로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창립을 위하여 1998년 11월 26일, 사랑의 교회에 함께 모였다. 오랫동안 나누어진 채로 교회를 섬기던 우리들이 한 마음으로 모일 수 있게 된 것은 살아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에 의한 것인 줄로 믿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우리는 한 주님의 지체로서 한 몸을 이루고 있는 형제와 자매임을 확인하면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다시 겸손히 무릎 꿇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고자 한다. 그리고 깨어있는 눈으로 때의 징조를 바라보며 이 시대를 이끌어 가시는 성령의 역사를 온 몸으로 맞아들인다.

갖가지 그럴듯한 이유와 변명에도 불구하고 한 몸인 교회가 여러 교파로 나누어진 것은 회개하여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무릎 꿇고 분열의 죄책을 통회하며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도우심과 용서를 간구한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저지른 분열의 죄(罪)에도 불구하고 회개의 때를 예비하신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에 감격하면서 분열의 낡은 역사를 깨뜨리고 하나됨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시는 성령의 역사 앞에 겸허하게 순종하고자 한다.

우리는 오늘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전례없이 심각한 경제위기가 그동안 우리들이 의지하였던 모든 삶의 기반과 희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우리의 공동체를 와해시킬 지경에 이르렀음을 깊은 우려의 심정으로 직시한다.

또한 우리는 조국과 민족이 분단된 지 반세기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겨레가 함께 살지 못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서 북(北)은 독재와 굶주림으로, 남(南)은 탐욕과 부정부패로 정의가 짓밟히고 진실이 유린되고 있는 현실 가운데 살아가고 있음을 애통해 한다. 우리는 조국분단과 민족분열이라는 역사의 아픔 속에서도 상처를 치유하고 분열을 하나되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뜻을 실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 갈라서고 반목함으로써 주님의 몸을 더욱 아프게 찢어왔음을 통회자복한다.

설상가상으로 금융제국주의는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탈을 쓰고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빈곤으로 내몰고 하나님의 백성들을 맘몬의 노예로 만들어 가고 있으며,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모든 생태계 파괴 행위가 지구의 멸망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불의한 역사 속에서 우리는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도 삶을 통한 그리스도의 제자직의 길은 회피하였으며,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이 무너져 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를 주님의 신음소리로 듣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바른 모습보다는 교회의 양적 성장과 대형화에 집착하여 나사로와 같은 가난한 무리들을 외면한 채 맘몬의 위세 앞에 위축되어 주머니나 양식이나 돈이나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라(눅 9:3)는 주님의 선교 명령을 외면했음을 회개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짓밟히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권이 유린되는 비정한 현실을 목도하면서도 주님의 이름으로 '아니요'를 말하지 못했으며, 골리앗 같은 정보화의 물결과 불확실한 미래의 도전에 직면하여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꿰뚫어 보는 믿음과 꿈을 갖지 못하였음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 속한 우리들은 이와 같은 비극적 상황에 직면하여, 나름대로 교회의 갱신과 목회자의 시대적 사명에 충실하려고 몸부림치는 가운데 성령의 인도하심과 도우심으로 함께 친교와 교류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의 친교를 일치와 섬김으로 확대하려는 꿈은 결코 우리가 가진 역량을 일과성으로 드러내려 하거나 영웅주의적 기백을 과시하려는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사의 혼돈기요 위기의 때인 지금이 바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카이로스요 우리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라 믿으며 우리의 마음을 찢는 심정(욜 2:13)으로 다음과 같은 결의를 다진다.

하나, 그 어떤 이유나 변명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분열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경우에라도 우리에게 요청되고 있는 것은 '하나의 교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회의 일치에 이르게 될 때에야 세상 사람들이 믿음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요 17:21).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분열이라는 부끄러운 역사의 추(錘)를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리스도의 몸된 '하나의 교회'로 되돌릴 것을 다짐한다.

둘, 우리는 맘몬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개혁자들이 세운 개혁되었고 항상 개혁되는 교회의 전통에 굳게 서서, '오직 믿음' '오직 말씀' '오직 은혜'로만의 역동적 신앙을 실천해 갈 것을 다짐한다.

셋, 인간과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모든 악령에 맞서 싸우기 위해 우리가 섬기고 있는 교회의 현장부터 건강하고 바르게 돌보는 목회자가 되며, 각 교단 안에 뿌리 내린 세속적 부조리와 복음에 합당하지 못한 행태들을 갱신해 가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다.

넷, 우리는 불의의 사슬에 얽매인 현실 속에서 정의(正義)의 소리와 성빈(聖貧)의 삶으로 이웃과 하나님 앞에 우리를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 지배의 논리와 탐욕이 지배하고 있는 역사 속에서 사랑과 섬김의 새 질서를 창조하는 데 앞장서려 한다. 특별히 오늘의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고통당하는 실직자들을 비롯하여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섬기고 돌보는 일이 이 시대 교회의 당면한 과제임을 확인한다.

다섯, 조국과 민족이 처한 분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의 정신으로 민족의 고난에 동참하고 흩어진 양(羊)들을 섬기는 존재로 거듭남으로써 온갖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통일을 위한 화해와 평화의 사도가 될 것을 다짐한다. 특별히 오늘 식량난을 비롯한 총체적 위기 속에 살아가는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이 조국과 민족의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앞당기는 일일뿐 만 아니라. 우리가 이 시대에 감당해야할 과제임을 확인한다.

여섯, 우리는 창조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생명을 경시하는 우리의 의식과 문화의 자리를 확인하면서 생명을 살리는 기독교 문화와 바른 삶의 윤리 창달에 진력할 것을 다짐한다.

일곱, 우리의 지평을 세계로 넓혀 세계 교회의 흐름과 신학의 사조를 익히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 가는 일에 있어 게으르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한국 개신교의 일치된 역량을 복음의 능력으로 불타오르게 하고자 다짐한다.

이상과 같은 선교와 일치의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만나 기독교신앙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친교를 확대해 가고자 한다.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가 가진 각양의 은사를 나누며 우리가 속한 교회들이 참된 그리스도의 교회로 갱신되는데 필요한 다양한 노력을 함께 펼쳐가고자 한다. 각 교단 전통이 발전시킨 풍부한 경험과 인적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여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일치를 내외에 천명할 수 있는 창조적 제도와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실천이 시급함을 절감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목회자 자신과, 섬기는 교회와, 소속된 교단이 믿음 위에 굳게 서서 부단히 갱신과 일치를 이루어감으로써 주님께서 교회에 분부하신 빛과 소금으로서의 교회의 본분을 다하는 일에 함께 노력을 기울이고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다.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 밤이 깊고 낮이 가까왔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두움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로마서 13장 11~12절)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