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총회는 1년에 한 번 1600여 명의 총대들이 모여 크고 작은 일에 대해 충분한 토의와 검토를 거쳐서 의사결정한다. 그러나 이번 제105회 총회는 코로나19로 인하여 5시간 만에 총회를 파회하게 되었다. 수많은 헌의안과 각 상비부와 특별위원회의 청원사항을 심도 있게 처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짧을 수밖에 없다.

어디 시간뿐인가. 아무리 기술이 발전을 했다지만 35개 거점교회로 흩어진 총대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따를 것이다. 결국 총회임원회가 많은 짐을 떠맡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과연 총회임원회가 많은 안건들을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잘 처리할 수 있을까 우려하면서 총회 파회 후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총회 파회 후 교단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방향제시를 함께 고민하자는 측면에서 몇 가지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첫째, 총회임원회가 합리적인 처리를 기대하지만 만에 하나 있을 독단적인 처리를 지양하고, 특히 특정 인물과 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탕평인사를 펴야 한다.

둘째, 총회임원회가 실행위원회를 열어 어떤 안건에 대해 의견들을 들어본 뒤에 결의하는 방법도 있다. 실행위원회는 총회 파회 후에 일어난 일을 처리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총회의 안건을 실행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 그래서 법리는 살리면서 융통성 있는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총회임원회가 먼저 어떤 안건을 논의한 뒤 실행위원회를 열어 자문을 구하고 최종적인 결정은 임원회가 하면 무리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법리도 살리고 총회임원회가 다 한다는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총회임원회가 무조건 실행위원회에 내놓고 자문을 얻으려고 하면 난상토론이 되고 말 것이다. 적어도 교단 구성원들의 중지가 필요한 안건을 선별적으로 다루면 된다.

셋째, 장로총대들의 불만을 들어보면 총회가 목사·장로 동수로 하는 것이 헌법에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행위원회는 그렇지 않아 정치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실행위원회가 결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묻는 것이기에 일부 장로총대들에게도 직분을 부여하여 참여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넷째, 총회 흐름의 연장으로 직전 임원들과 현 임원들과의 협의가 중요할 것 같다. 총회 기조의 연속성과 역사성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계획과 발전이 있으면 좋겠다.

다섯째, 상비부가 어느 회기보다도 신중하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총회임원회가 도왔으면 한다.

부족하지만 지난 10년을 총회총대로 나오면서 이런 마음을 갖게 됐다. 공의로워야 할 빌라도는 자신이 누리는 지위와 유익을 지키려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내놓으면서 정의와 공의를 포기해 버렸다. 하나님 앞에 제사를 드리는 거룩한 직분을 부여받은 대제사장들은 어떠했나? 매번 제사를 드리면서도 누군가를 향해 증오를 품고 있었다.

혹시 내가 설교를 하고, 예배를 드리면서도 누군가를 향해 증오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군중을 선동하던 대제사장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우리는 완전할 수 없다. 하지만 신전의식과 임재의식을 가지고 총회를 바르게 섬겨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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