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아래 구 집사님 집에서 - 소록도 시인 강창석 집사님이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예배당 아래 구 집사님 집에서 - 소록도 시인 강창석 집사님이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10월 9일 주일, 소록도에 내려가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12시 북성교회, 13시 신성교회에서 히브리서 12장으로 '예수를 바라보자'라는 제목의 말씀을 선포했습니다. 저는 설교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말씀을 들으시는 교인들을 바라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남생리에서 사시는 구남이 집사님(87세) 댁에 들렸습니다. 기도가 생활이고, 기도가 일이고, 기도가 호흡입니다. 예배당 가는 것이 외출이고, 예배당 가는 것이 걷기 운동이고 예배당 가는 것이 만남의 시간입니다. 사람도 만나고 하나님도 만나고.

소록도에서 같은 형편에 있는 남자와 결혼했고 그는 장로님이 되셨습니다. 서성교회(서생리) 성환문 장로님이었지요(그의 성경책에 성환문 이름이 찍힌 편지 봉투 하나를 보관하고 계셨다.). 그가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혈육으로는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하늘 나라를 소망하며 기도생활에 전념하십니다.

15세 때 소록도에 들어왔고,  22세에 결혼을 했고 지금은 혼자입니다. 새벽 3시면 예배당에 나가서 엎드려 기도하다가 아침을 맞는답니다. 주님께서 연약한 손을 붙잡아주시는 은혜를 체험하며 은혜의 시간을 보낸답니다.

가재 도구는 간단합니다. 옷을 담은 나무상자(너줄하게 걸려있는 옷도 없고 옷장 같은 것도 없다), 찌그러진 양은 밥상, 성경 찬송가와 괘종시계를 올려놓은 낡고 작은 책상, 이런 것입니다.

"아이도 안 낳으셨어요."
"못 낳았어. 남자는 단종수술(斷種手術)하고 결혼을 했으니까 못 낳지."
"그래도 어쩌다가 낳는 분들이 계셨는데..."
"임신하면 잡아다가 수술해서 아이를 끄네버렸어."
"아~~ 그랬어요"

그래서 구 집사님께는 혈육인 자식도 없고 예수 안에서, 소록도서, 교회서 함께 살아온 그 사람들뿐입니다. 나이 많아서 허리가 꼬부라지고., 말라버린 작은 체구의 집사님을 옆으로 안아드리며 장작처럼 굳으진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그래도, 집사님은 손가락 열 개가 다 붙어있네... 건강해서 기도 파수꾼 하세요."
"나도 어서 가야제."

금년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쉽게 끓여 드시도록 커피포트를 갖다드렸습니다. 지난 번 캐나다 갔을 때 에드몬톤 벧엘한인침례교회에서 구제비를 주셔서 남성교회 성도들 가정마다 하나씩 나누어 드렸습니다. 가슴 절절한 이야기, 서로 위로하면서 옛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뵐 때 마다 얼굴 환하게 반가이 맞아주시는 집사님을 모처럼 집으로 가서 뵈어서 참 좋았습니다.

주님의 나라에 가시면 우리 주님께서는 저보다 집사님을 더 사랑하고 위로해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세상 것 다 누리고 살았지요. 집사님의 믿음이 부럽습니다. 사랑합니다. 

※ 10년 전(2011년)에 쓴 글입니다. 지금은 할머니가 하나님께로 가셨지만 언제나 다정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예배당에 나다니는 일이 일상생활이었지요.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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