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소설가 강선봉 이야기

강선봉 - 오른쪽에서 두번째
강선봉 - 오른쪽에서 두번째

강선봉 노인(75세, 소록도남성교회)의 소록도 어머니는 눈물과 통곡으로 기도했던 한나 같은 어머니였다.

한센병을 앓으면서 쫓겨나듯 시집을 나와 험악한 세상을 유전했던 한 많은 여자.
소록도에 강제 수용되어 세상 모든 것을 끊고 살면서도 유일한 소망이었던 아들이 한센병으로 진통하는 것을 보면서 애간장이 끓었던 여자.

중도에 실명했지만 믿음의 눈으로 천국을 바라보며 아들에게 영원한 천국에서 만나자고 당부했던 이야기를 그의 자서전 <소록도, 천국 賤國으로 여행>에서 만나본다.

강선봉의 어머니 박 씨는 함양에서 태어나 산청에 사는 분과 결혼했는데, 딸 하나를 낳고 한센병이 생겼다. 그녀는 친정으로 돌아가 바깥세상과 단절하고 골방생활을 했지만 얼마 후에는 친정을 나와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들어갔다.

가진 것 없는 그녀는 구걸에 나섰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동냥을 얻으러 나서지만 세상 사람들은 천대하고 멸시하고 박대했다. ‘죄라면 병든 몸’ 그것이었다. 같은 형편의 한 남자를 만나 재혼했고 그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선봉이다. 그들은 공동묘지 옆 산골짝에 초가를 마련했다.

아버지가 동냥질에 나갈 때는 아들을 짚틀에 담아 짊어지고 다녔다. 어느 해 가을, 구걸에 나섰던 아버지가 함께 갔던 분들의 등에 업혀 돌아왔다. 당장, 의원에게 보여야 했으나 돈이 없고, 돈이 있어도 의원이 잘 봐주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는 나무며 풀뿌리를 구해다 달여 주었지만 병세는 차도가 없었다. 말린 문어가 좋다는 말에 그것을 구해오는 동안에 아버지가 숨을 거두었다.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온 동네를 슬프게 했고, 아버지 주검은 대나무 발에 말려 지게에 지워져서 공동묘지에 묻혔다.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친정을 찾아갔다. 동네가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어둡기를 기다렸다. 어둠이 내려서 사람들 모르게 친정에 들어간 어머니는 할머니를 붙들고 숨죽여 울었다. 남모르게 우는 통곡이었다. 친정에서도 어머니는 문밖에도 나가지 않았고, 며칠 후에 떠나면서도 새벽에 도망치듯 달려 나왔다.

어머니는 할머니에게 "이제 가면 다시는 못 올 것 같습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그래, 그래, 잘 가거라." 어머니와 할머니는 소리 없이 울었고, 어머니는 선봉이의 손을 붙잡고 달음질 쳐 동네를 나왔다.

8․15 해방 직후에 어머니는 병세가 심해지면서 당국의 강제 연행으로 아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옮겨야 했다. 태종대에서 다시 용호동으로 옮겨 살다가 1946년, 소록도로 가는 배에 실렸다. 무동력선 화물칸에 남녀 환자가 실려서 2박 3일 만에 소록도에 들어왔고, 장안리에서 소록도 생활이 시작되었다.

질병의 고통과 외로움과 배고픔을 겪고, 중도에 실명까지 했지만 반백년을 믿음으로 살다 93세까지 장수하고(1996년 별세) 천국으로 떠났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친정에 편지를 보내지 못하게 했다. "하지 마라. 편지봉투에 소록도 주소가 있으면 놀라시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큰일 난다. 나도 편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느냐? 부모형제에 대한 정을 하나님께 의지하고 사니까 아주 편하구나." 하셨다.

아들이 장성하여 소록도를 떠났을 때는 "강 집사야, 소록도에 믿음은 잊어버리지 말고 오직 하나님 뜻 안에서 모든 일을 해라… 육신의 세계는 잠깐이요 영의 세계는 영원하니까. 신앙생활 잘 해서 우리 천국에서 길이길이 살아야 할 것 아니가"

"예, 어머니. 빈 손들고 사회에 나가보니 나오는 게 눈물이요 한숨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눈물, 빗물, 김칫 국물에 젖은 밥을 먹어봤어요. 이제는 자리를 잡았으니 어머니 말씀대로 열심히 신앙생활 잘하겠습니다. 아무 걱정 마십시오." 하였다.

헤어지는 아들에게 거듭 "그저 신앙생활 잘해라. 강 집사야, 몸조심 해라. 선봉아, 아가야, 몸조심해라." 하며 작별했다.

강 노인은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소록도에 다시 들어왔다. '소록도 어머니'는 비록 한센병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갔지만 아들에게 믿음과 사랑과 영원한 천국 소망을 물려주었다. 그는 남성교회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섬기며 황혼의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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