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6) 사귐과섬김·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공동주최 생명포럼

1. 코로나로 인한 변화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불안과 염려에 휩싸여 있다. 사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이다. 이미 사스와 신종플루, 그리고 메르스의 발병으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홍역을 치렀고 인수공통 전염병의 위험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예고된 바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성찰과 반성이 없이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위험은 성공적인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이며,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험요소도 증가하기 때문에, 후진국이 아니라 오히려 선진국에서 위험요소가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것이 예외적 위험이 아니라 일상적 위험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때 크게 이슈가 되었고,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대되어 이 이론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불확실성에서 온다.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의 근본 문제인 불확실성으로부터 오는 불안은 크게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위험 요소는 여전히 항존하는 것이다. 특히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파괴는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증가시키고 있어 인간의 삶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기후변화로 지구의 물순환이 바뀌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서 인간의 문명이 빈번한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역시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파괴된 모든 생물이 대대적인 이주를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따라서 생태계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인류 모두의 과제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종교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전염병에 대처하는 종교인들과 종교 기관에 대한 실망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18세기 리스본 대지진 이후에 종교가 몰락한 것은 오늘날 종교에 큰 교훈이 된다. 사회적 재난에 대해서 종교가 올바른 의미를 부여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종교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종교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교회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유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그럼에도 교회는 공공성을 견지해야 하며 우리 사회에 대한 공적인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2. 코로나 시대에 교회의 역할

1) 교회의 공적인 책임

코로나19는 교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것을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신앙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신앙생활이나 관행에 따라 신앙생활을 하던 것으로부터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고 본질에 충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배당에 모이기를 힘쓰는 것만큼이나 세상에 보냄 받은 자로서 신앙을 실천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이다. 예배당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교세를 자랑한다면 그것은 교회의 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교회는 세상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자기들끼리만 만족해하는 폐쇄적인 동질집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교회 역사에서도 나타난다. 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는 『기독교의 발흥』이라는 그의 책에서 신흥종교였던 초기 기독교가 어떻게 신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주요 종교로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염병이 돌던 당시에 이교도들은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자신의 신앙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염병으로부터 도피했고 환자들도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전염병을 이해했고, 이웃 사랑의 규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염병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보았다. 당시에는 의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돌봄만으로도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위대한 종교로 성장하는 데 주요 요인이 된 것이다.

교회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회에 대한 공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이타심에 기초한 종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질병이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체와 질병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번 코로나19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전염병이 계층을 구별해서 감염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류층의 사람들은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다.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마스크나 소독제와 같은 의약품을 구입하기도 쉽지 않고 감염의 위험이 높은 직장 환경을 스스로 개선할 수도 없으며 생계 때문에 직장을 바꾸거나 그만 둘 수도 없다. 결국 재난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게 일어난다. 

전염병으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은 절대로 혼자가 아니며 협력과 연대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신뢰 회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교회 공동체이다. 교회는 스스로 공동체임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빈번한 모임과 교제를 통해서 친숙성을 높임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 공동체의 일원인 기독교인들은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를 할 수 있고, 공동체 활동은 이런 식으로 기독교인들이 시민으로서 연대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북돋을 수 있다. 특히 자기 희생의 규범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사회가 혼란하고 어려울수록 사회 곳곳에서 공적인 책임과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2)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한 위험 사회의 극복

요즘에 말하는 공동체는 지역이나 공간에 한정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마을공동체는 일정한 지역을 공유하는 공동체이다. 그러나 마을공동체는 과거에 자연발생으로 형성된 촌락공동체와 같은 자연적 공동체일 수는 없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마을공동체는 의도적으로 새로운 맥락에서 공동의 목적과 이념,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따라서 마을공동체는 일정한 지리적 영역 안에 거주하는 지역의 구성원들이 목적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구축해 나가는 일련의 조직화된 활동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교회가 개별 활동을 하기보다 가능한 대로 많은 교회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정 교회가 마을공동체 활동에 홀로 참여하기보다는 지역에 있는 여러 교회들과 협력하는 것이 보다 효과 있는 방법이다. 한국 교회는 개 교회 내부 결속력은 강하지만, 다른 교회와의 협력이나 지역사회에서의 연계 활동은 부족하므로 이에 대한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교회가 지니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효과 있게 활용될 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들과 함께 연합 활동을 하는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운동에 관심 있는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합 기구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이 운동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고 독려를 함과 동시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자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또한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시민 단체와도 협력하여 유기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지원할 수 있는 중간 지원 조직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일이다. 중간지원조직이란 행정과 시민 또는 지역사회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을 말한다. 곧 지역 문제 해결을 하는 주체와 사회적 의제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또한 마을 활성화를 위해 생태계 조성자 역할을 담당한다. 교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마을목회 지원센터나 생명돌봄 지원센터들을 거점마다 세워서 운영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까지 교회의 사회봉사 활동은 체계적이지 않고 지속적이지 않아서 대개 같은 활동을 비정기적으로 반복할 뿐 더 발전된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구를 통해서 지속적인 논의를 함으로써 보다 건설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기구들을 중심으로 교회 규모에 따라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하고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가 작은 소형 교회에서는 목회자나 교인들이 실제로 마을 활동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소형 교회는 작은 규모의 지역 밀착형 교회들로서 마을 활동을 전개하기에 적합하다. 중형 규모의 교회에서는 교동 협의회나 지역교회 협의회의 촉매자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교회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가 큰 대형 교회는 중간지원조직을 설립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한 마을 공동체 활동은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됨으로써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전한 생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교회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돕고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신앙의 전통과 그 정수를 지키면서도 이 시대와 사회의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국 교회 안에 있는 신앙공동체들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며 불안과 염려에 낙심하고 있는 이 시기에 신뢰와 연대를 통해서 난국을 이겨낼 수 있도록 모든 신앙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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