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의 아비는 크게 즐거울 것이요 지혜로운 자식을 낳은 자는 그로 말미암아 즐거울 것이니라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 (잠언 23장 24,25절)

저에겐 마치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 어린시절의 장면이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할머니 댁에 가는 길에 아버지께서 주유소를 들르시면 “이젠 차가 배불러서 잘 가겠어요”라고 이야기 했던 어린 제 모습입니다. 운전대를 잡으신 아버지를 믿었기에 긴시간을 걱정 없이 잠을 청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참 행복했음을 새삼 느낍니다.

몇 달 전 지하철 역 앞에서 아버지를 픽업하여 학교로 가고자 약속을 했습니다. 비상등을 켜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무릎이 좋지 않아 천천히 걸어오시는 아버지를 보며 저도 모르게 차의 창문을 열고 “빨리 오세요!”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역까지 모셔다 드리는데 차에서 내려 지하철 승강기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뒷차의 경적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오랜 시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쳐진 어깨 절뚝거리는 걸음 낡은 가방.

어릴 적 아버지는 참 크고 건강하신 분이셨고 늘 저와 걸음을 같이 하며 기다려주셨으며 늘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주시고 자만하지 않도록 채찍질 해 주셨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초라해 보였습니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면 그것은 그 사람의 사랑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저도 아버지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십여 년 전 송구영신 예배에 많은 성도들의 통성기도소리를 뚫고 스피커에서 흐르는 저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셨던 모습이 새겨져 사랑하는 두 아들을 위해서 기도하게 되었고 비교적 늦게 걷고 늦게 말을 했던 저를 기다려주셨기에 많이 느린 아이를 기다리며 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동기 목사님들이 “아들이 잘 컸네”라고 칭찬하셨을 때 뿌듯해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나를 닮은 아이가 나보다 더 크게 쓰임받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2020년 겨울. 20년간 근무하신 학교에서의 은퇴식에 가족 대표로 참석하여 은퇴하시는 아버지를 박수로 격려하며 하나님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고 하나님께 인정받고 자녀들에게 인정받는 제가 되길 기도하였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서툴지만 그 걸음을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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