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맞이할 무렵 까닭 없이 몸무게가 14kg이나 빠졌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병원을 찾았더니 급성 당뇨로 혈당수치와 당화혈색소 수치가 매우 높다고 나왔습니다.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하게 검사한 결과 신장에 암이 발생한 것 같다는 진단을 받고, 부천 성모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술 직전에 비뇨의학과 교수께서 저의 경우 95% 신장암으로 판단되는데, 별도로 췌장에도 이상이 있다는 새로운 진단을 내렸습니다. 외과수술 집도의 교수님, 소화기내과 교수님, 영상분석학과 교수님 등이 종합적으로 진단한 결과 췌장 머리와 꼬리부분에도 암이 발생한 것 같으니 조직검사부터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일주일간 금식하면서 뱃속에 소형 초음파 기계를 넣고 위장 벽을 거쳐 췌장에서 조직을 떼어 검사했습니다. 이미 내 몸이 췌장암이라고 외치고 있었고, 다섯 사람의 교수들도 모두 암이라며 6개월 시한부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후 조직검사로 인한 금식이 끝나고 퇴원하는 날 아침이었습니다. 병원을 나서기 위해 운동화 끈을 매고 있을 때, 가슴 속에 정체 모를 커다란 음성이 울려 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아니다!”라고 내게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마치 따뜻한 햇살을 받아 눈이 녹는 것처럼 복잡했던 마음 속 응어리들은 다 사라지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평안함이 찾아왔습니다. 열흘 후 조직검사 결과에서는 ‘면역성 염증’이라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다섯 교수들은 하나 같이 검사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며 다시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결국 신장 하나만 떼어내고, 췌장은 아무런 처방도 없이 완쾌되어서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혼란 중에 시작한 2020년이 제게는 결과적으로 쉼이 되었고, 기도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도선교회를 통해 매년 개최해오던 ‘청소년복음잔치’가 코로나19로 중단되면서, 제 사역들도 다 멈춰버린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대신에 시골교회들의 어려운 사정을 살필 기회를 적극 열어주셨습니다. 낡은 예배당 리모델링, 사택 수리, 종탑 공사, 앰프 교체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여러 교회를 동역자 목사님들과 함께 찾아다니며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서울 광염교회에서 물심양면 지원해주면서, 저 혼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까지 남녘의 수많은 교회들을 돕게 됐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이웃 교회들의 어려움이 보였습니다. 보일러가 고장난 사택에서 몇 년씩이나 겨울이면 시린 발을 움켜쥐고 말없이 인내하며 살았던 목사님과 사모님의 사정도 알게 됐습니다. 만약 제가 아프지 않았다면, 쉼이 없었더라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들입니다. 생각할수록 하나님은 참 자애로운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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