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 교단 합동 15주년 기념 감사예배가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나뉜 지 26년이 된 2005년, 두 교단은 그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지난 시간의 아픔을 뛰어넘어 교단 합동에 동의하고 하나가 됐다. 하나가 되는 과정은 물론 그 후에도 힘든 일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 감사예배를 통해 계속 하나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만든 것으로 생각한다.

1979년은 두 교단이 분열한 해였다. 필자는 대구동부교회 철문이 흔들리던, 서슬 퍼런 현장에 있었다. 대학 시절 전국기독학생면려회(SCE) 임원으로서 총회 보고를 위해 그 자리에 있었는데 교단 분열이라는 아픔의 현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SCE도 둘로 나뉘는 아픔을 뼈저리게 겪었다. 당시 학생운동은 매우 활발했다. 2000여명이 모이는 동기수련회, 각 지방 임원들을 위한 하기수련회, 학생들의 신앙 열정이 담긴 전국순회헌신예배 등을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랬던 친구들과 동료들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헤어지는 고통을 처절하게 경험했다. 어른들의 갈등 때문에 아이들은 영문도 알지 못하고 사랑하는 친구와 동료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처를 얻었다.

교단의 분열로 인한 아픔과 상처가 아직 완전히 치유되진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교단의 합동은 두말할 것 없이 귀한 것이다. 이 일치의 역사가 한국교회를 새롭게 세우는 초석이 돼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지도자들로 인해 어느 날 교회와 노회가 분열되고 함께하던 동역자들이 다른 길을 걷게 돼 아픔과 상처를 줬던 과거를 회개하는 선언의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해방 이후 한국교회는 분열의 역사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장로교회라는 이름을 가진 교단이 100개가 넘는다. 정부에 등록된 교단이 374개라고 하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자세히 보면 예수교와 기독교가 나누어진 게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장로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교단이 서로 자신이 정통임을 자랑하며 분열의 길을 걸어온 것이 오늘의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신학적·신앙적 문제를 내걸지만, 내면을 보면 지도자들의 욕심이 분열을 획책한 것 아닐까.

교단 분열을 넘어 연합기관 분열도 계속됐다. 앞으로 어렵고 힘든 일은 점점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교회를 분열시키고 복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도록 공중권세 잡은 자는 계속 주님의 교회를 공격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교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헝클어 놓은 아픔을 회복하기 위해 대각성과 회개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온전한 하나를 이룬다는 건 요원한 생각일지 모른다. 그래도 겸손하게 어떤 조건이나 이유도 달지 않고 자기 십자가를 지며 나아간다면 오직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주님 오실 날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징조는 그날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이는 성경의 예언임도 잊지 말자.

분열이 아니라 하나 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한국교회에 맡겨주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갖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 내년이 한국교회가 하나를 이루는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 설 때 한국교회, 특히 지도자들이 잘했다고 칭찬들을 수 있는 복된 역사를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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