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즈음 필자가 살던 동네의 선박은 돛단배나 노를 젓는 배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섬에서 처음으로 발동선을 사오셔서, 어린 마음에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 가세가 기울자 아쉽게도 그 배를 팔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군복무 시절 암호병만 쓰던 독방 속에서 기도하는 중에 성령이 임하시자 팔아버렸던 그 배가 내 마음 속에서 다시 살아나더니, 선교선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배를 타고 남도의 마을과 섬들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꿈이 마음에 가득하게 된 것입니다. “남해안을 내게 주소서!” 정말로 그 꿈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결손가정 아이들과 함께 사는 남도공동체로 실현되었습니다.

많은 섬을 끼고 있는 이 지역의 특징 중 하나는 불안한 바다에서 안전을 기원하는 미신숭배가 강력하게 번져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였는지 저를 불러 남도의 청지기가 되게 하시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많은 영적 훈련을 시키셨습니다. 특히 남도선교회 사역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려고 할 즈음 목포의 갓바위라는 곳에서 기도하도록 감동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갓바위는 필자가 사는 집에서 4km쯤 떨어진 바닷가의 바위였는데, 마치 삿갓을 쓴 두 나그네가 함께 앉아있는 듯 보이는 형상으로 지금도 여러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명소입니다. 그런데 이곳이 무속인들 사이에서는 신이 잘 내리는 곳이라는 소문이 나서, 멀리에서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제물을 바치고 굿을 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밤에 그곳을 찾아가 기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죽을 만큼 겁나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하려 하면, 어떤 날은 기도하는 자리 옆에 다른 사람이 앉아 신을 받겠다며 제사상까지 차려놓고 비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치열한 영적 전투였고, 힘겨운 씨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을 거쳐 영적으로 더욱 담대해지고, 지역복음화에 대한 열정도 뜨거워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주님께서는 이 지역의 미신을 축출하고, 영적환경을 정화하는 일을 하게 했습니다. 하나님 없는 마음에 하나님을 전하여 그 마음의 어두움을 밝혔습니다. 그렇게 청소된 사람들의 마음속을 주의 말씀으로 채우는 제자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가난도 영적 장벽입니다. 그 가난에 허덕이는 미래자립교회들을 돕고 부축하여 자립하게 하는 일도 남도의 청지기로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부지런히 감당해야 할 사역이 되었습니다. 내 마음속에 들어오셔서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알게 하시고, 평생 부지런히 섬기게 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 드립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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