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산교회 김태일 목사

김태일 계산교회 목사가 지난 8일 인천 계양구 교회에서 “나는 예수님의 목동”이라는 목회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김태일 계산교회 목사가 지난 8일 인천 계양구 교회에서 “나는 예수님의 목동”이라는 목회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인천 계양구 계산교회(김태일 목사)를 방문한 지난 8일은 전반기 총동원 전도주일 직전이었다. 2인 1조가 된 성도들이 인근 시장 등을 돌면서 “저희 교회 전도주일입니다. 한번 와보세요”라며 정겨운 표정으로 전도 물품을 나눠주고 있었다. 계산교회는 최근 김태일(69) 목사의 정년 은퇴를 앞두고 후임 목회자 청빙 공고를 내 다소 어수선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성도들은 활기차고 교회는 평안했다.

김 목사는 이날 계산교회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후임 목회자 청빙은 청빙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도하기는 후임자가 교인들과 잘 화합하고 교회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갖추고 성도들에게 성경을 잘 가르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고 했다. 청빙은 2018년 교회가 마련한 정관과 규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계산교회는 6·25전쟁 종전일 전날인 1953년 7월 26일 설립됐다. 김 목사는 “나는 후임자 청빙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청빙위원 11명으로 구성된 청빙위원회가 3명을 추천해 당회에 넘기면 당회가 최종 한 명을 선택할 것”이라며 “후임자 청빙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교회 공동체에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위원들에게 ‘청빙 권한 100%를 가지셨으니 행복하게 담임목사를 뽑으라’고 했다”며 활짝 웃었다.

오는 11월 후임 목사 청빙 후에는 1년 동안 동사(同事) 목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나는 97년 부임했는데 그때 우리 교회는 출석 교인이 800명 정도 됐다. 목사가 새로 오면 성도들이 심방을 받기 원한다. 초기에 나는 매일 서너시간밖에 못 잤다. 지금 우리 성도들이 4000명이 넘는데 혼자 심방하려면 너무 힘들다. 적응을 돕는 차원”이라고 했다.

후임 목회자의 연착륙을 위한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25년간 계산교회를 담임한 그는 어떻게 목회를 시작했을까. 사실 그는 목회자가 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부친이 교회를 간혹 가셨지만 신앙생활을 요구하지 않으셨다. 연세대 합격 후 폐결핵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른 적이 있다. 인생 최초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어쩌면 조금 있다 뵐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살고 싶습니다. 살려주시면 하나님 뜻대로 살겠습니다’라고.” 수술은 잘 됐고 그 기도를 잊어버렸다. 그러다 대학 2학년 때 원인을 모를 열병이 왔다. “심한 열병이 밤마다 왔다. 길을 가다가 종이 쪼가리 하나를 주었다. ‘보라 네가 나았으니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 5:14)’였다.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다.”

집에 돌아가 교회에 다니는 누이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누이가 예수님이 오래된 병을 고치신 이야기라고 하더라. 내게 ‘살아계신 하나님이 너한테 주시는 말씀인 거 같다. 그 말씀을 가슴에 잘 새기라’고 했다. 하나님이 여러 차례 내게 신호를 보내셨다. 내 전공으로 한 대학 전임교원으로 갈 기회가 있었는데도 결국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목회의 길을 걷게 됐다”고 했다.

성경 구절을 통해 하나님을 믿게 된 그는 목회하는 동안 성경 공부를 강조했다. “설교 시간뿐만 아니라 전체 프로그램을 말씀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뒀다. 교인들이 등록하면 1·2·3 단계 성경 공부를 순차적으로 하도록 요청한다. 1단계는 7주간 일대일로 진행된다. 2단계는 4일간 8시간 동안 내가 강의한다. 3단계는 1년간 소그룹 성경공부를 한다.” 성경 공부가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2단계는 ‘기독교란 무엇인가’ ‘성경의 신빙성’ 등과 같이 초신자들이 궁금한 질문에 답하는 내용을 다룬다. 3단계는 네비게이토선교회의 교재를 사용한다. 지금까지 1단계 수료자는 3105명, 2단계 수료자는 2278명, 3단계 수료자는 2013명이다. 장년 교인 절반가량이 3단계까지 수료한 것이다. 김 목사는 “우리 교회 부목사들은 다른 교회로 청빙 받아 갈 때 꼭 우리 교재를 가져간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김 목사의 아내 되는 정안나(63) 사모가 들어왔다. 1단계 일대일 교육을 하고 오는 길이라 했다. 정 사모는 “결혼 전 국어 교사로 일했다. 내 일을 좋아했는데 목회자 사모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나보니 교회에서 내가 성경 교사로 살아온 것 같다. 감사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아내가 일대일 양육을 제일 많이 했을 거다. 거의 200명 넘게 가르쳤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계산교회는 이런 성경 공부를 통해 ‘평신도 선교사’를 배출한다. 이들이 전도폭발훈련을 받은 뒤 전도하고 인근 주민을 섬기고 다문화 사역을 해왔다. “3단계 훈련을 마친 분들이 2년 6개월 동안 전도폭발훈련을 받는다. 그러면 평신도 선교사로 인정한다. 전 세계가 지구촌화됐고 우리 지역에도 외국인들이 많다. 밖으로 나가서나 안에서나 복음을 전하려면 선교사로 훈련받아야 한다”고 했다.

