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요일 오후에 교회 문을 나서는데 어느 노인 한 분이 점퍼 파카차림으로 멋진 중절모를 쓴 채 나에게 말을 붙입니다. "혹시 교회 담임목사님이십니까?" 그래서 "네 그렇습니다만" 하고 말했더니ᆢ 다시 반갑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배춘식 목사입니다"라고요. 나는 곧바로 알아뵙지 못한 마음에 죄송하여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배 목사님을 알게 된 것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나는 신대원2학년 교육전도사 시절이었는데 섬기는 교회 담임목사님(권성묵 목사)과 친한 분이어서 가깝게 뵙게되었습니다. 이후 노회 안에서 연합활동을 하며 자주 얼굴을 뵈었던 분이었습니다.

잠깐 목양실로 모셔서 차를 한 잔 대접하며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지나간 목회이야기와 가깝게 지냈던 동기 목사님들의 소천얘기를 하시는데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한때 열정적으로 목회하셨던 분이 이제는 팔순이 넘은 연로한 모습이 편안하면서도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배웅을 하면서 가시는 모습이 뇌리에 오래 남습니다.

누구든지 때가 되면 은퇴의 시간이 다가오고, 세월의 흐름을 피할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사역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나이가 더해질수록 더 성숙되고 아름다워지려면 현재 주어진 삶에 충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노래가사 처럼 그렇게 고백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노사연-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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