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부활절은 여느 해보다 특별하다. 21세기의 인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깊은 자기 성찰을 요청받고 있다. 가장 큰 담론은 문명사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깔끔하게 종료되든 인류가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중장기적인 방식으로 종료되든 코로나19  이후에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새로운 존재 방식과 일상이 시작될 것이다.

인류가 지구 행성에서 살아온 방향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큰 오류는 현상적인 창조세계를 인간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욕망과 쾌락의 열차를 타고 질주해 온 것이다. 30년 가까이 가속하며 신자유주의가 열어놓은 세계 경제 구조는 얼른 보기에 먹고 사는 일에서 공동체를 만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내면의 작동 구조가 끝없는 소유와 쾌락의 욕망인 것이 드러났다. 이 방식으로는 인류가 먹고사는 일이 지속될 수 없음을 신자유주의를 대변해 온 다보스포럼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인류의 생존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 것인가.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대립 구조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이끌어온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는 몇 십 년을 그런 대로 살았다. 그러나 공산진영의 붕괴 이후에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에 중국이 맞서기 시작했고 지역 내부의 필요 때문에 진행된 유럽연합이 이 두 강대 세력과는 또 다른 이해관계를 갖게 되면서 국제 정치와 힘의 역학 구조는 불안정한 시대에 들어섰다. 불확실성을 대놓고 가속화시킨 것이 트럼프의 등장이었다. 21세기의 오분지 일을 지나는 즈음 세계는 어떤 국제 정치 구조로 미래를 희망할 수 있는가.

2000년 전 역사의 현장에서 발생한 ‘나사렛 사람 예수의 부활’은 창세 이래의 시간 흐름과 존재의 영역에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창조와 구원의 주권자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전격적인 개입이었고 선물이었다. 이 부활로써 나사렛 사람 예수가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아들 구원자라는 것이 드러났다. 죄와 사망의 권세가 꺾였다.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사는 사람은 십자가 사건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에 현재진행형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한다.

부활의 명백한 가르침이 ‘새로움의 희망’이라고 본다면 21세기의 인류는 코로나19를 통해서 새로운 존재 방향과 그에 따른 실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 곧 죽으심과 부활에서 작동하는 덕목이 무엇인가. 연대와 공감, 섬김과 나눔, 사랑과 희망이다.

2020년의 부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한국교회의 미래가 상당 부분 걸려 있을 테다. 이번 부활절에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나눔을 실천하자. 기독교 전통은 부활주일부터 50일을 ‘기쁨의 50일’로 지키면서 부활을 삶으로 살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에 시달리는 이웃에게 피부에 와 닿는 일이면 좋겠다.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면 좋겠다. 개별 교회의 주변 상가와 전통시장에서 공감어린 마음으로 돈을 쓰자. 먹고 사는 문제에 진심으로 신경을 쓰는 그리스도인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우리가 가진 희망의 이유도 보게 될 것이다.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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