계산교회는 선교를 강조한다. 김 목사는 “유대인 열 가정이 모이면 회당을 세우듯 한국 사람들도 열 가정이 모이면 어디서든 교회를 필요로 한다. 준비된 성도들이 있으면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한국의 오지 어디를 가든지 교회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 그 많은 지역에 준비된 성도를 필요로 한다. 하나님은 준비만 되면 누구든 사용하신다”고 했다.

계산교회는 지역사회에서 이주 노동자 사역에 힘써왔다. “인천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2001년 첫 시작은 필리핀권 모임이었다. 부교역자 중에 필리핀 선교사였던 분이 계셨다. 이후 러시아권 모임이 생기고 그다음 중국권 모임이 생겼다. 러시아권 모임은 러시아 노동자들이 귀국하면서 우즈베키스탄 모임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귀국하면서 다소 위축됐다.”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가족들이 교회에서 찬양하는 모습. 계산교회 제공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가족들이 교회에서 찬양하는 모습. 계산교회 제공

다문화 가정 사역도 다양하다. “현재 다문화 가정 인구를 200만명으로 추산한다. 처음에는 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다 나중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는 ‘요셉학교’를 세웠다. 그런데 다문화 가정이나 새터민은 이주노동자와 달리 한국에서 살 분들이다. 이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존 우리 교회 커뮤니티에 속하길 원했고 교회의 사역 방향도 이를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2017년 다문화자녀인 ‘자존감학교’를 열었고 한국어교실을 운영해왔다. “토요일에 운영하는 한국어학교에는 한국어를 몰라서 답답한 분들이 많이 온다. 여기엔 태국 베트남 이집트 등에서 오신 분도 있다”고 했다. 2010년 문을 연 무료급식소인 ‘사랑의집’은 주로 혼자 밥을 챙겨 먹기 어려운 독거 어르신이 많이 이용한다. 일주일에 약 200명이 이용한다.

사랑의집에 오기 힘든 분에게는 구호미를 배달하기도 한다. 30여 가정에 쌀을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돕는 집수리팀, 연탄배달팀 등도 있다. 탄자니아 인도 미얀마에서는 우물 파는 사역을 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100교회를 선정해 매월 후원한다. 김 목사는 “우리 교회는 특별지명헌금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사역을 후원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 많은 사역을 다 하는지 궁금했다. 정 사모는 “평신도 선교사로 훈련된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김 목사에게 목회란 무엇일까. 그는 “내게 목회는 하나님이 맡긴 양 떼를 돌보는 목동의 일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그 양 떼를 데리고 가는 거다. 영원한 목자는 예수님 한 분뿐이시고 나는 그분의 목동이다. 하나님 은혜로 성도님들 덕에 목동 일을 행복하게 해왔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 한국교회는 위축됐다. 김 목사는 “코로나는 한국교회의 위기일 수 있다. 희망은 목사, 장로 등 교회 중직자들을 비롯한 모든 성도의 헌신뿐이다. 나단 선지자가 다윗에게 3년 기근, 석 달 전쟁, 사흘 전염병 3가지 재앙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다윗은 자신도 죽을 수 있는 전염병을 택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하면서 전염병이 사라지길 기도했다. 그렇게 솔로몬 성전의 기초를 준비했다. 기도와 사랑의 헌신만이 부흥의 길이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50168&code=23111211&sid1=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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