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만 보면서도 그 상황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저를 질책하는 하루였습니다. 여러 미래자립교회들 속에 함께 어울려 지내면서,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딱 한 가지 음향장비만 살펴보았는데도, 제 자신이 시골교회 목회자들의 애환을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앞에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해야 했습니다. 아마도 30년은 사용했을, 골동품이나 다름없는 앰프를 보았습니다. 낡은 스피커들과 케이블들까지 먼지 옷을 둘러쓴 채 이상한 소음을 내며 목사님의 말씀선포를 힘들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그냥 육성으로 설교하노라고 한숨 섞인 푸념을 하시는 목사님을 두 분이나 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바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시골교회들의 음향장비에는 결로현상이나 염분이 섞인 고온다습한 기후가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도 제가 다녀본 교회들은 대체로 15년 넘게 한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장비가 고장 나서 야외 버스킹용 소형앰프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은 어디가 고장 났는지, 소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아니면 스피커의 고음 중음 저음 중 몇이 고장이 난 지도 모른 채 쓰고 있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야 예민한 귀와 음향에 대한 풍부한 상식 덕분에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수리하거나 교체를 하게 되는데, 시골의 나이 많은 성도들은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바람에 목회자만 이 문제로 애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었지만, 최근에 이들 교회의 음향장비 교체 및 수리 작업에 착수해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역은 서울광염교회의 도움으로 진행할 수 있었고,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도 얼마간 힘을 보탰습니다.

새것으로 교체된 장비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던 어떤 목사님 부부는 “티코에서 벤츠로 갈아탄 기분”이라며 몹시도 감격해하셨습니다. 한 교회 사모님은 “음향 장비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시골교회의 형편으로는 1년 이상 돈을 모아야 겨우 가능할지나 모른다는 생각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 도움을 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그저 심부름만 했을 뿐인데, 감사 인사를 전부 다 저희가 받는 것 같아서 사실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실은 하나님께서 이 모든 일을 다 아시고 행한 것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은혜를 베푸실 줄로 믿습니다. 특히 서울광염교회와 이번 사역에 동참해주신 여러 헌신자들에게도 아주 특별한 은총을 더하실 줄을 확신합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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