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은 은보 옥한흠 목사님이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가까운 사람을 앞서 보내고 남은 이들은 누구든지 그가 떠난 때가 돌아오면 의식하지 않아도 그 생각이 머리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추모하는 마음으로 은보 10주기를 맞으면서 평양대부흥 100주년 한국교회연합예배 설교 후 “거룩하신 주여, 이놈이 죄인입니다. 이놈이 입만 살았다고 떠들고 행위가 죽어버린 한국교회를 만든 장본인입니다”를 외치며 경기장에 모인 수만 명의 성도들과 한목소리로 “한국교회를 살려 주옵소서!” 부르짖던 모습이, 그 한 장면이 어제 일처럼 느껴진다.

필자의 기억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 11월 26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창립대회가 열렸을 때 1000여명의 목회자들 앞에서 “부르짖는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는 당시 아모스 3장 7~8절 말씀을 중심으로 말씀을 전했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주전 800년 이스라엘 왕국은 여로보암 2세 치하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과거에 잃어버린 영토도 얼마간 회복했고 긍지와 자신감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경제적 번영은 종교의 세속화를 부채질했다.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은 거짓 사치 위선으로 그 영성이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졌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지도자들 모습을 보시고 진노하셨다. 하나님은 종교지도자들의 타락을 곧 민족 전체 타락으로 간주하셨다.

옥 목사님은 북왕국 이스라엘의 상황과 한국교회의 상황을 동일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경우를 거울삼아 우리의 문제점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준열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얼마 동안 경제번영을 누리면서 자신이 세속주의에 물들지 않았다고 양심선언 할 수 있는 목회자가 몇 명이나 됩니까. 돈을 좋아하고 거짓말을 예사로 하고 심지어는 양 떼들을 이용해 자기 몫을 챙기는 데 급급한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가슴 아픈 우리 모두의 현실 아닙니까. 정의를 쓴 쑥으로 바꾸며 공의를 땅에 던지는 일(암 5:7)이 성직자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왜 세상 정치판에서도 볼 수 없는 추태들이 교회지도자들 사이에서 일어납니까.”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는 이 추상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타락한 종교지도자들을 보고 사자처럼 부르짖고 계시는 하나님을 주목하자고 말했다.

드고아 시골 출신 아모스는 예언자로 부름받기 전에 들에서 양을 치면서 사자가 포효하는 소리를 들으면 양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를 직접 목격했다. 그 후 예언자로 부름받은 아모스는 이스라엘 종교지도자들의 타락상을 보시고 사자처럼 부르짖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불행한 사실은 아모스의 귀에 들리는 하나님의 부르짖음이 다른 종교지도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도자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못 들으니까 백성들 역시 들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이스라엘에는 말씀의 기근, 영적 기근이 찾아오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겪는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영적 기근과 혼돈의 현실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죄로 물든 문명의 비극과 한국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사자처럼 부르짖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 까닭이 아닐까. “주 여호와께서는 자기의 비밀을 그 종 선지자들에게 보이지 아니하시고는 결코 행하심이 없으시리라.”(암 3:7)

코로나19의 절박한 위기 속에서 신음하는 백성들과 타락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시고 사자처럼 부르짖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 회개와 변혁의 역사가 일어나리라 믿는다. 자신이 살았던 시대 속에서 아모스처럼 부르짖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눈물로 그 말씀을 전했던 은보 옥한흠을 추모하며 우리도 그가 들었던 하나님의 부르짖음을 듣는 귀가 열리길 기도한다. 지금이야말로 오늘의 자기 백성과 교회를 보시며 눈물로 부르짖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필자부터 골방으로 들어가 귀를 열어야 할 때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미래가 하나님의 손안에서 어둠이 걷히고 밝고 새롭게 열릴 것이다. 은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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