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목회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분과 저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결손가정 아이들과 어렵게 공동생활을 하고 있을 때 ‘시골교회에 돈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성미는 조금씩 남아서, 모아 가져왔노라’고 쌀 한 자루를 내려놓고 가신 분이 바로 이 목사님이셨습니다. 배고팠던 우리에게는 그 일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런 분과 한 노회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어느 날에는 그 목사님께서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왔습니다. 급히 달려가 보니 목사님 혼자 교회당을 건축하느라 기둥도 안 세우고 시멘트블록으로 벽만 쌓아 올려놓았는데, 그만 돌풍이 불어 넘어뜨렸다는 것입니다. 동행한 몇 사람이 힘을 모아 잔해를 치우고 벽을 다시 세워, 예쁜 교회당을 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걸려온 전화의 내용인즉, 그렇게 어렵게 건축한 교회당의 빚이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3000만 원이나 남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은퇴가 3년 남았는데 지금 형편으로는 도저히 빚을 갚을 능력이 안 돼, 누구든 주선을 해주어서 도시의 큰 교회들과 연결이 되면 고구마를 팔아서 빚을 갚고 싶다고 목사님은 말을 이었습니다. 후임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고 싶다는 게 목사님의 가장 큰 소원이었습니다.

가슴이 저몄습니다. 가난한 목사에게는 3년을 모아도 갚을 수 없는 큰돈이라는 게 마음 아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가난과 아픔이 있는 곳에 독생자를 보내셔서 가장 작은 자의 하나님, 가장 약한 자의 하나님으로 우리 가운데 서게 하셨습니다. 

저를 보내시며 ‘일어나서 남으로 향하여…가라’ 말씀하셨던 주님의 의도가 이 가난한 목회자들과 친구로 살도록 하기 위해서였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요즘 몇 날은 오로지 이런 아픔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저의 뇌리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농어촌교회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해가 다르게 교인 수가 줄어듭니다. 하늘에서 불러 가시고, 요양원에서 데려 가시고, 자녀들이 대도시로 모셔 가십니다. 50명쯤 모이던 교회가 1년 새 30명으로 줄었다는 말을 며칠 전에도 들었습니다.

목회자 몇 사람이 짊어지고 낑낑거릴 일이 아닌 듯합니다. ‘사명’이라는 끈을 붙들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지기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함께 고민할 일이며, 교단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접근할 일인 것 같습니다.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가 공동 운명체임을 깨닫고, 함께 아파하면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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