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6) 사귐과섬김·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공동주최 생명포럼

대물려주고 싶지 않은 ‘헬조선’ 시대와 사회의 문제

지난 10월 14일, 복지부는 올해 합계출생율이 작년 0.84명보다 약간 더 감소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전국 꼴찌인 서울의 경우, 전년도 0.64명을 기록했으며, 4분기만을 놓고 보았을 때에는 0.58명으로 더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 사회적 안전망의 해체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이 시대 청년들은 “‘헬조선’에서 겪는 고통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기 싫다, 힘든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것도 부모로서 죄짓는 것이다”라는 분노 내지는 체념 섞인 말을 전한다. 이들이 살아가는 현실 자체가 ‘지옥’인 셈이다. 청년들이 갖고 있는 이러한 절망의 배경에는 심각한 소득 격차와 주거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한 씽크탱크의 연구에 따르면, 상위 2%가 전체 부동산 자산의 30.76%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경상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으로 구성)은 연간 9422만 원으로 하위 30% 계층 소득의 약 5배에 달하고 있다.1)   이는 이미 벌어진 자산 격차와 경상소득 격차를 줄이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력을 통한 계층 상승이 거의 불가능이 되어 버린 이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생을 위한 모든 노력들을 끊어 버리고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청년들도 늘어가고 있다.

 

2021년, 한국교회의 모습은?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아 버린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부의 축적을 경계하며, 동시에 지역사회 속 공동체를 가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이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많은 교회들이 직면하게 된 근원적 물음이기도 하다. 생계를 비롯한 모든 일상 면에서 위기에 처해 있는 신도들,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교회는 비빌 언덕,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있는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교회가 진정 울타리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앞선 저출생 문제에서 목도한 바와 같이 청년들은 (교회)공동체를 가장 먼저 포기할 것이다. 그리고 교회는 그러한 청년신도들을 손놓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나를 받아 안아 주고, 쉴 자리와 일할 자리를 마련해 주는 교회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의 신앙은 전보다 더욱 두터워질 것이 분명하다.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교회, 공동체와 사회적 섬김이 분리되지 않은 교회, 성전을 지역사회를 위해 기꺼이 내어놓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부르심에 보다 빠르게 응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코로나 위기를 시대와 사회의 문제 앞에,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 교회 공동체를 다시금 세울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여 주시며,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시며,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주십시오.” (마태복음 6장 9~10절)

어떤 교회로 거듭나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세 가지 패러다임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로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 복음에 기초한 교회가 되어야 하며(신학적), 둘째로 변화하는 세상과 지역사회 속에 실제적으로 녹아 들어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사회적). 마지막으로 사도성을 현 시대에 맞게 계승해 가는 지속 가능한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역사적).2)
이를 위해서는 선포와 가르침(케리그마), 공동체의 사귐(코이노니아), 사회적 섬김과 돌봄(디아코니아)을 통한 사역이 필요한데, 점차 주거공간, 지역사회와 불일치해지는 현재 교회의 조건으로는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교회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는 주거공간, 지역사회와 좀 더 밀착될 수 있는 교회의 ‘물리적 조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는 새로운 공동체 사례

전체 주택 유형 가운데 아파트 거주 비율이 50%를 훌쩍 넘어선 요즘, 아파트 단지 내 이웃 갈등(때로는 폭행과 살인까지 일으키는), 갑질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 갈등 중재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회 문제는 점차 심각한 형태로 확산되어 갈 것이다.

‘국내 최초의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를 표방하는 위스테이별내와 지축은 입주자들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삶을 실현해 가고 있다. 거주 비용을 대폭 낮추는 것은 기본이요, 공동구매 등을 통한 생활비 절감, 마을일자리 창출, 마을 내 돌봄 기능 등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도심 속 생활 공동체는 또 어떤 형태로 실현이 가능할까? 우선 젠트리피케이션 등에 떠밀려나지않을 수 있는 안정적인 정주 기반이 선행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콘텐츠들이 물리적 공간을 채우며 단단히 버텨 주어야 한다. 그렇게 물리적 기반, 정서적 기반이 모두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도심 속 커뮤니티는 형성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역할들은 초기 교회공동체를 비롯하여, 지금도 상당수 교회들이 해내고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회의 도움과 나눔이 좀 더 우리 삶, 우리 시대의 필요에 좀 더 밀접하게 맞닿은 방식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방식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겠다.

 

한국교회 새로운 교회 공동체 세움 플랫폼 제안

“진실로 다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에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 (마가복음 18장 19절)

주거 생활과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함께해 왔던 초기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지금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되살려본다면 어떨까? 교회 개척/분립을 통해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로 거듭나려는 비전을 가진 나들목교회의 사례, 공동체주거 방식을 통해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어 주는 은혜공동체 사례, 청년들의 주거난 해결을 위해 기꺼이 나선 하나의교회 사례, 교회당이 아닌 공동체를 짓는 세움교회 사례 등 ‘주거’의 의미와 역할을 중심으로 다시금 교회의 비전을 찾아보는 노력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렇게 뿌리서부터 삶과 밀착된 교회들이 지역 곳곳에 퍼져 나가고, 또 이들의 사회적 섬김을 지원하는 허브로서 ‘사회선교센터’가 세워질 때, 에클레시아로서 교회와 디아스포라로서 교회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공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끝으로 성경에서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바이트), 그리고 하나님이 거하시는 집(베트 엘로힘)으로서 성전이 모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집, 가정은 교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로서 생명력이 넘치면서도 안정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리 사회 주거 문제, 가정의 해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주.
1) 이원재 외, <한국의 부동산 부자들: ‘한국 부동산 계층 DB’로 본 계층별 사회경제적 특성>, LAB2050, 2021.13) 「코로나19 극복의 희망메시지」, 『목회와 신학』, 2020년 6월호, 74쪽.
2) 김형국, 나들목교회네트워크 대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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